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잘못했다.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3/21
모란의 사료를 잘못 샀어요. 멍청한 집사는 매번 같은 사료를 사놓고선 이번에 같은 가격에 다른 사료를 선택해버렸어요. 쌀독에 살이 떨어지는걸 들여다보듯이 산만한 집사가 아무렇게나 확인도 안 하고 배송된 사료를 뜯고 사료통에 담고도 아무것도 몰랐어요. 모란이 밥통에 사료를 덜어주고 나서 모란이 신나게 다가가 냄새를 킁킁 맡더니 앞발을 바닥을 쓱쓱 맛없을 때 하는 행동을 하고 나서야 찢어진 봉투를 보고 사료를 잘못 산 것을 알게 되었죠.
   
멍청한 오빠가 잘못했다.
   
아직도 낯을 많이 가리는 적적은 봄이 올 때마다 부끄러워요.
모란은 계속 사료 냄새만 맡고 돌아가요. 봄 냄새가 나는데 나는 그 냄새가 너무 낯설어서 기온이, 바람이, 햇살이 낯설고 생경해서 봄을 피해 다니며 꽃을 찾아요. 봄이 오고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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