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보다 초고추장이 어울려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내 삶을 나답게 살고 싶은
2024/03/14
 일터에 적응하느라 폭풍 같은 날을 보내던 1월이었다. 존재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잃어버린 감을 찾느라,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이어가며 무난하게 팀에 스며드느라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그 와중에도 거의 매일 써왔던 글을 놓지 않으려 꼭 붙잡았다. 무슨 대단한 글을 쓴다고 피곤한 몸뚱이를 밤마다 모니터 앞으로 끌어 앉혔다. 쓰지 못하는 날은 읽기라도 했다. 연신 꾸벅꾸벅 잠을 이기려는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연 2회 발행하는 한 매거진의 투고 작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주제는 [주부라는 직업]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지원을 했다. 처음 맞닥뜨리는 과정이 순조로울 리 없었지만 ‘에이, 못 먹어도 고!’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동안 얼룩소에 써온 결이 비슷한 글들을 추려내고, 간략히 소개를 담아 지원서를 보냈다.

 대표님께 메일이 왔다. 덕분에 얼룩소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글을 어떤 방향으로 쓸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요청을 하셨다. 방향? 지금껏 손 가는 대로 기분내키는 대로 쓰기만 했지 나아갈 곳을 정해두고 쓴 적은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 지원을 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죄송하다고, 지원서는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 할까?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누군가 얼굴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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