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작숲]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9/04
콩작숲은 지금 ⓒ콩사탕나무

장마가 지나간 것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또 며칠 비가 내렸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후덥지근한 공기 탓에 기분이 처지고 불쾌감이 들었다. 습기에 줄기가 다 물러버린 식물들이 꽤 있었다. 올여름 식물들은 ‘타죽거나, 물러 죽거나’라며 한탄하던 프로 가드너인 지인의 말이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여름의 끝자락, 페퍼민트, 세이지와 버베나, 수국만이 녹음의 정원을 장식한다. 살랑살랑 날아오는 나비와는 달리 몸집이 커서 푸드덕거리는 제비꼬리나비가 며칠째 마당에 얼씬거린다. 그러고 보니 이른 봄엔 배추흰나비가, 한여름엔 호랑나비가, 그리고 지금은 시커먼 제비꼬리나비가 계절을 따라 나의 작은 마당에 차례로 들렀다. 지금까지 살며 한번도 내 눈에 들어온 적이 없는 광경이다.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세상은 무심했던 이전과는 달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의 나 보다 지금의 내가 조금은 깊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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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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