[얼에모2] 우리엄마 언제 와요?
2023/05/18
아이얼굴을 그리고 있다. 전쟁으로 난민이 된 불안한 표정의 여자아이이다. 사진 속의 나이는 다섯 살 혹은 여섯 살, 어쩜 일곱 살일지도 모른다. 빛바랜 붉은 쉐타 위로 동그란 얼굴이 더 또렷해진다. 거친 돌기둥에 기대어 주변을 탐색하듯 바라보는 눈에 울먹임이 밀려올 듯하다. 폐허의 어느 한 구석에 몸을 움츠리고 누군가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모습, 엄마를 잃어버렸을까. 꾹 다문 입술에 겁먹은 눈에서 금방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아이의 불안한 모습이 엄마를 찾는 엄마의 얼굴로 다가온다.
* 보고 싶은 얼굴
엄마는 여든여덟에 노인성치매 판정을 받았다. 그 무렵 동네 보건소에 치매센터가 막 문을 열었다. 나는 센터를 찾아가 치매가족교육을 받았다. 엄마가 같은 말을 자꾸 묻고 반복할 때마다 학습한대로 처음 듣는 것처럼 대답했다. 했던 말을 또 하냐고 하면 환자는 위축되고 의기소침해져서 불안감이 커진다. 엄마는 치매진단 이전부터 언니네 하숙집에 기거했다. 진단 후엔 치매속도를 늦춰주는 녹두알만한 알약과 고혈압 약을 날마다 복용했다. 지병인 신장치료의 주기적인 검진은 남동생이 맡았다. 일 년에 두 세 번씩은 엄마를 우리 집에 모셔오곤 했다. 치매진단 3년째의 어느 날, 거울 앞에 앉은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여든여덟에 노인성치매 판정을 받았다. 그 무렵 동네 보건소에 치매센터가 막 문을 열었다. 나는 센터를 찾아가 치매가족교육을 받았다. 엄마가 같은 말을 자꾸 묻고 반복할 때마다 학습한대로 처음 듣는 것처럼 대답했다. 했던 말을 또 하냐고 하면 환자는 위축되고 의기소침해져서 불안감이 커진다. 엄마는 치매진단 이전부터 언니네 하숙집에 기거했다. 진단 후엔 치매속도를 늦춰주는 녹두알만한 알약과 고혈압 약을 날마다 복용했다. 지병인 신장치료의 주기적인 검진은 남동생이 맡았다. 일 년에 두 세 번씩은 엄마를 우리 집에 모셔오곤 했다. 치매진단 3년째의 어느 날, 거울 앞에 앉은 엄마가 말했다.
“에그~, 내가 봐도 참 많이 늙었다. 우리 엄만 이렇게까지 늙진 않았을 텐데.”
“엄마, 그럼 내 얼굴을 봐 봐요. 내가 삼십 몇 년은 더 젊으니까.”
“너를 보라구? 얘, 내가 울 엄마랑 같이 있을 때 엄마나이가 지금 00(외손녀) 정도의 스물예닐곱이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아래일 거 아니니? 이젠 돌아가셨지 뭐. 살아있다 해도 내가 알아볼 수나 있것어?”
나는 치매인 엄마의 정확한 셈법에 놀랐다. 이럴 때 나는 좀 헷갈렸다. 치매라고 해서 하루 종일 제정신이 아니거나 온전한 게 아니라면 언제 이렇듯 말짱했던 정신이 홀연히 나가버릴까. 스킨과 로션을 바르던 엄마가 영양크림까지 꼼꼼하게 두드리면서 말했다.
“에그, 내 정신 좀 봐라. ...
아이의 얼굴이라는 소재로 시자되는 이야기, 글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진이 바로 그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글과 그림이 만나는 지점을 바라보게 되네요. 멋진 글과 멋진 그림의 조화!
이어지는 어머님의 치매 이야기는 갑자기 글의 분위기를 바꿈은 물론, 글에 좀 더 집중해서 읽게 됩니다. 코로나 치료와 신장 치료를 같이 받게 된 어머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크롤을 더 내리기 힘들어지더군요.
어머니를 돌보는 힘든 환경을 산고에 비유하실 때, 촛불이 꺼져가는 모습이었는지, 촛불처럼 환해지는 모습이었는지 모를 그 순간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참 많이 미어지네요.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게 하는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엄마에게 전화 한 번 드려야겠네요.
몇번이고 글을 읽다보니 내 모습으로 이어지고... 꼬집어야 한다는 합평은 결국 독후감이 되어 지우고 또 지운 흔적들, 그래도 약속한 합평을 해야겠기에 어설프게 이어쓰기로 했네요.
해 놓고도 내 글쓰기보다 더 뒤돌아다보이는 '합평' 다른 얼에모에게도 쓸 수 있을까 싶습니다.
암쪼록 @살구꽃 님의 글에 누가되지 않았기를 바람요~~^&^
공감하며 잘 봤습니다.
함께 힘내시자는 응원 살포시 남깁니다.😉
[합평]
살구꽃님 글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서사나 인과적인 글읽기에 익숙한 저 같은 비문학인에게는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살구꽃님 글이 참 좋습니다. 저도 합평이라기 보다는 감상을 남겨볼게요.
1. 살구꽃님 글은 세세한 서사나 친절한 설명 보다는 장면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리고 독특한 시퀀스로 나열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 장면 하나하나를 읽으며 느껴지는 섬세한 묘사에서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합니다. 단지 체험 뿐만이 아니라 서술 이상의 감정을 경험합니다. 뇌는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에 은유를 입힌다고 들었어요. 단어 하나하나 서술 하나하나에 은유가 덧대어져 글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되네요.
3. 문단 간의 시퀀스가 무척 독특합니다. 어떻게 보면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이야기가 얽혀있습니다. 이 얽힘이 무척 아슬아슬하게 상관되어 생각과 감정이 몰아치는 공간감을 느낍니다.
종합해보면, 글 이상의 글을 읽었다는 감상입니다. 살구꽃님 덕분에 글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면을 만나보는 것 같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의 어린시절, 그리고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생각하다보니 알 수 없는 애증이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딸과 엄마는 언제나 애증의 관계에 묶여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었습니다. '애증' 이라는 마음의 경중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일이겠지만, 오랜 기억들이 돌고 돌아 노인이 되었을 때 다시 찾아와 마음의 문을 똑똑 두들기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슬픈 기억으로요.
좋은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희 어머니도 어머니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시면서 수년간 돌보셨습니다. 자세하게 이야기는 안하시는데 살구꽃님의 글을 읽으니 그 시간들 속에서 얼마나 애를 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살구꽃님의 필력이 워낙 좋아서 당시의 고단함은 물론, 내면의 번뇌까지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무게 있는 내용의 글이라서 이렇게 써내시는 과정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여러모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처음 읽을 때도 울었는데, 합평 준비하며 다시 읽으면서도 또 울고 말았네요. 아이의 얼굴에 어린 어머니의 얼굴이 자꾸 겹쳐 보이고, 그 얼굴에 다시 어린 제 아이들의 얼굴까지 오버랩 되면서 결국 눈물이 나네요.
얼에모 시즌1에서 써주신 첫 글이 많이 떠올랐어요. 그 속의 어머니와 이 글 속의 어머니, 어머니의 삶이 곧 자신의 삶이라고 던지시던 말의 의미까지. 곰곰 되새기는 시간이었어요. 합평이라기보다 사실 감상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그 역사를 비껴갈 수 없었던 여인과, 그 여인의 삶을 역사의 하나로 보다 개인의 절절한 삶으로 인식한 딸의 깨달음.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고, 개인적인 것이 가장 역사적이라는 걸 새삼 많이 느꼈습니다.
나무랄 데 없는 액자식 구성에, 긴 이야기를 속도감 있으면서도 생생하게 전달하는 살구꽃님의 글 솜씨에, 또 홀딱 반합니다. 소설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했어요. 장르를 막론하고 깊은 시선이 드러난 글에는 결국 빠져들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감상만 하기에도 벅찬 글인데, 살짝 양념 하나만 뿌리자면, 제비꽃밭에서 흐느끼던 살구꽃님의 이야기에서 그림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어머니의 마지막을 짧게 서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독자 입장에서는 무척 궁금하거든요. 결국 어머니는 언제 어떻게 돌아가신 걸까, 하고요. 그렇게 더해주신다면 더 매끄러운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2에도 함께 해주셔서 정말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 비밀로 넘어가 볼까요? ㅋㄷ
사실 글을 읽으면서 저도 아빠 생각이 정말 많이났어요 ㅜㅜ 아빠가 희귀병에 걸리면서 계속 몸이 안좋아지고 계시는데 결국 나중에는 주변의 도움없이는 거동이 어려우실거라고 했어요. 글을 읽으면서 아빠의 모습이 겹쳐서 보이기도 하고 어머님 옆에서 얼마나 복잡한 마음이 드셨을지 여러 마음이 들면서 진한 여운이 남네요. 어려운 이야기 감사합니다!
많이 반성합니다. 멀리 있단 핑계로 한 번도 성심껏 간호하가나 돌봐드린 적이 없는 참 무심한 딸입니다 저는. 치매는, 모든 정을 다 떼고 가족을 기진맥진하게 해서 그리움 조차 가질 여지를 안남기는 병이라 무서운데 살구꽃 님은 예외인 듯 합니다.
부디 이 글이 가슴의 응어리를 다 씻어주길 바랍니다.
살구꽃님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이 마음을 울리네요!
@홍지현
곡절없는 인생이 있을까싶어요. 들여다보면 살아가는 모양새들이 엇비슷하겠지만
아픈사람들이 있는 가정은 더 안타깝네요. 고맙습니다.
@콩사탕나무
엄마를 간병하면서 노트에 날짜별로 엄마의 상황일지를 썼어요.
이제 1주기 지났는데 그 노트를 펼치는 게 편치 않네요. 담담해지기엔 아직 너무
날 것의 감정이라~ ㅜ 콩님, 고마워요.
@똑순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라는 걸 알았어요. 엄마는 평생을 표현한번 안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당신 엄마가 언제오냐고 하시는데,
저도 자식을 낳은 에미인데 가슴이 미어지더라구요. 하늘에서 만나셨을겁니다. 고맙습니다.
@클레이 곽
우리 이전 세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개인사이지만 치매환자가 많아지는 때에
안타까운 가족이야기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현안
얼에모1에 써보려고 했을 때, 아직 제 감정이 삭혀지지 않았는데
이걸 어제 써놓고 보니 아직도 자책과 후회가 너무 많아
몸이 아프더라구요. 좀 길게 되어서 긴글주의가 됐네요. -.-;;
@나철여
써니형님도 엄살을~ 행님은 철의 여인!!
패밀리와 행복한 에너지 듬뿍 충전하셨으니 성큼성큼 쓰셔요~
행님은 마감에 또 강하시잖음? 공모 제출 경험도 저는 부러움요~~ ^^
응원얼쑤~~ :)
[합평]
살구꽃님 글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서사나 인과적인 글읽기에 익숙한 저 같은 비문학인에게는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살구꽃님 글이 참 좋습니다. 저도 합평이라기 보다는 감상을 남겨볼게요.
1. 살구꽃님 글은 세세한 서사나 친절한 설명 보다는 장면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리고 독특한 시퀀스로 나열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 장면 하나하나를 읽으며 느껴지는 섬세한 묘사에서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합니다. 단지 체험 뿐만이 아니라 서술 이상의 감정을 경험합니다. 뇌는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에 은유를 입힌다고 들었어요. 단어 하나하나 서술 하나하나에 은유가 덧대어져 글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되네요.
3. 문단 간의 시퀀스가 무척 독특합니다. 어떻게 보면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이야기가 얽혀있습니다. 이 얽힘이 무척 아슬아슬하게 상관되어 생각과 감정이 몰아치는 공간감을 느낍니다.
종합해보면, 글 이상의 글을 읽었다는 감상입니다. 살구꽃님 덕분에 글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면을 만나보는 것 같습니다.
많이 반성합니다. 멀리 있단 핑계로 한 번도 성심껏 간호하가나 돌봐드린 적이 없는 참 무심한 딸입니다 저는. 치매는, 모든 정을 다 떼고 가족을 기진맥진하게 해서 그리움 조차 가질 여지를 안남기는 병이라 무서운데 살구꽃 님은 예외인 듯 합니다.
부디 이 글이 가슴의 응어리를 다 씻어주길 바랍니다.
@살구꽃 님~ 글 읽다가 눈물이 나서...
이 글을 쓰시면서 얼마나 힘드셨을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5800자의 글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나의 어머니를 보는 것 같고 저 그림의 소녀도 얼굴이 살아 있어요.
그냥 그림이 아닌 얼굴안에 생각이 느껴 집니다.
글 쓰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살구꽃
5800자라니.. 한 권의 책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엄마를 간호하며 느낀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어요. ㅜ 살구꽃님의 감정들을 알것 같기도 하고, 제가 감히 추측할 수 없는 감정들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쓰시고 나서 몸살 나시는 거 아닌가요? 고생 많으셨어요. 지금 뭔가 막 이어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댓글 남기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
드디어 이 글을 쓰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글도 그림도 감사히 보고 갑니다.
글속에서 한국의 역사와 인류의 세계사를 봅니다. 가슴이 미어져서 한마디 말도 못할 정도로 슬프지만, 그래도 글벗이라고 한줄 남기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엄마는 편히 쉬고 계실겁니다. 그리고 그림속 아이의 표정만 보고 다 알 수 있을것 같아요. 그림 잘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의 얼굴이라는 소재로 시자되는 이야기, 글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진이 바로 그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글과 그림이 만나는 지점을 바라보게 되네요. 멋진 글과 멋진 그림의 조화!
이어지는 어머님의 치매 이야기는 갑자기 글의 분위기를 바꿈은 물론, 글에 좀 더 집중해서 읽게 됩니다. 코로나 치료와 신장 치료를 같이 받게 된 어머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크롤을 더 내리기 힘들어지더군요.
어머니를 돌보는 힘든 환경을 산고에 비유하실 때, 촛불이 꺼져가는 모습이었는지, 촛불처럼 환해지는 모습이었는지 모를 그 순간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참 많이 미어지네요.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게 하는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엄마에게 전화 한 번 드려야겠네요.
몇번이고 글을 읽다보니 내 모습으로 이어지고... 꼬집어야 한다는 합평은 결국 독후감이 되어 지우고 또 지운 흔적들, 그래도 약속한 합평을 해야겠기에 어설프게 이어쓰기로 했네요.
해 놓고도 내 글쓰기보다 더 뒤돌아다보이는 '합평' 다른 얼에모에게도 쓸 수 있을까 싶습니다.
암쪼록 @살구꽃 님의 글에 누가되지 않았기를 바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