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 엄마들이 원하는 그런 딸이야.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4/26
딸아. 오늘이 네 생일이구나. 4월 26일.
계절의 여왕 5월에 낳겠다고 꿈도 야무지게 병원에 수술 날까지 잡아뒀는데 너는 기어이 보름이나 앞당겨 세상구경을 하고 싶었던 게지.
한 밤중에 양수가 터지고도 미련을 떨며 아침까지 버티다 밥까지 먹고 가는 바람에 수술은 오후로 미뤄졌지. 산통을 겪을대로 다 겪고 마침내 수술을 했지만 예상 못한 의료 사고가 나는 바람에 수술이 7시간으로 늘어지면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리고 퇴원 후에도 소변 주머니를 차고 병원을 드나들며 치료를 받아야 했던 그 힘겨웠던 출산 때의 기억이 너의 생일을 맞이 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구나. 
그건, 출산 때 말고는 너를 키우면서는 특별한 힘들었던 기억이 없다는 말과도 통하는 데가 있어. 그 만큼 너를 키우는덴 어려움이 없었고 수월했다는 말이지.
2.4키로의 작은 몸으로 태어나 건강하게 잘 자라 준 것만으로는 엄마는 너무 감사하구나.
너는 말했지. 아주 당당하게.

"나는, 세상 모든 엄마들이 원하는 그런 딸이야!"

맞어. 너는 그런 딸이야. 나는 그 말을 전적으로 인정한다.
자식때문에 속상하다. 애 먹는다. 그런 말이 뭔지를 너는 모르게 해주었으니까. 
차분하고 말 잘 듣고 할 일 알아서 하고 공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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