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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아이의 20채 매수? 문제는 세금이 아니라 임대료다.

이 글은 코로나19와 백신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백신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질병관리청-코로나19예방접종 공식 홈페이지

"최근 3년간 주택을 2건 이상 구입한 미성년자가 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위 10명이 구입한 주택은 133건, 주택 구입액은 170억원이었다. 5살짜리 아이가 3년동안 주택 19건, 21억원어치를 구입한 사례도 확인돼 미성년자들의 주택 구입에 사용된 자금 출처를 조사해 편법증여 등 법령 위반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참 뛰어 놀 나이의 아이가 20건이나 계약서를 썼다니, 매물은 도대체 얼마나 많이 보러 다녔을까, 부모님은 애 교육에 신경 안쓰시나, 하는 걱정이 몰려온다.
(아님)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하는 편법증여. 물론 막아야 한다. 또한 물론 조세정의는 정의롭게 실현해야 하지만, 이런 일탈 행위를 '세금'으로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일단 두 가지 측면에서. 

1) 진정한 수혜자의 편익은 오히려 늘어난다.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면, 통행료 무서워서 대중교통 이용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 때문에 더 혼잡해진 지하철을 타야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자일지 모른다. 진짜 수혜자는 따로있다. '정의롭게' 통행료 얼마든지 내고, 더 넓어진 길을 마음껏 달리는  '통행료 쯤은 부담이 안되는 계층'이다. 혼잡통행료를 좀 더 올리면, 수혜계층이 좀 더 줄어들 진 몰라도, 그 수혜계층 개개인이 누리는 편익은 더 커진다. 길은 더 한산해졌을테니. (물론 당장 탄소배출을 줄이는게 더 급하다면야 이런 불공정(?)은 감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만) 통행료만 부과할 게 아니라, 버스전용차로가 필요한 이유다.

2) 임대료 규제가 없으면,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시킨다.

규제를 하려거든 세금을 때릴게 아니라 차라리 임대료를 통제하자. 투자의 매력을 떨어트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세금은 임대료에 전가될 위험이 있지만, 임대료를 통제하는 것은 임차인에게 직접 혜택이 간다. 세수가 늘어나지 않으니 기재부에서는 싫어할 지 몰라도, 9살 짜리가 20채를 가지든 49살 짜리가 30채를 가지든, 임대료를 공공주택과 같은 수준으로 받는다면야 오히려 공공의 짐도 덜어준다고 고마워할 일이 아닌가. (제가 이렇게 관대합니다 여러분)그렇게 임대료 책정 못하겠다고 하면 그때 가서는 주택을 수용해버릴 지언정. 기본소득 줘 봤자 이 상태에선 임대료만 오른다. 주거바우처 늘리니 천원단위 까지 동자동 쪽방촌 임대료가 똑같이 따라 오르듯.

그러면 주택 공급이 위축된다고? 걱정마시라.

그럴 때를 대비해서 사회주택 사업자들이 있다. 우리나라엔 아직 얼마 안되지만(한국사회주택협회 회원사는 90여개, 그 중 사회주택을 실제 운영하는 곳은 약 30곳), 네덜란드(250여개), 오스트리아(190여개), 덴마크(400여개) 등등 외국에는 많다. 임대료 통제되어도 얼마든지 짓겠다는 사람들이다.

한국에 사회주택 사업자는 아직 적지만, 그 밖에 SH, LH, GH 등 공공사업자들도 있다. 다들 임대료 통제 되어도 얼마든지 집을 짓겠다는 조직이다. (뭐 개선할 게 많긴 하지만..)

버스 전용차로처럼, 임대주택 전용차로가 필요하다.

대출규제하고 세금 강화하고 해도 어느 선에서는 '그런 것 쯤이야 하나도 안 무서운' 계층이 있고, 그 바로 아래 계층은 항상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할 것이다. 

아니, 나 보다 더 연비도 안 좋은 큰 차를 타는 놈들은 저렇게 마음대로 몰고 다니는데, 몇년간 성실히 저축해서 이제 적당한 차 한 대 산 나는 이제 혼잡료 2천원(혹은 2만원, 혹은 20만원)이 무서워서 차를 못 가지고 나오게 하는 게 말이 되냐.. 차 가지고 싶은 게 죄냐..

주택도 마찬가지다. 내집 마련이 내 앞에서 끊겼는데 누군가는 결국 '줍줍'하고 다닌다면 당연히 열 받는다. 대출을 옥죄고 세금 좀 세게 하면 줍줍하는 사람들이 좀 줄어들지 몰라도 그래도 거침없는 이들에게는 줍줍할 먹잇감이 더 늘어날 것이다. (혼잡통행료가 안 무서운 이들의 길은 더 넓어지는 것처럼)

그럴 바엔 줍줍한 집에 대해 차라리 임대료 자체를 통제하는 게 낫다.

그러면 매물로 나와도 좋지만, 만약 버티기하며 안 나와도 나쁠게 없다. 공공주택 수준의 임대료에 계약갱신청구권(계속거주권)도 보장해 준다면 뭐 굳이 그 집을 내가 소유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게 임대료 통제 받느니 그냥 비워 놓겠다면, 외국처럼 빈집세를 물리면 된다. 공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놀리면 안되죠. 

세금을 때려 매물로 내놓게 하는 작전은 버티기로 대응할 수 있어도, 임대료를 통제하는 건 버티기가 안 통한다는 말이다. SKIET공모주 청약에 이틀 만에 80조원이 몰리는 세상이다. 2019년 주택도시기금 운용실적 보다 많은 돈이다. 한국이 선진국이 될 수록 민간의 자금력은 더 커질 것이다. 저 넓은 민간의 바다에서 잡히지도 않을 물고기를 세금으로 쫓지 말고, 결국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야 할 때 임대료 통제로 길목을 잡자. (연어야 미안해..)
임대료 안 밀리고 잘 냈는데 계속거주권 주장하면 문제라구….? 이 집에 신경 하나도 안 써 놓고 동네가 핫해졌다고 자네가 마음대로 임대료 올리고 세입자 쫓아내는 건 말이 되구...? 자네는 내가 대출이자내는 전세보증금으로 집도 한 채 또 샀으면서..?


그래도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 혼잡통행료만 물린다고 될 게 아니라, 버스전용차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건 자가를 소유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두루 좋은 것이다.

차선 하나를 버스전용차로로 빼 놓으면 자가용 운전자들의 길이 더 좁아지는 것 처럼 보여도, 이는 사실 자가용 운전자에게도 더 좋은 일이다. 저 버스 승차 인원들이 모두 저마다 차를 가지겠다고 하고 또 그 차를 몰고 나온다면, 차값도 비싸지고 길도 더 막힐 것이다. 지금 버스를 타는 게 좀 불편한 사람이라 해도, 나중에 내가 직접 차를 사거나 운전할 일이 생길 때를 생각하면 그래도 버스 전용차로가 있는 편이 낫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물론 차는 자산가치 상승이 없으니 완전히 똑같을 리 없겠으나, 모두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욕망을 부정하는 계몽주의나 욕망을 추수하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모두의 욕망을 실현시켜드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책임있게 대안을 제시하는 자세다. 현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전 인구의 1가구1주택은 불가능하다. 임대주택에서 살다가 여건이 되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다. 전세도 '임대주택' 아닌가. 소유주가 다주택자라는 것이 다를 뿐.

'1가구 1주택'이 아니라 '어디살든 마음 편하게'

여기서 고약한 오해를 하나 풀고 가야 하는데, 공공주택이나 사회주택은 자가소유를 적대시하는 정부가  '평생 월세 거지로 살라'고 짓는 것이 아니다. 민간임대시장에서의 횡포로부터의 피난처를 마련해주면서, 세입자의 월세나 전세보증금이 다주택자들의 투기에 악용되는 걸 막아주는 '임대주택 전용차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가만, '집'이니, '차로'는 아닌가?) 버스전용차로가 평생 자가용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이 아니듯, 공공주택도 마찬가지다.

공공주택 그만 지으라는 주장 중에는, "정말 자가소유할 집들이 줄어들 까봐 그런 말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틈에 껴서  "나의 투기/투자처가 줄어드는 것이 싫어서" 그러는 경우도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2013~2016년 사이 공급된 서울의 신규주택 중에서 77.6%는 기존 유주택자들에게 흘러 들어갔음을(이규희 의원실) 상기하자.

그런데 이런 소유 편중은 투기만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소유 주택 수 자체를 규제하지 않는 한 - 이건 또 별론으로 하고 - ) 투기가 없어도 어차피 그렇게 된다. 어차피 집이라는 것은 매우 비싼 재화고, 투기의 거품이 빠진다 한들 30% 가량의 국민에겐 몇십년씩 저축해도 사기 힘든 가격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회사는 공사비를 받아야 직원들을 먹여살릴 것이 아닌가. 그러니 돈 있는 다주택자가 먼저 값을 치뤄주고, 전세든 월세든 내 놓으면, 당장 집값을 전부 지불할 목돈이 없는 사람들도 들어가 살 수 있었던 것이다(그런 점에서는 다주택자들에게 감사하다). 물론 '전세끼고(갭투자)' 사는 사람들의 레버리지 수익이 전세 세입자가 얻는 편익보다 훨씬 컸으니, 뭔가 공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주택자들이 '공사비'를 매개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동안은 공급자 금융도 미비해서, '선분양'제도가 그 역할을 일부 했다면, 전세는 소비자 금융의 역할이었다. 공사비-공급자금융-소비자금융-소비자로 연결되는 자금의 흐름은, 과거에는 "공사비-선분양-전세-소비자"의 모습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에 선진화-제도화되어 "공사비-PF(프로젝트 파이낸싱)-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소비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이 흐름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은행이 대출을 해줄 만한 신용이 없는 사람들.
어디에 살든 마음 편한 세상을 향한 주택금융 제도정비 방향

그런데 LTV, DSR 풀어준다고 해서, '유연화된 노동'에 은행이 대출을 해주나? 몇몇 대기업 정규직이나 공무원 등 은행이 믿고 돈 빌려줄 만한 사람들 빼고 대출규제완화의 혜택을 입을 수 있나? 한편에서는 노동이 유연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발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다른 한편에서는 빚내서 집사라고 한다. 대출도 안해줄 거면서 누구 놀리나?

'전세에 살다가 정규직으로 돈 모으고 대출받아서 자가를 마련하는 그런 전통적인 주거사다리'는 끊어진 지 오래고 복원할 수도 없다. 그보다는 애초부터 사다리가 필요 없도록, '격차'를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임대료를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위의 표 처럼, 네덜란드나 오스트리아처럼, 조기상환 보다는 지속배당을 선호하는 장기저리금융구조가 따라붙어줘야 한다. 다주택자들의 역사적 공로는 인정해주되, 이제는 '공사비 매개'의 역할을 그만 하셔도 되게끔 놓아드리자.

전 국민의 자가소유는 애초에 불가능하고, 또 불필요한 것이다. 인정하고 가자.

주거복지 선진국들이 바보라서, 투기꾼을 못잡아서 자가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을까. 자기집 가진 사람이 많은 나라가 아니라, 세입자로 살아도 마음 편하게 사는 나라가 복지국가다. 그리고 그런 나라들이 자기 집 마련하기도 쉽다.

사실 대출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가계부채 관리의 고충과 주택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점에 대한 우려는 잘 알겠으나) 뭔가 거꾸로 되었다. 아니, 집값을 잡는게 집을 사기 편해지라고 하는 건데,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들어서 집값을 잡겠다니? 그리고 어차피 집값을 잡는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그 정책이 성공하는 순간, 반대자가 양산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 그 누구도,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그러니 성공하여 혜택을 입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 정책이 유지되길 바라는 정책, 임대료 통제정책이 훨씬 낫다. 집값은 차라리  놔둬라.  전 국민의 자가소유는 애초에 불가능한 마당에.  오히려 그래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도 쉬워진다.

쟁쟁한 경제학자들의 명저, “임대료 통제-흔한 패러독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으니.


스웨덴의 어느 경제학자는 '폭격 다음으로 도시를 망가뜨리는데는 임대료 통제 만한 것이 없다'고도 했지만, 임대료 통제가 도시를 망치는게 아니라, 통제하에서는 집을 짓지 않으니 도시가 망가지는 것이다. 하이에크나 프리드먼, 스티글러 등도 임대료 통제의 역설에 대해 잘 정리했지만, 이들은 '임대료 통제 하에서 공급이 위축되는 사례'는 잘 살폈을지 몰라도, '통제 받으면서도 꾸준히 집을 짓는 시스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을 간과했다. 세상에는 임대료 통제를 하고도 살기좋은 도시 1위를 십수년째 하고 있는 비엔나 같은 도시도 있다. 네덜란드나 덴마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임대료 통제를 요구하는 매사추세츠 주청사 앞의 시위대 모습. 출처:https://www.wbur.org/news/2020/01/14/massachusetts-rent-control-hearing-debate


그런 나라들의 역사를 보면(30~40년의 장기저리 주택금융도 당연히 있고), 임대료 통제나 주거보조비, 사회주택에 대한 공공지원이 도입된 계기는 전쟁이나 전염병 창궐과 같은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19세기 말이나 20세기의 여러 전쟁전후의 유럽처럼, 지금 대한민국에게는 코로나로 인한 민생위기도 충분히 비상한 상황이다. 마침 지금 한국은 국회의 다수 의석이 '을'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분들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곳(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세금을 오히려 깎았다고 한다.

세금을 몇 프로 더 올리느냐도 중요하겠지만(세금은 조세정의의 논리로 풀어야겠고), 세입자의 처지를 정말 생각한다면, 정말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에도 신경을 쓰고 싶다면, 이제는 임대료에도 좀 눈을 돌려보자. 코로나 위기 극복을 선포할 때까지, 당장 몇년간의 임대료 동결은 헌법 76조에 나온 대통령의 긴급입법/처분권으로도 가능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