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께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3/18
안녕하세요. 저는 지방에 살고 있는 평범한 워킹맘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인수위 관련 기사가 쏟아지네요. 대통령 자리에 앉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게 얼마나 많을까요. 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매일 쏟아지는 일거리에 몸과 마음이 지치는데, 하물며 한 나라라니요.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하루하루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이렇게 바쁘신 분께 편지를 쓰는 건 다름아니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때문입니다. 설마설마했습니다. 청와대를 이전한다고? 그 밖에도 할 일이 많으실텐데, 청와대를 기꺼이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이전까지 하신다니요. 국민들을 생각하는 당선인님의 마음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청와대를 왜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생각하셨나요? 청와대는 원래 국민의 것은 아닌데 말이죠. 청와대는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대신 잘 좀 일하라고 허용한 공간이 아닌가요. 지금도 청와대 견학은 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국민에게 돌려준 건 청남대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청남대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으로, 1983년부터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던 곳이죠. 청남대 개방은 유시민 작가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해 이뤄진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저는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언젠가 한번 꼭 가보고 싶습니다. 넓은 잔디밭과 숲길, 양어장에 초가정까지 정말 볼거리가 많더군요. 사실 지금의 청와대보다 더 좋아보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청와대를 왜 국민들에게 돌려주려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은 청와대보다도 더 좋은 핫플레이스를 많이 알고 있답니다. 이제 당선인님은 얼굴이 많이 알려지셔서 잘 다니지 못하시겠지만, 저희는 사실 휴무일을 놓칠세라 꼬박꼬박 잘도 싸돌아 다닌답니다. 코로나로 해외 여행길이 막혀도 문제 없습니다. 전국을 누비며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저희들이 갈 곳이 없을까 걱정하는 마음은 넣어두셔도 됩니다.

집무실 이전 자리로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가 거론되고 있더군요. 유현준 건축가가 그러...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1.1K
팔로워 1.4K
팔로잉 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