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수지 · 글사랑이
2023/12/15
나는 손놀림이 느리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손이 느리다고 해서 꼼꼼하리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게다가 젓가락질도 완벽하지 않아서 먹을 때마다 잘 흘린다. 엄마는 내 주위가 깔끔하기를 원하셨다. 설거지를 마무리할 때도 싱크대의 물기를 깨끗하게 닦아놔야 엄마는 만족해하셨다. 엄마의 잔소리는 강력해서 물기 있는 싱크대를 보면 엄마의 잔소리가 자동으로 재생이 된다. 엄마는 손이 무척 빠르고 뭘 만들든 거침없이 잘 만드셨다.  엄마는 칠순이 넘는 나이까지 뭘 만드는 일을 부업으로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 엄마의 유전자는 나도 남동생도 물려받지 못했다.

그래도 1%의 유전자가 있어서 일까? 난 손으로 뭘 하는 걸 좋아하기는 한다. 그런데 느려도 너무 느리다. 남들이 세 개 할 동안 난 겨우 하나를 할 정도이다. 내 손은 일복 있게 생겼다고 할 정도로 다부지게 생겼다.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은 공부벌레들의 상처처럼 휘어있다. 난 엉덩이만 무거운 학생이었는데 손으로 끊임없이 쓰고 동그라미를 치며 열심히 외워댔지만 머리는 공상하느라 집중을 못 했다. 손톱에 있는 하얀 반달도 없다. 그만큼 손톱도 짧다. 못생긴 손이 나이 드니 더 못생겨졌다. 손이 느린 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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