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쓸 것인가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1/07
 시간의 감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독감으로 등원, 등교를 하지 않으면서, 나까지 일을 하지 못하고 집에만 박혀 있은 지 닷새가 흘렀다. 이번주는 내내 새벽에도 아이들 이마를 짚고 해열제를 먹이고, 뒤척이는 아이들 때문에 나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 하다 보니 아침에는 좀 늦잠을 잤다. 느지막이 일어나면 남편은 이미 출근을 하고, 아이들과 나는 늦은 아침을 먹는다. 열이 내리면 말짱하게 놀이를 하는 녀석들이지만 독감 때문인지 통 입맛은 없다. 마트를 가지 못해 계속 냉장고를 뒤져 간신히 한 끼 식사를 차리는데, 아이들은 그때마다 이전처럼 맛있게 먹지 못하고 온몸을 비튼다. 어떻게든 먹어야 몸이 나아진다고 어르고 달래 밥을 먹이고 나도 한술 뜬다.

  아이들은 어디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아서인지 크게 보채지는 않는다. 대신 게임을 하는 시간이 좀 늘었다. 아이패드로 평소보다 조금 더 긴 시간 게임을 하고, 집에 있는 온갖 보드게임을 꺼내 놀이를 한다. 다행히 격리 전 도서관에서 새로 빌려온 책들이 좀 있어 그 책들을 꺼내 읽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을 깔깔대며 시청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놀다가 싸우면 중재에 나서고, 같이 보드게임을 하기도 한다. 곁에서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대기도 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남편도 집으로 돌아온다. 부랴부랴 밥상을 차려 저녁 한 끼를 먹고 나면 다시 아이들을 재울 시간.   

  이처럼 온종일 엄마로만 사는 날엔 아이들이 잠들고 난 뒤의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된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가 그랬고, 삼 년 전 코로나가 처음으로 퍼지기 시작해 세상이 멈췄을 때가 그랬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나만의 시간을 아예 꿈도 꾸지 않아 억울함 같은 건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삶이고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란 생각으로 일상의 의미를 찾으며 고된 하루하루를 버텼다. 코로나가 왔을 땐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는 마음으로, 나만이 아니라 모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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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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