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수도 없이 강조한 덕에,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 자유민주주의를 고른 걸까. 시장을 방치하고 필요할 때에 재정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가 정부수립 이래로 줄곧 따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일까. 이런 정치철학 이야기가 쓸모 없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철학 없는 정치는 유연함을 잃는다. 우리나라 자유주의자가 보여주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흔히 자유주의자는 사회문제가 심각하더라도 정부 예산과 권력을 억제해야 한다고 믿는다. 재산권과 표현의 자유를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하고, 정부는 최소한의 역할만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같은 이유로 복지국가를 자유의 적으로 보는 자유주의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유주의가 반드시 작은 정부, 야경 국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유주의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 동음이의어었고, 그만큼 내용이 풍부한 사상이었다. 사회문제에 개입하는 국가도 충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