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2/10

이틀 동안 아이들이 집을 비웠다. 체육관에서 일박 이일로 겨울방학 수련회를 갔기 때문이다. 아이들만 보내는 것이 걱정이 되어 신청을 하지 않을까 했다. 친구들과 너무 가고 싶어 하는 얼굴을 외면하기는 힘들었다. 인원이 많지 않은 데다 관장님과 사범님이 동행했기에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워터파크와 놀이공원을 부모가 없이 간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지난여름 아들이 처음으로 2박 3일의 안전 캠프를 다녀오는 것으로 홀로서기(?)를 성공했다. 딸아이는 처음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오빠보다 더 야무진 구석이 있어 믿어보기로 했다. 전날 백팩에 짐을 싸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수영장에서 절대 뛰어다니지 말고, 나오면 깨끗하게 씻고, 로션은 듬뿍 발라야 한다, 놀이동산에서는 혼자 다니지 말고 어쩌고저쩌고 쉴 새 없이 주의사항을 읊어대는 나를 보고 남편이 한 소리를 한다.

“알아서 잘 할 거야!”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똑같은 소리를 앵무새처럼 되뇐다. 현관문을 나서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었다. 

“엄마는 오늘 너희가 집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이상한데? 잠도 못 잘 것 같아. 너희는 잠 잘 올 것 같아?”

딸아이가 하는 소리가 가관이다.

“우리도 스트레스 좀 풀어야지. 하루 정도는 잠 못 자도 괜찮아.”

“무슨 스트레스가 그렇게 쌓였어? 뭘 풀어?”

“어린이들도 스트레스 있다는 거 몰라? 엄마, 아빠도 우리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놀아!”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자유부부의 일박 이일 

그렇게 서로에게서 잠시 떨어진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럼 우리도 질 수 없지. 아이들 보다 더 재미있고 알차게 보내야지. 남편이 아이들 수련회 일정에 맞춰 스노우 보드 강습을 예약했다. 스키를 몇 번 타본 적이 있지만 나이 들어(?) 무슨 보드냐고 타박을 줬다. 활동적인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싫은 티를 팍팍 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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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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