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뷰] 매일 쓰는 사람, 매일 질문을 던지는 사람 - 실배 얼룩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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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읽을 얼룩커분들에게 인사해주세요. "안녕하세요오~~~"
어떤 질문들은 질문 너머의 사람을 상상하게 한다. 다음은 그동안 실배가 얼룩소에 던져온 질문들이다.


'매일 글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실배는 글을 쓰면서 삶과 꿈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사람, 그러기 위해 출퇴근 시간까지 쪼개 부지런히 쓰고 읽는 사람이다. 마음을 돌보는 질문을 꾸준히 던지고 모든 답에 빼놓지 않고 댓글로 화답하는 실배를 세 번째 얼터뷰의 주인공으로 만났다. 

실배가 일하고 있는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로 찾아갔다. 이전에 그는 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 초기 비행 청소년을 교육했고, 지금은 법무부에서 산하기관으로 내보낼 예산을 챙기는 일을 하고 있다.

"실배 님, 긴장 안 하셔도 되고, 하시고 싶은 얘기 다 하셔도 돼요~"
"아니, 에디터님, 안 그래도 아까 점심에 동료가, 제가 오늘 이따가 인터뷰한다고 하도 걱정하니까 인터뷰 연습을 막 시켜줬거든요.(웃음) "형,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뭐야?" 같은 거 물어보면서요."
"세상에, 예상 질문들이 다 적중할 수도 있겠네요!"
"정말 예상 질문 뽑고 그랬어요, 아마 마지막엔 꼭 그걸 물어볼 거랬어요. '얼룩소에 앞으로 처음 올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제가 그 친구더러 너무 잘한다고, 면접 학원 원장으로 당장 가라 그랬죠.(웃음) 긴장 풀어주겠다고 한참 그러더라고요~"
"어떠세요, 지금 효과가 있으신가요?"

"아니요."(단호)

덕분에 한바탕 웃고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리고 연습하셨다는 질문으로 첫 질문은 당첨.

글쓰기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셨어요? 찾아보니, 얼룩소뿐만 아니라 블로그, 인스타그램, 오마이뉴스… 굉장히 여러 매체에 많이 쓰고 계신데요.
제가 마흔 쯤에, 공허함이 참 큰 시기가 있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제가 없다는 생각이요. 제 자신이 없더라고요. 공황장애처럼 길 가다가도 숨이 턱 막히고,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책 한 권을 봤어요. 지금은 제목도 기억이 안 나지만 혼자 보기가 아까운 정도로 재밌었어요. 그때가 마침 봉천동 근처에서 근무할 땐데, 봉천동 근처에 독서모임을 하는 서점을 알아봤어요.
'하나의 책'이라는 책방이었는데, 그곳에서 또 마침 '4주간 글쓰기' 수업이 있더라고요. 그전까지는 글을 써본 적이 없었는데 그걸 보니 이상하게, 쓰고 싶더라고요. 그때 그 수업에 참여하면서 글 쓰는 게… 뭐랄까, 상담받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치유받는 느낌. 그때부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꾸준히 쓰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이렇게 '매일' 쓰는 습관을 들이셨어요? 
글을 앞으로 계속 써야겠다 생각했을 쯤에 마침, 20년 전부터 방치해둔 블로그가 생각났어요. 그냥 여기다 써볼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 거죠. 그때가 3년 전, 2019년 1월 1일이었어요. 쓰다 보니, 블로그엔 또 온라인으로 하는 글쓰기 모임이 있더라고요. 바로 '60일 글쓰기'라는 모임에 참여했어요.
거길 또 완주하고 나서, 블로그 이웃들 중에 '이틀님의 매일글쓰기'라는 모임을 알게 됐어요. 여성분들이 주로 하시는 데였지만, 거기가 꾸준히 계속 운영되는 걸 알고 제가 거기다 물어봤죠. 내가 사십이 넘은 남잔데 참여해도 되겠냐고 댓글로 물어봤어요.(웃음) 그렇게 2019년 3월 1일부터 매일 글쓰기에 참여해서 지금까지 쭉 이어온 거죠.

―쉬지 않고 계속 쓸 공간을 실배 님이 찾아 내신 거군요. 매일 쓰는 습관을 들이신 지 3년 만에 기자 활동도 하게 되고, 책도 낸 점이 놀라워요. 
저에게는 '꾸준함'이 진짜 중요했던 것 같아요. 이슬아 작가님이 매일 글을 써서 메일로 보내주는 '일간이슬아'도 구독하고 있거든요. 이슬아 작가님 글에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글쓰기 모임에는 브런치 작가분들도 계셔셔 저도 따라 브런치 작가도 신청하고, 또 그러다 보니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결국 책도 쓰게 되고요.
또 그 모임 중 한 분이 오마이뉴스 기자를 오래하셨는데, 모임 중 4명을 그룹으로 묶어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같이 쓸 기회도 덕분에 생겼죠. '낀40대'라는 공동주제로 그룹기사를 기획했어요. 같은 주제로 네 명이서 2주에 한 번 발행하는 방식이에요.

낀40대, 오마이뉴스 "40대가 된 X세대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같이 쓰시는 분들을 통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글쓰기 공간이 열렸군요! 얼룩소도 비슷하게 알게 되신 걸까요?
맞아요, 글쓰기 모임에서 누군가 소개해서 얼룩소도 알게 됐어요. 얼룩소 오픈 이튿날일 10월 1일부터 참여했어요! 여태껏 일상만 주제로 써왔는데, 얼룩소에선 주제가 있으니까, 재미있겠더라고요. 일상 이야기도 좋지만, 몰랐던 걸 알게 되는 글들도 섞여 있어서 좋아요. 대장동 블루스 읽으면서도 많이 새로 알게 됐고, 기후 위기 글 관련된 글들도 좋았어요. 저는 여기서 왠지 질문을 많이 던지고 싶었어요. 

얼룩소에 실배 님이 올리신 글, 거의 다 읽었어요. 업무강도도 만만치 않으시다는 걸 읽으면서 느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니, 도대체 어떻게 이 많은 글을 쓸 시간을 내시는 걸까 궁금해지네요.
사실 제가 아침 6시에도 줌에서 만나서 글 쓰는 모임을 하고 있어요. 일곱 명이 아침에 글을 써요. 다들 워킹맘이거나 직장인이라 바쁘니까, 아침에 딱 줌을 켜고 타자치는 손만 비춰놓고 글을 써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6시부터 7시까지 쓰죠. 그리고 7시에 내가 쓴 문장 중 인상 깊은 문장 하나를 공유해요. 
근데 저는 바로 이어서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곧장 한 시간 동안 또 써요.(웃음) 왜냐면 블로그에서 하는 글쓰기 모임 때문에 블로그에 글을 또 매일 써야 하니까요.(큰 웃음) 저는 주로 아침에는 얼룩소에 글을 쓰고, 출근길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점심 때 또 댓글 쓰고, 9시 퇴근할 때 또 댓글을 달아요.(왕 큰 웃음)

세상에나...
대신! 주말에 제가 또 좀 많이 써요.
네? ?!? !? 주말에는 이보다 더 쓰신다고요?
네, 주말에 더 많이 써요. 왜냐면 제가 출간 준비 중인 책이 있거든요. 1년 넘게 하고 있는 가족 독서모임에 대해서 쓰면 좋겠다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요. 또 오마이뉴스 기사도 2주에 한 번 써야 해서…

가족 독서모임도 하시는군요. 제가 실배 님 글을 읽으면서 했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쓰고 읽으시는 것 같아요. 모임 덕분에라도 필수로 읽고 쓰셔야 하는 양이 상당하겠어요.
독서모임을 제가 하는 게 있다보니 아무래도요.

가족 독서모임 말씀이시죠?
아니요, 제가 독서모임이 다른 게 또 있어서요.
예 !? !? !
내인생최고의책 독서모임이라고, 열두 명이서 한 달에 한 번 추천하는 책을 들고 와서 이야기하는 모임이 있어요.

이런 스케줄을 다 감당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요?
너무 좋아요, 그냥.
좋은 일이 있어도 그 좋은 일을 글로 쓰면 또 다같이 좋아지고, 또 살다 보면 괴롭고 슬프고, 의도치 않은 일이 생기는데, 전에는 술을 마셔도 해소되지 않는 게 있었는데요. 글을 쓰면 쓰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고요. 그냥 지나갔을 일상들이 다 의미가 생기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요.

좋아서 쓰시고, 또 쓰는 것 자체가 치유가 되는 순환… 일상과 고민을 진솔하게 기록하는 실배 님의 글들이 새삼 떠오르네요.
실은 제가 글쓰기 수업을 처음 갔을 때 혼이 크게 났는데, 제 글이 껍데기만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선생님께 들었어요. 저도 글 쓰는 게 그땐 처음이라, 발표 불안에 대한 글을 썼는데 아마 글 속에서도 저의 부족함을 감추고 싶었나봐요. 글에서 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다시 퇴고를 해오란 말을 들었죠. 그래서 다시 퇴고를 해갔더니, '아, 이제야 실배 님이 좀 보이네요' 라고 하셨어요. 
화려한 미사어구도 좋지만, 진솔하고 솔직한 글은 문장이 아름답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도 어떤 글을 보면, 정제되지 않았는데도 마음을 울리는 글들이 있어요. 얼룩소에도 그런 글이 많은 것 같아요. 아무튼, 그 뒤로는, 여전히 부끄럽지만, 있는 그대로 느끼는 대로 쓰게 됐어요.

실배 님 예전에 쓰셨던 글들 중 직업 이야기도 인상 깊었어요. 수많은 범죄자를 만나 교정 교화를 위해 애쓰셨고, 지금도 이곳 법무부에서 일선 기관들에 가는 예산을 다루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요. 혹시, 일과 글쓰기가 닿는 지점이 있을까요?
지금은 산하기관이 신청한 예산이 적정한지 판단하고, 배정하고, 또 기재부에 가서 예산에 대해 설명하고 국회에서 소명하는, 그런 역할을 해요. 그런데 예전에는 청소년비행예방센터라는 일선기관에서 초기 비행단계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일을 했어요. 거기서 아이들을 데리고 폭력예방교육, 절도예방교육, 인성교육, 상담을 하면서 아이들이 교화될 수 있도록 일했죠.

선생님 같은 역할일까요? 쓰고 싶은 일화가 많으면서도 또 쓰기 어려운 점도 있으실 것 같아요.
맞아요. 실제로 '담임'이라고 부르거든요. 아이들을 맡아서 가르쳤죠. 막상 보면 현장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비행사례들이 많거든요, 말도 안 되는 환경과… 퇴직 때까지 단 한 명만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게 만들어도 성공한 거다 싶지만, 제가 해보니까 한 명을 바꿔놓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여기서 잘 교육을 받아도, 또 원래 환경으로 돌아가면 그 환경에 노출이 되니까요. 제가 농담처럼 얘기하곤 하는데, 우리가 모르는 어둠의 세계가 있어요. 그 애들을 빛의 세계로 데려오는 게 역할이에요. 그중에는 또 변화되고, 빛의 세계로 돌아오는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사실 글로도 기록할 법한 에피소드가 너무 많죠. 하지만 아무래도 아픔이 담긴 얘기들은 제가 선뜻 글로 쓰기 조심스러운 점도 크고, 아직 저도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언젠가는 소설로 제 상상을 보태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도 해요.

글쓰기의 효능은 정말 써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인 것 같아요. 매일 써보라는 말과 비슷하게, 저는 '일단 써보라'는 말을 하곤 해요. 실배 님은 어쩌면 먼저 쓰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또 글쓰기 자체에 관해 계속 얘기함으로써 그 효능감을 전파하고 계신지도 모르겠네요 : )

자, 이제, 인터뷰 막바지인데요. 혹시 오늘 이 얘기도 꼭 남기고 싶다, 하시는 말씀이 있을까요?
아, 아까 인터뷰 연습할 때 준비했던 답변이요!
얼룩소에 처음 온 사람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냥, 부담 갖지 말고 쓰셨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그냥 계속 매일 쓰다 보면, 또 얼룩소에서 같이 소통하는 분도 생길 거예요. 꼭 어떤 보상이 아니더라도요. 일단 저부터도 부담없이 쓰고 있습니다.
진짜 얼룩소 너무 따뜻한 공간이에요. 정말 좋아요.


🐄 실배 얼룩커
by 김지은 에디터
이 글의 작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