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사람은 늦은 밤, 말로 할 수가 없어서 글로 쓴 것에 대하여 미안하다며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종이 위에 힘을 주어 꾹꾹 눌러 쓴 글자는 미안한 마음의 환유이자 단단한 결심이리라. 아마도 헤어질 결심을 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대에게 보내는 이별 편지인가 보다,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를 " ) 기억해 달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사실 이 이별 편지를 남기고 떠날 화자의 속마음은 내 모든 것을 기억해 달라고 그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순과 역설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이라고 믿는 나는 노래하는 사람의 이기심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장혜진의 << 1994년 어느 늦은 밤 >> 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2008년 어느 늦은 가을 밤이 떠올랐다. 서로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그녀를 택시에 태워 보낼 때 그녀가 내게 말했다. " 형, 이제는 진짜 안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