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 하던 사춘기 아들, 아빠 퇴근만 기다리는 이유

실배
실배 · 매일 글쓰는 사람입니다.
2022/02/19
사춘기 아들과 하나둘 함께하기 시작했다

"아빠, 빨리 와. 한판 하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들이 다급히 불렀다. 간단히 씻고 가보니 거실에 게임기를 이미 세팅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부터 소위 계급장 떼고 둘이서 처절한 승부를 펼친다. 혹여나 실수라도 하면 놓치지 않고, 그 점을 집요하게 공략한다. 고도의 심리전이다.

비록 아들과의 승부지만, 나는 최선을 다한다.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애를 쓰지만, 늘상 게임기를 붙들고 사는 아들에게는 도저히 배겨낼 수 없었다. 연이은 패배로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아들이 이렇게 말한다.
사춘기 아들과 가까워지려고 산 게임기
"아빠, 이젠 운동하러 가자."

그리곤 본인 방으로 나를 끌고 갔다. 얼마 전, 갑자기 몸을 키워야겠다며 턱걸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로 밖에서 운동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생각해서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실내용 철봉을 샀다. 그리곤 아들 방에서 세탁실로 이어지는 문틀에 설치했다. 제법 튼튼하고 높이도 적당해서 대만족이었다.

아들이 먼저 한다고 해서 뒤에서 허리를 잡았다.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온 힘을 다한다. 오르기 편하게 힘을 보태고, "하나, 둘" 구호도 넣어준다. 마지막 10번째를 마치면 둘이서 위치를 바꾸고 이젠 내가 할 차례가 돌아온다.

아들보다도 훨씬 큰 소리를 내며 낑낑댄다. 그래도 예전엔 10개 정도는 가뿐하게 했는데, 살도 찌고 나이도 먹으니 하나 하기도 버거웠다. 그래도 아들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젖 먹는 힘까지 쥐어짠다. 이렇게 3세트를 마치면 둘 다 침대에 쓰러져 몹시 뻐근한 몸을 돌본다.
아들이 턱걸이를 하고 싶다고 해서 산 실내 용 철봉

안방으로 돌아오면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래도 피곤하기보다는 아들과 무언가를 함께 했다는 마음에 뿌듯하다. 그제야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뒤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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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제 삶에는 큰변화가 생겼네요 그저 평범했던 하루가 글을 통해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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