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털도사>와 <귀멸의 칼날>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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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6
武光 誠, 『八百万の神々の謎』 (祥伝社 April 9, 2015) 표지

일본에는 '팔백만신'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문자 그대로 '800만의 신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말인데, 물론 이때의 800만은 정확한 숫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셀 수 없이 무한히 많음'을 비유하는 관용적인 표현에 훨씬 더 가깝다.

일본 미야지마의 이츠쿠시마 신사의 도리이(鳥居) 출처: 연합뉴스 (EPA)


이처럼 일본에는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을 모셔 놓는 사당도 전국에 약 12만 개나 생겨났다. 그래서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마치 우물 정(井)자에 지붕을 얹은 것처럼 생긴, 빨간색의 문인 도리이(鳥居)를 반드시 한 번 쯤은 보게 된다. 그리고 이 문을 통과하여 들어가게 되는 곳이 바로 일본의 신사, 일본의 토속신앙이자 민족종교로 알려진 '신도(神道)'의 사당인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공식 스틸컷
'팔백만신'의 문화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물론이고, 반인반요(半人半妖)* 주인공을 중심으로 수많은 요괴들이 등장하는 <이누야샤>, 그리고 최근의 인기작인 <귀멸의 칼날>과 <주술회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신들이 공존한다는 그 일본적 세계관의 기호는 일본의 대중문화 콘텐츠로 풍부하게 연결되어 왔다. 

*반인반요(半人半妖): 반은 인간이고 반은 요괴인 존재
<귀멸의 칼날> 공식 스틸컷

그런데 그러한 콘텐츠들이 신과 원령들의 세계를 묘사할 때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은, 아주 자연스럽다는 듯이 그 신들 사이에 '계급'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식인 도깨비들 사이의 전쟁을 그린 <귀멸의 칼날>은 최종 보스 격인 키부츠지 무잔 밑에 '십이귀월', 즉 12명의 도깨비들을 전투력 순으로 나열해 놓는다. 그러니 주인공은 12위부터 1위까지 한 계단씩 도깨비들을 퇴치해 나가며 점차적으로 악의 근원에 다가간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거기다 <주술회전>은 '특급, 1급-4급' 순으로 훨씬 더 체계적으로 분류된 계급을 제시한다. 이 경우에도 주인공은 가장 낮은 등급부터 윗 등급의 귀신을 차례차례 무찔러나가는, 전통적인 소년 만화의 계단식 성장 문법을 따르게 된다.

수 십년 동안 일본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우리들 역시도 그 문법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이런 문법적 질서에서 별다른 생소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우리의 문화와 비교를 해보면 미묘한 차이점이 보이게 되는데, 이 글에서는 그에 대한 예시로 <머털 도사와 108요괴>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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