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번 울었다.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7/10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마당으로 나오자 나무 그늘 아래서 유모차에 몸을 의지하고 서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반갑게 웃으며 부르신다.

"왜 이렇게 기운이 하나도 없어. 어디 아파?"

하고  물으시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뭐 유난히 다정하게 물은 것도 아니고 기운 없어 보인다는 소린 늘상 듣는 소리였는데 나는 왜 그 말에 예상치도 못하게 눈물이 쏟아졌던 것일까. 주책없이.
당황한 것은 오히려 그 할머니 쪽이었다.
왜 그러느냐고 무슨 일이 있냐고  놀라서 거듭 물으셨다.

그 할머닌 성당에서 내가 인사를 나누는 거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분이다. 처음 이 성당에 발을 들였을 때 못 보던 얼굴이라며 어디에 사느냐 물어봐 주신 분이다.
성당은 분위기상 모르는 사람이 새로 와도 별로 관심을 안 갖는 게 보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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