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마을버스정류장이 있는 사거리는 서울명동만큼이나 북적거린다. 근처엔 어린이집, 초등학교, 고등학교가 있어 아침엔 학생들과 출근하는 사람들이 썰물과 밀물처럼 모여들고 빠져나간다. 잠시 후, 근처 공원의 무성한 나무위로 까치와 까마귀가 우짖을 때면 어르신들의 노점좌판이 하나 둘 펼쳐진다.
나는 미용실에서 펌을 하고 있었다. 통유리 창에서 보는 노점의 어르신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고구마나 늙은 호박, 대파, 배추, 동치미무 등을 앞자리에 나란히 놓았다. 미용실 원장이 오늘은 무슨 물건을 갖고 나왔을까 궁금해 하며, 지난번 밤고구마를 사다 쪘는데 그렇게 맛있었다고 중계를 한다. 그 고구마는 나도 먹어봤다. 어찌나 단지 설탕은 저리가라여서 나도 맞장구를 쳤다.
중화제를 바르고 편안한 소파로 옮기자 다른 손님이 내가 앉던 자리로 이동했다. 그러는 사이 원장이 잠깐만요, 하면서 자리를 비웠다. 곧바로 들어온 원장이 종이봉투에서 따끈따끈한 붕어빵 하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