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내 얼굴이 좋아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5/18

“우리 채원이 대학 갈 때, 쌍꺼풀 수술은 할머니가 시켜준다.”
“할머니, 쌍꺼풀이 뭐예요? 저 수술해야 해요? 왜요?”
“하면 예뻐지는 거!!”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시어머님께서 하시던 말이다. 쌍꺼풀이 뭔지 모르는 아이가 그게 뭐냐고 물었다. 갑자기 자신이 성인이 되면 수술을 받게 생긴 아이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잔뜩 있는 눈치다. 열 살이 되니 외모에 관심이 생기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돌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할머니 말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하다. 

“엄마, 나 쌍꺼풀 수술 꼭 해야 해?”

“아니, 꼭 해야 하는 게 어디 있어? 네 얼굴인데, 네가 하고 싶으면 수술을 받아도 되고 안 해도 돼. 엄마는 지금 우리 채원이 얼굴이 좋은데?”

“그럼 나 수술 안 할래, 나도 내 얼굴이 좋아! 쌍꺼풀 없어도 화가 될 수 있지?”

당연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에 외모가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라고 말은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가 살았던 세상과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조금은 달라지기를 바랐다. 외모를 떠나 겉과 속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시댁에 가면 한두 번은 꼭 나오는 것이 아이들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아직 자라나는 아이들이니 갈 때마다 변한 얼굴에 입을 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호리호리하고 얼굴이 작은 아들에게는 ‘사내자식이 덩치가 있어야지, 좀 많이 먹어라!’ , 약간 통통한 딸아이에겐 ‘여자는 날씬해야 한다’, ‘살찌면 둔해 보여’, ‘공부만 열심히 해라, 어른 되면 저절로 살이 빠진다’와 같은 말씀을 하신다. 웃고 가볍게 넘어갈 만도 하지만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제발 그만 좀 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차마 입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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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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