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기억들을 찾습니다.

얼룩커
2022/02/09

"자기야 그때 내가 밥은 해 줬어? 빨래는 하고, 청소는 했어?"

분명 그 정신에도 모든 걸 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의 내  기억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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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산 때 열다섯 시간의 고통스러운 진통에도 자궁문이 삼 센티에서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한 호흡은 힘들어졌고 배가 유난히 작던 나는 자궁의 공간을 확보해 주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였다. 뱃속의 아이가 물 밖을 나온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거렸다. 아이가 숨을 쉬지 못한다는 걸 엄마인 나는 직감적으로알 수 있었다. 어설픈 판단을 하기도 잠시 태아의 안정된 맥박을 들려주던 기계가 갑자기 고장이난 듯 시끄러워졌다.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점점 소리는 더 요란해졌다. 불안해진 신랑은 간호사를 불렀고 태아의 맥박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수술을 해달라고 애원했고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에 응급수술을 진행했다.

차가운 수술대, 온통 회색으로 꾸며진 수술실, 나를 비추는 대형 조명들. 반신 마취로 정신이 말짱히 깨어있던 나는 그 스산하고 공포스러운 수술실의 모습이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마취약을 투여하고 한번 만에 마취가 되지 않아 추가로 마취약을 투여했다. 그리고는 드디어 수술이 진행되었다.

하반신의 느낌은 없었지만 내 몸뚱이가 덜컹거리고 있음이 느껴졌고 수술실 스탭들의 대화 소리와 웃음소리가 묘하게 거슬렸다. 모두들 수술실 밖의 얘기로 웃고 떠드는 동안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건 나 하나뿐이었다. 한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극과 극에 감정들의 실체를 마주한 순간 나는 이 세상에 오롯이 혼자였다.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예상보다 빨리 내 몸 밖으로 안전하게 나왔다. 아이가 안전한 것을 확인하자 안도와 기쁨의 눈물이 뜨겁게 내 뺨에 흘러내렸다. 그 순간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저기.. 선생님 저 숨을 못 쉬겠어요. 죽을 것 같아요."

내가 먼저 느끼고 한 발 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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