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막장 드라마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4/07
"영희가 온다네. 나 보고 공항까지 나와 줄 수 있냐고 하네."
"... ..." 
이럴 땐 뭐라고 해야하나.  여기는 강원도 첩첩 산 속.  서울도 아니고 인천도 아니고 영종도 인천공항까지 마중을 나오라니...  도대체 무슨 베짱일까. 자기가 공준줄 아나. 아무리 오빠라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서울에도 언니가 둘 씩이나 있고 오빠도 있는데 왜 하필...  갖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 갔지만 섣불리 내 감정을 노출 시키고 싶진 않았다.
막내여동생이라면 끔찍히 생각하는 사람한테 함부로 싫은 기색을 할 필요는 없겠지.  나 더러 나오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열 받을 일도 아니고.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러나 기어이 못 참고 한 마디 했다.
"좀 심한 거 아니유?"
"걔가 몸이 불편하잖아." 
괜히 한 마디 했네. 한 십여년 전의 교통사고로 한 쪽팔과 다리가 좀 불편한 건 사실이다.
몸 불편한 사람이 뉴질랜드에서 한국까지 비행기 타고 오냐. 여기까지 혼자 뱅기 타고 온 사람이 공항버스 타고 호텔까지는 못가냐. 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한 마디 물어본다.
"갑자기 왜 오는데요?"
"아버지 제사 보러 온대"
헐, 이건 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시아버님은 내가 시집 오기 전에 이미 돌아가셨고 결혼해 사는 동안 막내시누이가 제삿날 한국에 온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와서 뜬금없이 제사 보러 그 먼데서 온다고? 시어머니 장례식에도 안 온 사람이?  이해 할 수가 없다.
이해는 못해도 꼭 알아야 할 건 있다. 제사를 지내려면 부산 큰댁으로 가야하고 산소엘 가려면 우리집으로 와야하니 확인을 해야만 한다. 산소는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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