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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 고치기 2일차

그래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믿고, 그 반을 해낸 나를 다독이며 나머지 반을 해내기 위해 눈뜨자마자 오늘을 남긴다. 새벽 기상시간을 기록의 시간으로 가능한 정착시키고, 이 시간에 그날 주요하게 내가 시간을 배분해두어야지. 우선 오늘 운동은 아침에 스트레칭과 30분 산책을 근처 해야겠다. 운동은 이제 좀 선선해졌으니 다시 아침 시간대로 배치해야지! 오늘의 시청시간 기록. 어제 새벽 2시까지 뭐한다고 잠들지 않으며 버티다가 벌써 30분 넘게 영상시청 시간을 써버렸다.그래도 어제부터 시작을 하며 주춤하게 된 것에 그래도 잠잘 때 듣는 유튜브를 꺼두니 습관이 무섭다고 쉬이 잠들지 못했다. 공간을,시간을 채우는 공백에 익숙해져 가야지.그 여백을 만들어 오롯하게 나로 존재하기 위한 틈을 점차 넓혀가야지......조용히 다짐해본다. 이 새벽부터.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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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 고치기 1일차

좋은 습관을 새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데 나쁜 습관을 하나 타겟팅해서 고쳐나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일기처럼 부끄럽게도 시작해보는 이 글이 나에게 자극이 되기를 바라며 시작한다. 아동, 청소년 내담자들을 만나며 꽤나 많은 내담자들이 유튜브 중독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나의 경우도 아침에 묵상이나 명상을 유튜브로 시작하고, 아침 스트레칭도 즐겨 따라하는 유튜버의 영상으로 시작한다. 식단을 꾸릴 때도 야채는 어떻게 요리하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으면 찾아보는 유튜버가 있다. 상담을 하다 막힐 때도 주제에 따라 찾아보고, 이동할 때 책도 직접 종이책을 읽기보다는 책읽어주는 목소리 좋은 유튜버의 목소리를 듣곤 한다. 영어공부도 따라하면 되는 구문들을 반복해주는 유튜버의 목소리를 들으면 이동하기도 한다. 라디오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집에서 쉴 때는 더 심해진다. 영화를 보기보다는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버의 시선과 해석, 그의 편집력에 따라 영화를 보고 시간을 단축한다. 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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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09 - 그 정도는 예민하고 불안한 게 자연스럽다

그때는 그 검사가 뭔지 잘 몰랐지만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그때 했던 검사들이 MMPI도 있고, WAIS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검사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고, 물었던 거 또 묻고, 나는 지금 집에서 이런 힘든 일이 있어 심리검사를 해달라고 병원에 왔는데 왜 이런 퍼즐을 맞추고 있지 했습니다. 또 HTP, KFD 같은 그림을 그리는 시간도 있었고, Rorschach 검사도 했던 모양입니다. 데칼코마니한 것 같은 무슨 그림 카드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으니까요. 검사를 한참 동안 하고, 결과를 들으러갔던 날 '나보고 미쳤다고 하면 어쩌지? 정상이 아니라고 하면 어쩌지?' 내심 걱정했습니다. 보통 WAIS 지능검사 60분-90분 정도, MMPI 다면적 인성검사 60분 내외, TCI 기질 및 성격 검사 30분 내외, Rorschach 로샤 검사 40분 내외, 그 외 SCT 문장완성검사, HTP 그림검사, KFD 동적가족화 검사 등을 다 했...
젠더/청년/교육 · 건강/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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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08 - 나없이 나를 말할 수 없다

(다시 '나의 상담 일지' 연재를 시작합니다, 연재를 중단했던 이유도 다시 한번 찬찬히 써보려고 합니다) 도저히. 요즘 흉흉한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녀왔습니다. 신림 숲길에서...... 훤한 대낮 11시40분 즈음 자신이 살던 집에서 학교까지 숲길을 산책하며 출근하던 그분의 공간에 가서 그분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만나는 내담자들도 요즘 뉴스를 듣고 있으면 겁난다고 합니다. 어린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주 내담자들인데......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그분들에게 괜스레 미안해집니다. 함께 모여 외쳤습니다. 장갑차 말고, 경찰특공대 말고, 호신용품 말고, 성평등을, 젠더폭력 없는 세상을 원한다고요. 숲길 한 곳에 작은 꽃다발을 놓고, 묵념을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눈물이 나고, 나고 또 났습니다. 목졸리고, 맞고, 성폭력을 당했던 그녀의 모습과 '살려달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 중환자실...
젠더/청년/교육 · 노동/인권/사회 · 건강/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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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도 처서(處暑)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삐뚤어진 입으로도 나를 어찌나 잘 물어 대는 지 여기저기 빨갛게 물린 자국들이 선명하다. 그래도 나는 부풀어오르지 않고, 저렇게 작고 빨간 모기 입이 꽂혔던 자리만 남는다. 입이 삐뚤어져 지대로 피를 못 빨았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작은 물린 자국을 보며 속담을 다시 생각한다. 피식 웃음 짓게 된다. 어쩜 저런 재미난 속담을 생각하셨을까? 우리의 선조들은. 여름이 끝나간다. 모기도, 더위도 한풀 꺾인 게 느껴진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할 게 있다! 바로바로 달리기! 며칠 전부터 다시 야외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 동안 더워서 달리다 죽을까봐 달리지 않았다. 진짜 달리기가 싫어서가 아니고, 진짜루 달리다가 죽을 것 같은 날씨가 계속 이어졌으니까. 어제도, 그제도 한강으로 나가 달렸다. 사람들도 강아지들도 많이들 나왔다. 여기까지 내 두 발로 달려나왔던 게 언제였던가? 며칠 전에도 걸어오기는 했지만 달려왔을 때 마주하는...
건강/보건 ·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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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예술이다] 타인의 일상을 엿보다

처음이었다. 북미를 돌아보는 여행은. 뭐 그렇다고 새발의 피만큼도 돌아보지 못해 아직 아쉽지만 또 기회가 있겠지 싶어 미뤄둔다. 원래 먹는 것도, 여행도, 사람 관계도 아쉬움이 남는 게 딱 좋은 것 같다. 모자람도 넘침도 없이 딱 그 정도가. 내 여행의 철학은 '타인의 일상을 경험하는 것'인데. 딱 그랬던 거 같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여행지에서 비보잉하는 이들을 엿보고,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을 보기도 했다.  시카고라는 도시는 분수대와 호숫가,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 손석구가 중퇴했다는 학교(우연히 그 학교 앞에서 소나기를 피했다)를 보게 되었다. 소나기로 멈춰있게 되고, ej가 차를 가지러간 사이 나와 ej의 막내딸은 도보여행자가 지쳐 벤치에 쓰러진 컨셉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그 사진은 솔직히 창피해서 못 올리겠다 ㅋㅋㅋ 시카고는 콩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한다길래 가보았더니 정말 커다란 쇠로 된 콩이 있었다. 사저마다 시카고의 시그니처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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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예술이다] 날아간 결심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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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예술이다] 날아간 결심의 열매 2

4-5시간을 내리 달려도 산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호주를 여행하며 평야가 몇 시간씩 이어지던 곳에서 느꼈던 이국적이라는 느낌이 다시금 찾아왔다. 하늘이 서울에서 보던 것보다 2-3배는 더 넓어보인다. 산이나 빌딩에 걸려 잘려나간 하늘은 좁아지고, 날카로워지는데 이런 하늘은 그렇지 않다. 하늘이 넓어지면 나는 마음도 넓어지고, 내 시간도 내 시야만큼이나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서울로 돌아오면 조각난 하늘이라도 자주 보아야지 마음먹어본다. 특히 한강으로 나가 그나마 조금은 여유롭게 보이는 하늘을 자주 만나야지, 그래서 내 속도 조금 더 여유롭게 해야지! 사실 요즘처럼 덥고, 습하면 마음이 점점 더 좁아지고, 여유로움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조금만 여유를 내어보아야지. 여행을 돌아와 굳이 이렇게 다시 여행 사진들을 열어보는 것도 그래서다. 하늘뿐 아니라 지리시간에만 들어봤던 5대호를 들렀을 때도 좋았나보다 바다를 방불케하는 그 어마무시한 크기 앞에 우리는 물수제비나 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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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예술이다] 날아간 결심의 열매

영서씨가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그 노후가 없을 수도 있어요.라는 상담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내 여행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한국에 방문한 그녀들이 나를 만나러 금쪽같은 한국에서의 시간을 쪼개어 준 덕분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그녀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감히 미국과 캐나다에서 그녀들을 만날 생각은 꿈도 못 꿨을 것 같다. 사람은 그렇게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갑자기, 우연히, 자신의 의지를 사용해 운명을 만들어가는 것 같은 그 만남은 나를 이 먼 곳까지 불러들였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새벽에 일어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꿈 속에 있는 느낌이다. 나의 여행은 멈췄었고, 이제는 더 이상 여행을 다니지 말고 불안한 노후를 챙기기 위해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 돈을 아껴야지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그 불안해하는 노후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교훈은 첫 여행지인 시카고에서 피부로 체험할 수 있었다. 눈앞에서 교통사고가 나 사람이 붕 날아갔고, 차 유리가 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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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예술이다] 날아갈 결심

물론 제주도나 국내 여행을 했지만 코비드로 꽉꽉 막혀있던 여행 숨통이 트였다. 여행계획을 길게 했던 건 아니다. 그냥 캐나다와 미국에서 살고 있는 분을 우연히 글쓰기 모임에서 알게 되기도 하고, 내 책을 읽었다는 분이 한국에 방문하게 되며 만나게 되었다. 온라인에서 맺은 인연이 오프라인의 인연으로 이어져 그들이 살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까지 날아와버릴 결심을 했다. 언제나 여행을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설렌다. 특히 나처럼 특별한 계획없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그 설레임이 증폭된다. 1달 가까이 비행기 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지켜보다 출발 2주 전에 티켓팅을 완료했다. 여행지에서 살고 있는 지인들은 도대체 이 사람은 왜 비행기 시간을 안 알려주나 답답했을 거다. 오히려 현지에 있는 이들이 톡으로 자주 연락해 언제 오냐, 오는 거 맞냐? 비행기 시간은 어떻게 되는 거냐? 여행와서 뭐하고 싶냐? 묻고 또 물으셨다. 나는 내 여행의 컨셉을 여러 차례 강조해서 써보냈다. 저에게...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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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악한 영웅 아니고, 약한 영웅

처음 시작은 네이버웹투에서였다. 약한 영웅을 보기 시작했다. 약하고 작고 곱게 생긴 남자 아이가 심각하게 폭력적인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투력이 상승해가는 이야기였다. 성장드라마라고 하기에 너무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웹툰이라 그런지 현실감없이 시원하고, 폭력이 폭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약점이라고 표현한 건, 나의 경우에는 웹툰을 보면서부터 폭력을 따라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나도 이 악 물고, 한번 말해보고 싶어진다. "상황파악 안 돼?" 그런데 드라마는 더해서 문제다. 약한 영웅이 '꿈틀'거리며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행동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잘한다, 더 더'를 외치게 된다. 혼자 보니까 망정이지 내가 이렇게도 폭력적인 사람인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다. 드라마는 웹툰보다 이야기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이 감각적으로 잘 다가오고, 일단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뛰어났다. 특히 약한 영웅들에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잘 표현하며 어눌...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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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찾아올 때는.

불안이 급습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멍을 때려본다. 괜히 불안이란 녀석을 늪이라고 착각하지 않으려고 불안에 그냥 머물러주는 것이다. 불안하다고 허둥대거나 목표를 잃고 허둥대지 않으려고. 불안이 찾아올 때는 어떤 때인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안해할 만한 때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아닐 때도 있었지만 80-90%는 불안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때였다. 불안의 순기능 덕분에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 같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는데 공부를 안 해놓은 것 같으면 불안해서 공부를 했고, 마감이 다가오는 과제가 있으면 불안해서 서두르곤 했다. 일을 그만둘 때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타입이라 백수가 될 때도 불안했다. 정규직으로 일할 때는 이곳이 내가 계속 몸 담아야하는 곳인지 불안했다. 어디선가 내가 꼭 해야하는, 내게 꼭 맞는 그런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래서 모험을 하다하다 망망대해에 나선 돛단배가 된 느낌이다. 상담을 하고, 글을 쓰고, 폭력예방강의를 하며 살아가는 삶을 시작한...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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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첫 수박!

어릴 때부터 여름을 좋아했다. 여름은 물놀이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을 수 있고, 예쁜 여름 원피스를 입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여름방학은 겨울방학보다 더 좋았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여름에만 먹을 수 있었던 수박 때문이다. 요즘은 겨울에도 수박이 마트 한 켠에서 아주 고가의 가격표를 붙이고 누워있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그런 겨울 수박 구경은 어려웠다. 나는 해마다 그 여름의 첫 수박을 기다렸다. 외할머니께서 수박을 잘라주시면 우리 3남매는 쪼로록 앉아 조금이라도 더 도톰하고, 조금이라도 더 넓은 빨간 수박을 잡으려 노력했다. 특히 수박은 90% 이상이 수분인 과일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물을 좋아하던 나는 수박도 좋았다. 그때는 외할머니가 잘라줘서 참 먹기 편했는데 지금 내가 어른이 되어 수박을 사보니 알겠다. 수박은 정말 먹기 불편한 과일이라는 걸. 그 두껍고 단단한 껍질을 처리하는 것을 말할 것도 없고, 수박을 사오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올해도 여름...
건강/보건 ·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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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07 -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전문가에 의해 종합심리검사결과는 나를 정상적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래 가해자이지만 친아빠를 고소한 사람이, 가족으로부터 탈출까지 한 사람이 이 정도 불안이 올라오는 건 정상이지. 그런데 '정상'이 무슨 의미가 있기는 한 걸까?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맑은 정신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선택하고, 행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믿지 못해 객관적으로 알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이미 내가 정상이고, 가해자인 아빠가 비정상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나는 무엇을 더 알아보고 싶었던 것일까? 불안했던 것 같다. 피해 당사자로서 '저 멀쩡하거든요.'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가해자에게 갇혀 지냈던 시간들이 나를 망가뜨려 놓지는 않았을지 걱정도 되었다. 집을 나와 내가 겪은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소위 전문가들이 써놓은 책들을 읽었다. 당시에는 '근친상간'이라는 용어를 쓰던 시절이다. 끔찍했다. 혼자 속으로 '어, 저 서로 한 게 아닌데, 강간인...
노동/인권/사회 · 건강/보건
뉴욕타임스
게이머들의 채팅방에서 확산되는 혐오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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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

게이머들의 채팅방에서 확산되는 혐오 발언을 읽고 착잡했다. 여전히, 아니 더 심해졌나보네...... 싶어 마음이 아팠다. "어디서요?" "디코에서요" 이게 뭐지? 싶었던 그때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들을 상담하며 알게 된 디코세상. 그렇게 수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슬프다. 요즘은 N번방 뉴스가 잠잠해졌고, 디지털성범죄 관련 뉴스가 없으니 디지털성범죄나 디지털성범죄피해자가 없어진 것처럼 느껴지기조차 한다. 어쩌면 내가 그곳을 떠나와서인지도 모른다. 힘들었다. 피해자들의 피해물을 보는 것도, 피해 이야기를 듣고, 속수무책으로 유포가 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답이 별로 없었던 게 마음 아팠다.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 그걸로 충분하지는 않았다. 게임을 모르는 나는 처음에는 '디코'가 뭔지도 몰랐다. 그 속에서 소통하는 방식......끔찍하게도 폭력적이고, 어린 여성 피해자들을 사람처럼 취급하지 않는 그 세상을 알게 되고 한 동안 ...
노동/인권/사회 ·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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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대로 괜찮은 상담실'에 다녀왔어요.

생각보다 상담자들에게 상처받고 가는 내담자들이 있었구나......를 깨닫게 해주는 교육이었다. 성소수자 상담을 하게 되는 상담자들께서는 다다름 기억해두었다 교육이나 워크숍이 있다면 들어보심 좋을 것 같아 소개하고 싶었다.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을 만나다 보면 내담자는 상담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상담 초기 또는 상담을 진행하다 '아, 이 내담자에게는 더 잘 맞는 상담자가 있겠다, 이분을 상담하기에는 아직 내가' 이러면서 리퍼를 해드리기는 할 수 있지만. 어찌 됐든 상담센터나 상담사를 찾아오시는 분은 내담자분들이시다. 예전에 어떤 상담자가 나에게 본인이 무료로 상담을 해주고 싶다고 하며 선의를 베푸셨지만 그때 나는 내가 당시에 다루고 싶은 주제를 입 밖으로 꺼내기도 전부터 내 책을 먼저 읽었던 상담자였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시는데...... 아 못하겠더라. 두번 정도 만난 후 그만 만나고 싶다고 했었다. 이런 경우처럼 상담은 상담자가 먼저 제안해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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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스물다섯 스물하나" 정주행 도대체 몇 시간째야

첫번째로 좋았던 건, 드라마를 이끌어가기 위한 악인이 없다는 점, 그게 드라마를 따라가는데 불편함이 없고 마음에 누군가를 미워하며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되어 좋다. 심지어 전교 1등을 하는 반장조차 전혀 재수없지 않고 심지어 멋지다! 전교 꼴찌가 폭력교사에게 계속 두들겨맞는 친구를 위해 상습적으로 학생을 패는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고, 이 과정에 자퇴한다. 교사가 요구하는 사과를 하느니 자퇴를 하는데 그 시점이 수능 1달을 앞두고 있었기에 놀랍지만 통쾌하다! 전교 등수를 뒤에서 1, 2등 하는 커플조차 너무 사랑스럽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최현욱 배우 전교 꼴찌로 나오는데 어쩜 그렇게 귀엽고, 순수하게 사랑하는 청소년 연기를 잘하는지! 약한영웅에서도 짱 멋이더니. 특히 공부를 못해도 찌그러져 지내지 않고, 자신을 7반 이쁘니라고 당당하게 부르는 모습이 좋았다. 그냥 존재 자체로 자신을 좋아하는 느낌적인 느낌. 두번째로는 여기서 풀어가는 로맨스는 연애 그 이상의 사랑이라 좋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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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울하다면, "기분이 없는 기분"

서지정보 구정인, "기분이 없는 기분", 창비, 2019.너무 살아 있는 내 딸과 너무 죽어 있는 내 아버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주인공은 오랫동안 연락없이 지내던 아버지의 고독사를 겪게 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의 친구도 할아버지께서 혼자 사시던 집에서 돌아가신 후 며칠 만에 발견되어 장례를 치르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친구의 아버지께서 너무 힘들어하셨다고 한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니까. 그런데 샤워하다 미끄러지신 건지 어떤지 뒤로 넘어져 다친 상태에서 돌아가시고 며칠 만에 시신이 부패가 진행되었던 아버지의 시신을 보고 많이 힘드셨겠지. 이 책에서 주인공은 경찰들이나 특수 청소 업체 사람들이 시신이나 집 안 상태는 안 보시는 게 좋다고 하며 말린다. 문제는 장례를 치르면서부터 온갖 자책이 상상속의 관중들의 목소리를 불러오는 장면부터다.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일상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기분이 없는 기분'에 빠져든다. 그렇다고 막 슬픈 것도 아니고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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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06 정상이라는데, 나는 왜?

무슨 검사들을 받았는지 정확히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보통 풀배터리(Full Battery) 검사를 받게 될 때 하는 검사들은 다음과 같다. 사전면담을 통해 검사를 받으로 온 이유를 상담하고, K-WAIS(지능검사), MMPI-2(다면적인성검사), 로샤검사, SCT(문장완성검사), HTP(집나무사람 그림검사), TAT(주제통각검사), TCI(기질 및 성격검사), BGT(벤더게슈탈트검사), KFD(동적가족화검사) 등을 한다. 기관마다, 또는 피검사의 의뢰사유에 따라 가감하여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나는 그 당시 어떤 검사들을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지능검사랑 MMPI, 로샤 검사는 정확히 기억한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고 속시끄러운데 뭐를 다양하게 답하느라 오락가락했던 것도 생각나고, 자잘자잘하게 속시끄럽게 하는 질문들이 곳곳에 배열된 몇 백 개의 질문에 '예, 아니오'로 답해야했고, 박쥐같은 데칼코마니 그림을 보면서 뭐가 보이는지 설명하라는데 정신이 사나웠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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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는 왜 드라마 "종이달"에 빠졌나?

제일 먼저 배우 '이시우' 그냥 이제부터는 솔직하기로 마음 먹었다. 새로운 배우를 한번씩 발견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나의 해방 일지 때는 구씨에 푹 빠졌었는데......이미 까먹었다) 착해보이는 얼굴, 쌍꺼풀없는 눈매, 잔잔한 목소리와 노래까지 편안하다. 그 속에서 제일 눈빛 연기가 마음에 들었을 때는 박병식 할아버지가 돈을 받아가고 싶으면 뭐든지 할 수 있냐고 하며 침을 탁 뱉었을 때, 나름 성깔있게 쏘아보던 그 눈빛. 나는 그 장면을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른다. 난 순딩순딩해보이는 사람이 성깔부릴 때 느껴지는 통쾌함이 좋다. 김서형 배우와 연기를 할 때도 전혀 밀리지 않는 그 감각도 좋았다. 물론 드라마에서 순수하고 가난하던 청년 시절, 김서형에게 '사고예요'를 고요히 읊조리던 그 사랑이 변질되어가는 과정에서 뒷부분에서는 매력을 잃었지만.  그리고 김서형 언니!!! 언니라고 이제부터 부르려고 마음 먹었다. 연기인 건 알지만 왠지 모르게 이 언니라면 이럴 수도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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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피해자들이 편안해질 수 있게, "비밀을 말할 시간"

서지정보  구정인, "비밀을 말할 시간", 창비, 2020. 출처 : 알라딘 은서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 성추행을 당한다. 그러나 은서는 성추행범이 아닌, 가만히 있었던 자신을 탓하게 된다. 나도 직장에서 이상한 교수가 성적 불쾌감을 주는 말을 했다. 그 교수는 점심을 먹다가 "나랑 잘래요?"라고 물었다. 그때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밥숟가락을 탁 내려놓고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자책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뭘 잘못했나? 왜 저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지?'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는 '왜 나는 가만히 있었지? 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지?' 라고 자책했다. 그런 나와 너무도 닮은 은서. 바보 멍청이, 왜 가만히 있었어? 은서는 지하철 성추행 후, 어릴 적 놀이터에서 모르는 아저씨에게 겪었던 성추행이 떠오른다. 그때도 말하지 못했다, 아무에게도. 그 기억 속 어린 은서를 다시 떠올리게 된 은서는 일주일 내내 성추행과 그로 인해 떠오르는 여러 질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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