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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습니다]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
2023/10/28
안녕하세요. 번역가이자 얼룩커로 활동하고 있는 박산호입니다. 100여 권의 책을 번역한 17년차 번역가입니다. 스릴러 작품을 많이 번역하게 되면서 그 경험을 살려 스릴러 소설도 한 편 썼습니다. 작년에 나온 『너를 찾아서』라는 소설입니다. 워낙 스릴러를 좋아해서 쓴다면 스릴러라고 생각했어요. 소설을 쓸 때, 특히 한국에서는 등단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저 역시 그런 생각에 좀 겁이 났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이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안 쓰면 안 되겠다 생각해서 몰아치듯 썼습니다.
처음 스릴러 번역을 하게 된 건 영화 <양들의 침묵>을 보고 받은 충격 때문이에요. 그때 비로소 스릴러라는 세계를 발견한 거죠. 그래서 한동안 빠져서 엄청나게 영화를 봤고요. 영미 스릴러 소설을 다 섭렵했어요. 그러다 나중에 로렌스 블록이 쓴 소설을 번역하게 됐을 때는 정말 기뻤죠. 영미 스릴러 소설 덕분에 번역의 세계에 들어온 거니까요. 또한, 언젠가 꼭 그처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일본 작가 기리노 나쓰오예요. 『아웃』을 읽고 너무 좋았거든요. 언젠가는 『아웃』 같이 정말 처절하게,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작품을 써보고 싶어요. 흥미로운 것이, 제가 재미있는 책 좀 읽고 싶다, 싶으면 어느새 일본 스릴러나 미스터리를 읽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아사다 지로라든가 미야베 미유키처럼 재미있게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얼룩소>에는 올해 3월에 첫 글을 올렸습니다. 김지수 기자를 시작으로 김완 작가, 최은숙 인권위조사관, 심에스더 성교육 전문가 등을 인터뷰했고 번역가의 영어 공부법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런던 여행을 다녀와서 후기를 남기기도 했고요. 어제는 <얼룩소>에서도 유명한 이집트학 연구자 곽민수 님 인터뷰를 올렸습니다. 우리 사회의 특별한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철학, 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라는 장르로 소개해볼 예정입니다. 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무척 즐기거든요. 작년에는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를 만나 인터뷰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의 좋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처음 스릴러 번역을 하게 된 건 영화 <양들의 침묵>을 보고 받은 충격 때문이에요. 그때 비로소 스릴러라는 세계를 발견한 거죠. 그래서 한동안 빠져서 엄청나게 영화를 봤고요. 영미 스릴러 소설을 다 섭렵했어요. 그러다 나중에 로렌스 블록이 쓴 소설을 번역하게 됐을 때는 정말 기뻤죠. 영미 스릴러 소설 덕분에 번역의 세계에 들어온 거니까요. 또한, 언젠가 꼭 그처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일본 작가 기리노 나쓰오예요. 『아웃』을 읽고 너무 좋았거든요. 언젠가는 『아웃』 같이 정말 처절하게,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작품을 써보고 싶어요. 흥미로운 것이, 제가 재미있는 책 좀 읽고 싶다, 싶으면 어느새 일본 스릴러나 미스터리를 읽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아사다 지로라든가 미야베 미유키처럼 재미있게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얼룩소>에는 올해 3월에 첫 글을 올렸습니다. 김지수 기자를 시작으로 김완 작가, 최은숙 인권위조사관, 심에스더 성교육 전문가 등을 인터뷰했고 번역가의 영어 공부법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런던 여행을 다녀와서 후기를 남기기도 했고요. 어제는 <얼룩소>에서도 유명한 이집트학 연구자 곽민수 님 인터뷰를 올렸습니다. 우리 사회의 특별한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철학, 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라는 장르로 소개해볼 예정입니다. 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무척 즐기거든요. 작년에는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를 만나 인터뷰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의 좋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우리 사회의 좀 특별한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일, 철학,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시리즈. 한 권의 책이자 하나의 우주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전하겠습니다.
@ocean0220 좋은 번역에 관한 지적이고 깊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역 작업할 때도 참고할게요. 번역 작품에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또한 고맙고요.^^
@설향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재와 글쓰기 중 뭐가 더 재미있느냐고 물어보신다면 단연 글쓰기입니다. 취재는 밑작업과 같아서 시간과 끈기와 에너지가 들어가는 작업이죠. 지루할 수 있는 일이고요. 반면 글쓰기는 백지 안에서 마음껏 춤출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글이 안 풀리면 백지는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지만요. ㅎㅎ
@Sospcoco 음, 아카데미를 가야 한다, 아니면 독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가 내긴 힘들고요. 왜냐하면 저는 선생님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니까요. 다만 일정 정도 영어와 글쓰기 실력이 있어야 하니 그런 의미에서 영어 독해 학원을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첫 책은 어떤 장르로 시작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본인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장르로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번역가라고 해도 모든 장르를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 본인이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그것부터 생각해보시면 좋아요.
번역을 배우기 위해서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수업을 받는
게 좋을까요? 혼자 공부해도 가능할까요? 첫 책을 어떤 장르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지도 궁금합니다.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쓰는 글이라곤 일기밖에 없는데요. 번역가님 글을 읽으니까 글을 창작하는 일은 정말 다양한 자극을 깨워주는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용~~
질문입니다. 글을 창작하기 위해 취재를 하는 일과 취재를 마친 후 글을 쓰는 일 중 어떤 활동을 더 선호하시는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저에게는 '저 번역가님이 번역하신 책이라면 일단 믿고 읽어보자' 하는 번역가님이 몇 분 계세요. 해외소설의 한국어판을 고를 때 번역가가 누구인지, 그간 어떤 책을 번역했는지, 어떤 언어를 전공하고 경력을 쌓았는지 살펴보고 고르는 편이거든요. 저는 번역가도 역시 창작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세계문학 작품들을 보면 번역가가 누구냐에 따라서 같은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읽히기도 하잖아요. 번역가가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해야 한국 독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물이 똑같을 수 없겠죠. 사실 원서를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이 되었는지 판단하는 건 독자로서 가능한 영역이 아니어서, 제가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하는 건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고,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의 이어짐이 자연스럽고, 충분히 책에 빠져들어서 마음에 와닿을 수 있게 하는 번역이에요.
가끔 번역서의 오역을 지적하는 독자의 글을 출판사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에서 보기도 하는데, 사전적 의미와 다르다거나 자신이 해석한 것과 다르다고 오역이라고 하는 글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문학 번역에 모범답안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좀더 나은 번역을 고민하는 모든 번역가님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좋은 책을 모국어로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매오 비평까지는 아니지만 원전을 최대한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선 비슷한 면이 있지요^^
"스릴러 작품을 많이 번역하게 되면서 그 경험을 살려 스릴러 소설도 한 편 썼습니다."라는 말씀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번역은 과연 단순히 언어를 바꿔주는 게 아니라 맥락을 다루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점에서 보면...어쩌면 비평과 장르적으로 공유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박산호 A. 크리스티 전작을 읽은 분은 안창림 교수입니다. 지인의 문중 사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수재 중 수재입니다.
http://www.ewha.ac.kr/ewha/professor/info.do?mode=view&pId=8uwIvdMWI2HAqMxCJ2UB2A%3D%3D
@노영식 1. 와, 아가사 크리스티 전작을 다 읽어본 분과 만난다면 대화가 너무 즐거울 것 같습니다. 제가 제일 하고 싶은 질문은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 중에 최애 캐릭터가 누구인지, 가장 영리한 작품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군요.
2. 사실 브론테 자매중에서도 제가 공부한 작가는 샬럿 브론테입니다. 하지만 스릴러 소설의 시각에서 볼 때 폭풍의 언덕은 정말이지 근사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흘러넘치는 에너지는 지금 읽어봐도 컥 소리가 나지요.
3. 이윤기님이나 무라카미 하루키나 두 분 다 너무 대가시라 감히 뭐라 평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하루키의 경우는 음악에 대한 무한한 사랑 덕분에 문장에 서린 음악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루키의 문장은 저도 너무나 닮고 훔치고 싶은 문장이기도 하지요.
@ocean0220 좋은 번역에 관한 지적이고 깊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역 작업할 때도 참고할게요. 번역 작품에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또한 고맙고요.^^
@설향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재와 글쓰기 중 뭐가 더 재미있느냐고 물어보신다면 단연 글쓰기입니다. 취재는 밑작업과 같아서 시간과 끈기와 에너지가 들어가는 작업이죠. 지루할 수 있는 일이고요. 반면 글쓰기는 백지 안에서 마음껏 춤출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글이 안 풀리면 백지는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지만요. ㅎㅎ
저에게는 '저 번역가님이 번역하신 책이라면 일단 믿고 읽어보자' 하는 번역가님이 몇 분 계세요. 해외소설의 한국어판을 고를 때 번역가가 누구인지, 그간 어떤 책을 번역했는지, 어떤 언어를 전공하고 경력을 쌓았는지 살펴보고 고르는 편이거든요. 저는 번역가도 역시 창작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세계문학 작품들을 보면 번역가가 누구냐에 따라서 같은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읽히기도 하잖아요. 번역가가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해야 한국 독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물이 똑같을 수 없겠죠. 사실 원서를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이 되었는지 판단하는 건 독자로서 가능한 영역이 아니어서, 제가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하는 건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고,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의 이어짐이 자연스럽고, 충분히 책에 빠져들어서 마음에 와닿을 수 있게 하는 번역이에요.
가끔 번역서의 오역을 지적하는 독자의 글을 출판사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에서 보기도 하는데, 사전적 의미와 다르다거나 자신이 해석한 것과 다르다고 오역이라고 하는 글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문학 번역에 모범답안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좀더 나은 번역을 고민하는 모든 번역가님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좋은 책을 모국어로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번역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 최근 읽은 한국소설 중 가장 좋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라일라> 꼭 읽어볼게요.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
@박산호 귀한 답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혼자 가지고 있는 고민과 생각들인데 이렇게 다른 번역가에게 물어볼 기회는 거의 처음 가져보는 것 같습니다. 답변이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
박산호님처럼 대단한 번역가는 아니지만 영한 번역으로 생계의 일정 부분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동료 번역가가 없는데 이렇게 질문+조언을 얻을 기회가 오다니 귀하네요. 실례가 안 된다면 (꽤 긴 질문들이 되겠지만) 염치 불구하고 이런 저런 질문들 남겨보겠습니다.
Q. 저는 주로 약관, 계약, 가이드, 설문 등 회사나 교육 기관의 기능 문서들을 번역해왔습니다. 이쪽 분야는 기계 번역 시장이 확대되면서 번역가의 자리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습니다. 단가도 낮아지고 일거리도 눈에 보일 만큼 줄어들고 있어요.(문서 특성상 기계 번역으로 대체되기 쉬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문학이나 서사 중심 콘텐츠로 영역을 넓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인데 이쪽 분야는 기계 번역의 활용도가 어느 정도 확대되는 중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문학, 서사 중심 콘텐츠 번역의 경우 갖추어야 할 역량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Q. 제 경우에는 번역하는 콘텐츠의 절대량이 많을수록 용어의 일관성을 유지하거나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비슷하게 가져가는 게 어렵습니다. 엑셀로 단어표도 만들어보고, 퇴고 때 메모도 해보고 하지만 쉽지 않네요. 혹시 이런 부분에 있어서 번역가님만이 가진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Q. 번역가님은 번역의 퇴고를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첫 번역 때 신중하게, 최대한 완성도 있게 번역해서 퇴고 과정을 최소화하시는 편인가요?
Q. 조금 사적인 질문이지만 번역 일을 하시면서 생긴 직업병 같은 게 있으신가요? 전 번역 작업(특히 영상 번역)을 끝내고 나면 1~2일은 외국 영화를 못 봅니다. 어느 순간 영화가 아니라 자막 맞춤법/오탈자를 보고 있더라고요. ㅠㅠ
그리고 번역가님이 남기신 '좋은 번역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적어도 제 번역 영역에 한정했을 때는) '어떤 배경 지식 없이 번역본을 보더라도 문장들만 따라가면 그 내용이나 얼개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번역'입니다 :)
@Sospcoco 음, 아카데미를 가야 한다, 아니면 독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가 내긴 힘들고요. 왜냐하면 저는 선생님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니까요. 다만 일정 정도 영어와 글쓰기 실력이 있어야 하니 그런 의미에서 영어 독해 학원을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첫 책은 어떤 장르로 시작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본인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장르로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번역가라고 해도 모든 장르를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 본인이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그것부터 생각해보시면 좋아요.
번역을 배우기 위해서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수업을 받는
게 좋을까요? 혼자 공부해도 가능할까요? 첫 책을 어떤 장르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지도 궁금합니다.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쓰는 글이라곤 일기밖에 없는데요. 번역가님 글을 읽으니까 글을 창작하는 일은 정말 다양한 자극을 깨워주는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용~~
질문입니다. 글을 창작하기 위해 취재를 하는 일과 취재를 마친 후 글을 쓰는 일 중 어떤 활동을 더 선호하시는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아매오 비평까지는 아니지만 원전을 최대한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선 비슷한 면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