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2/11/01
이른 아침 부엌에서 칙칙칙 울리는 압력 밥솥의 추가 알람처럼 들린다.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가보면 분주한 엄마의 뒷모습이 보인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재료들이 싱크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풋풋한 오이 냄새가 기분 좋게 정신을 깨운다. 

“얼른 씻고 준비 해라” 

4남매가 사는 집에 누구 하나라도 소풍을 가는 날은 엄마가 김밥을 스무 줄 가까이 만들었다. 

김밥을 싸는 날이면 아침밥도 김밥이다. 도시락으로 싸 가는 김밥 보다 아침에 둘둘 말아 바로 썰어 주는 미지근한 김밥 맛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김밥은 체하기 좋다며 엄마는 따뜻한 숭늉 물을 함께 내 주었다. 
야무진 손 끝으로 단단하게 말아 깔끔하게 썰어낸 김밥을 도시락 통에 담아 가방에 넣어준다. 

집에서 만 김밥의 맛은 아무리 맛있는 김밥집의 김밥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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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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