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글쓰기란 보이지 않는 적과 벌이는 한판승부
2023/02/02
이 글은 얼룩소에서 진행하는 [얼에모], 얼룩소 에세이 쓰기 모임에 참가하는 글입니다. 소재 다섯 개(글 - 일 - 돈 - 쉼 - 나)에 대해 한 달에 2회가량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합평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경어체를 사용하던 평소와 달리 부득이 평어체를 사용하게 됨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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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잘 하지 않더라도
좋아할 수 있다면
글, 이 글자를 보면, 여러 가지 감정과 기억이 뒤섞여 올라온다. 일단, 부정적인 감정부터. 어렸을 때, 글쓰기가 참 싫었다. 왜 싫었는지 말하라면 수백 가지도 이유를 들 수 있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맞춤법이 틀리면 안 되니까, 방학 때 쓰는 일기를 미뤘다가 몰아서 쓰려니 힘들어서, 어떻게 쓰는 게 잘 쓰는지 몰라서, 내가 쓴 글이 잘 썼는지 알 수 없어서, 잘 쓰면 뭐가 좋은지 몰라서 등등. 하지만 이 모든 이유 앞에는 딱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바로, '잘 쓰고 싶은데'.
잘 쓰고 싶은데, 받아쓰기 시험에서 맞춤법이 틀리면 안 되니까,
잘 쓰고 싶은데, 방학 때 쓰는 일기를 미뤘다가 몰아서 쓰려니 힘들어서,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잘 쓰고 싶은데, 내가 쓴 글이 잘 썼는지 알 수 없어서,
잘 쓰고 싶은데, 잘 쓰면 뭐가 좋은지 몰라서,
그러니까, 글을 잘 쓰기만 했다면 싫어했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게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안되니까 싫어했던 것. 글쓰기를 좋아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좋아하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전에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렸을 때 글쓰기에 남은 감정은 온통 부정적인 기억 투성.
그때의 나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나이였다. 잘하면 칭찬받을 수 있고, 칭찬받으면 좋아했으니까. 잘 하지 않았더라도 좋아할 수 있다는 세계를 깨닫기엔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다. 대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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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잘 하지 않더라도
좋아할 수 있다면
글, 이 글자를 보면, 여러 가지 감정과 기억이 뒤섞여 올라온다. 일단, 부정적인 감정부터. 어렸을 때, 글쓰기가 참 싫었다. 왜 싫었는지 말하라면 수백 가지도 이유를 들 수 있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맞춤법이 틀리면 안 되니까, 방학 때 쓰는 일기를 미뤘다가 몰아서 쓰려니 힘들어서, 어떻게 쓰는 게 잘 쓰는지 몰라서, 내가 쓴 글이 잘 썼는지 알 수 없어서, 잘 쓰면 뭐가 좋은지 몰라서 등등. 하지만 이 모든 이유 앞에는 딱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바로, '잘 쓰고 싶은데'.
잘 쓰고 싶은데, 받아쓰기 시험에서 맞춤법이 틀리면 안 되니까,
잘 쓰고 싶은데, 방학 때 쓰는 일기를 미뤘다가 몰아서 쓰려니 힘들어서,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잘 쓰고 싶은데, 내가 쓴 글이 잘 썼는지 알 수 없어서,
잘 쓰고 싶은데, 잘 쓰면 뭐가 좋은지 몰라서,
그러니까, 글을 잘 쓰기만 했다면 싫어했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게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안되니까 싫어했던 것. 글쓰기를 좋아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좋아하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전에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렸을 때 글쓰기에 남은 감정은 온통 부정적인 기억 투성.
그때의 나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나이였다. 잘하면 칭찬받을 수 있고, 칭찬받으면 좋아했으니까. 잘 하지 않았더라도 좋아할 수 있다는 세계를 깨닫기엔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다. 대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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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TMT 상담]으로 [소확행]을 찾는 [행복공장장],
[멋준오빠]가 운영하는 [행복공작소]입니다.
행복은 낮은 기대에서부터 시작함을 깨닫고,
매사에 기대를 낮추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여러분이 행복해질 수 없게 막는 방해요소를
제거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똑순이
첫 합평에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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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차차 익숙해져 나가시길 바라봅니다. 제 글에서 금을 그은 것처럼 느껴지셨다는 분이 꽤나 많네요. 저도 몰랐던 저의 글을 다시 보게 되는 느낌이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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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쎄트
[스압]과 [구조], 이것이 저의 글을 규정하는 핵심키워드인 것 같군요. 다른 분들의 합평에서도 비슷한 맥락이 등장하는 것을 보니.
제 에세이에서 어두운 정서가 드러났다는 것은 아무래도 제가 글을 쓰게 되는 주된 동력이 부정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딱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을 보면.
희망찬 메시지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라, 분량이 허락하는대로 한번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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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은
[억울함]과 [분노]가 글쓰기의 원동력이다보니 그랬었나 봅니다. 솔직하게 고백하는 과정이 있어서 이번 글에서 그렇게 안 느껴지셨던 것 같기도. 합평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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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사탕나무
1, 2, 3 대신 0, 1, 2 로 쓰는 것은 그냥 습관입니다. 수의 시작을 1로 생각하느냐 0으로 생각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기도.
[좋아하지만 잘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는 행복의 필수조건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글쓰기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에요. 내 삶의 모든 영역이 잘해야만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면, 숨이 막혀서 살기 힘들 것 같거든요.
앞으로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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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다
글 쓰는 스타일은 예전부터 꾸준히 지켜오던 것이고, 에세이다보니 경어체를 내려놓는 게 좀 더 제 마음을 잘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싸움을 배우는 글쓰기가 되면 좋겠네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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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
분량보다 [구조]에 좀 더 느낌을 많이 받으셨군요. 아마 한 번 쓴 글을 잠시 기간을 두고 고쳐쓰는 과정에서 더 나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좀 더 개인사를 풀어놓기엔 4,000자는 턱없이 짧다보니 아마 급 종료된 것 같긴 한데 말이죠.
앞으로 더 나은 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합평에 감사드립니다.
[합평]
멋준님 글은 구조적입니다. 하나씩 재료를 쌓아 올려 나가 그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에요. 이번 글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평소보다 조금 더 탐색적이었다는 것 같아요.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도 하고 내려갔다가 올라가기도 하고. '글'에 대한 고뇌가 옅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결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스로 쌓아올린 구조에서 자기 모순성을 찾은 다시 내려놓고 새로운 곳을 향하는 모습에 저 또한 잠시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네요.
한편으론, 같은 이유로 마지막에 대한 밑밥을 조금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조적이고 성찰적인 전반적인 전개와 다르게 급 종료된 느낌도 없잖아 있어서.. 살짝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늘 소통해왔지만, 이렇게 에세이로 그리고 합평으로 만나보게 되서 다시 반갑고 좋네요. 다음 글도 기다려봅니다!
저는 얼에모를 통해 멋준오빠님을 처음 뵈었는데요, 초반소개에 “경어체를 사용하던 평소와 달리 부득이 평어체를 사용하게 됨을 양해 바랍니다” 에서 부터 멋준님의 평소 글들은 그렇구나- 하면 조금 소개받고 시작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멋준님의 생각의 흐름이 속도감 있게 그대로 전달되는 글이였어요. 단락을 나누시는 방법이나, 강하게 읽혔으면 하는 부분을 볼드처리해주는것이 제 취향저격...이었어요. 가독성 사랑합니다...첫 파트를 읽을 때에는 보이지 않는 적이 누굴까 하고 궁금했는데, 두번째 파트에서 명확해졌습니다. 반면 읽을 때의 독자로서의 멋준님도 궁금해 지게 만드는 글이였습니다. 글을 쓸때 방어적이고 촘촘한 사람이라면, 조종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고 계실지.
남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드시는것도 어느정도 승산이 있는 승부였기에 부릴 수 있는 욕심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과제와 가벼운 SNS 글 이외에, 얼룩소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계속 제 글을 쓰고 읽을 때에 항상 마음 한켠에 “못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것”과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에 대한“오해 없이 왜곡 없이 그대로 전달” 되는 것이 눌려있는데, 저는 이길 수 있는 승산이 없어서 내 깜냥이상의 잘쓰기는 이미 포기한것 같습니다. 멋준님의 어린시절과 다른 점은, 저는 아예 안쓰는 포기가 아니라, 잘쓰기를 포기했다고 해야할까요. 이 모임을 통해 멋준님이나 저나 각자 좋은 싸움을 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합평]
합평을 위해 처음부터 다시 꼭꼭 씹어 읽어내려갔습니다. 다시 읽어도 참 좋은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1,2,3이 아니라 0,1,2로 단락을 나누었을까?궁금했습니다.
0.[좋아하지만 잘 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잘 하지 않으면 좋아한다는 것을 티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싫어하지만 잘 하는 세계]에서 살아야 했거든요. ;;
1. [못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 게 좋다.]
이 부분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당연하게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지금 제게 하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일단 뭐라고 써야겠습니다.
2. [빈틈없이 촘촘하게 짜인 글, 어떠한 반격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글. 그러니 글 하나를 쓰고 나면, 어느새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겠지.]
이 부분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녹초가 되어 남긴 글들이 멋준 님께 얼마나 소중할까 생각했습니다.
글쓰기에서뿐만아니라 인생의 모든 부분에 적용하여 읽을 만한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면 큰일이라도 날 듯 지나치게 나 자신을 방어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한 번 해 보았습니다.
멋준 님의 성장하는 글쓰기, 행복한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술과 담배, 도박 끊는 사람은 상종하지 말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만큼 중독된 것을 멈추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겠죠. 글 끊는 사람도 상종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많은 글에서 나는 억울한 입장이라는 생각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는데 이번 글에서는 그렇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상황이 좋아져서 반전이 일어난 것인지 큰 변화없이 일상에서 변화를 채굴(???)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나를 위한 글쓰기는 좋다고 봅니다!
인생이 승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판승부로 여기고 승패를 가르는 인생도 나쁘진 않겠죠. 화이팅입니당.
[합평]
멋준님의 글은 치명적인 두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스압주의, 둘째는 깔끔하고 칼로 잰 듯한 구조. 이번에 [글]이라는 주제로 적어주신 글을 보며 위 2가지에 대한 궁금증이 한 번에 해소되었습니다.
예전에 멋준님이 셀프서비스로 [글쓰기 첨삭 시리즈] 라는 것을 했었죠. 소심해서 그때 100 번정도 고민만 하다가 신청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멋준님의 글에 합평을 하고 있네요. 신비로운 세상입니다.
개인적으로 글에서 느낀 전반적인 정서는 '어두움' 이었습니다. 내가 글을 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읽으니, 이 사람은 글이라는 소재에 대한 아픔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몬스님의 글 또한 '글 기피자' 라는 제목이었지만, 정서는 달랐습니다. 제가 원체 어두움의 정서들과 친하다보니, 이런 기류가 디테일하게 잘 느껴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끝도 없는 스크롤의 압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는 미친 조합의 이면에는 [깊은 분노] 와 [남에게 조종받지 않고자 하는 마음] 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참 씁쓸합니다. 멋준님이 쓴 글이 더 좋은 글이 될 수록, 정작 글쓴이의 내면은 더욱 황폐해지는 구조라니요.
글을 쓰며 고통을 느꼈을 - 어쩌면 지금도 그러할 - 멋준님을 보며, 부디 이번 에세이 모임이 글을 쓰며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금만 욕심을 부려본다면 글의 말미에 좀 더 적극적이고 희망찬 메시지가 있으면 어떨까 싶어요. 좋은 글을 쓰는 멋준님의 내면이 분노와 방어욕구가 아니라 긍적적인 에너지와 향기로 가득차기를 바라는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상 합평이 뭔지 모르는 인간의 간단한 느낌이었습니다 ※
[합평]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님, 얼에모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아직 이곳에서는 이제 겨우 새내기티를 조금 벗어나 차츰 익숙해지는 섬넬에 친근함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얼에모 첫 주제로 '글' 을 다양하게 읽다보니 그 나름의 개성이 느껴집니다.
글의 첫 인상이라고 할까요. 멋준오빠-님의 글에서는 아주 반듯하고 금을 그어놓은 것 같은 정확함이 눈에 띄었습니다. 뭔가 탐구정신에 강력한 에너지가 엿보였다고 할까요. '잘하지 않아도 좋아할 수 있는 걸 알면서 스스로에게 계속 묻는'일, 그 일에
무엇을, 어떻게, 왜 로 계속 물어보는 집요함도 놀라웠습니다.
자신의 글을 쓰면서 자기 마음의 이중성에 대한 솔직한 표현도 제가 많이
배워야할 부분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쓰기에도 멋준오빠-님의
글을 눈여겨볼 것 같습니다.
멋준오빠님~제 글에도 합평을 적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은 글 이라고 표현 하기도 부끄러운데 이렇게 좋은말씀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현안
첫 합평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을 쓸 때 정확하게 구획을 나누고 쓴 건 아니고, 감정적으로 써 놓고 나서 나중에 읽기 좋게 고치는 것같습니다. 개요를 먼저 짜고 글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 글을 쓰고나서 개요를 짜는 스타일이다보니. ㅎ
이번 글은 초고를 미리 써놓고 나서 잊어버릴 때까지 일부러 시간을 두고 고쳐봤어요. 초고랑 비교해 보면, 글의 중심 내용이 크게 바뀐 건 없는데, 초고에 담긴 [감정]을 읽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전달할까를 더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 사유의 힘이 드러났던 건, 제 얘기 속에 우리 가족 구성원 이야기가 포함되었기 때문이에요. 가족과 최근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열심히 해당 문제를 놓고 얘기하다보니, 왠지 나에게 하는 말 같더라고요. 상대방에게 이래라 저래라하고 있었는데, 계속 고민해보니 이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이기도 했더라고요. 행간에 숨겨진 사연이 있다면, 아마 이게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의 칭찬을 갈망했던, 한편으로는 뭔가 잘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놓고 싶지 않았던 어린 날의 모습이 슥슥 지나갔었네요.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이니 과거를 부정할 순 없지만, 같은 걸 하더라도 좀 더 방향을 바꿨다면 행복한 방향으로 살 수 있진 않았을까 하는 회한이 떠오른달까요.
제 안에 있던 유치함과 모순이 있었던 까닭은 아마 가스라이팅이 나쁜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상황에서 해당 문제를 좀 더 깊게 파고들었었다면, 가스라이팅 중에서도 나쁜 가스라이팅과 걱정해서 던진 진심을 구분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일단 누군가 나를 설득하려고 할 때마다 방어하거나 도망쳤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마주하고야 마는 영향력을 탐해왔던 나의 본질. 그럴 때마다 도망칠 수도 없고, 참 난감하죠.
다음 번 글에서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합평 감사드립니다. ㅎ
@진영
제가 요즘 여기저기 잘 돌아다닙니다. 진영 님 마음에도 들어갔다 왔나 보네요. 글 대신 다른 단어를 대입시켜도 정답이라고 느끼셨다니, 제가 글을 쓴 상황을 너무나 잘 이해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이번 글을 쓰면서, 글 대신 다른 걸 상상하면서 썼거든요. ㅎㅎ 그게 뭐였는지는 비밀!
[합평]
이 오빠 뭐야?
내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내 맘 속에 있는 말을 대신 다 적어놨네.
글 이란 글자 대신 다른 단어를 대입시켜 봐도 모두 정답이잖아.
그래서 딱, 3번만 읽었어. 더 읽으면 내가 울어버릴까봐...
이 오빠 . 미워.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님 안녕하세요?^^ 얼에모 첫 글 잘 읽었습니다. *^^*
글쓰기란 보이지 않는 적과 벌이는 한판승부라는 말이 정말 와닿네요.
저는 잘 쓰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서 부족하고 초라한 글을 쓰느니 아예 안 쓰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시작조차 못했던 시절이 꽤 길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죠. ^^;; 이제라도 글쓰기를 시작해서 참 다행이라는 마음이 크네요. ^^
앞으로도 행복한 글쓰기를 쭈욱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멋준오빠님의 멋준 글과 남은 에세이들도 기대할게요. *^^*
새해에 첫글이시네요. 너무 반갑습니다. ~^^
글분위기가 확 바뀐 느낌이에요.!!
얼룩소 가독성 대표 멋준오빠님. 멋준 글 잘 읽었습니다.
여러가지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합평에 한방에 몰아서 남겨보겠습니다.
작년 12월 말 이후 올해 첫 글이네요.
멋준님의 글을 기다리는 수백명의 팬들이 있습니다. 자주 써 주세요
저는 얼에모를 통해 멋준오빠님을 처음 뵈었는데요, 초반소개에 “경어체를 사용하던 평소와 달리 부득이 평어체를 사용하게 됨을 양해 바랍니다” 에서 부터 멋준님의 평소 글들은 그렇구나- 하면 조금 소개받고 시작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멋준님의 생각의 흐름이 속도감 있게 그대로 전달되는 글이였어요. 단락을 나누시는 방법이나, 강하게 읽혔으면 하는 부분을 볼드처리해주는것이 제 취향저격...이었어요. 가독성 사랑합니다...첫 파트를 읽을 때에는 보이지 않는 적이 누굴까 하고 궁금했는데, 두번째 파트에서 명확해졌습니다. 반면 읽을 때의 독자로서의 멋준님도 궁금해 지게 만드는 글이였습니다. 글을 쓸때 방어적이고 촘촘한 사람이라면, 조종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고 계실지.
남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드시는것도 어느정도 승산이 있는 승부였기에 부릴 수 있는 욕심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과제와 가벼운 SNS 글 이외에, 얼룩소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계속 제 글을 쓰고 읽을 때에 항상 마음 한켠에 “못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것”과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에 대한“오해 없이 왜곡 없이 그대로 전달” 되는 것이 눌려있는데, 저는 이길 수 있는 승산이 없어서 내 깜냥이상의 잘쓰기는 이미 포기한것 같습니다. 멋준님의 어린시절과 다른 점은, 저는 아예 안쓰는 포기가 아니라, 잘쓰기를 포기했다고 해야할까요. 이 모임을 통해 멋준님이나 저나 각자 좋은 싸움을 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합평]
합평을 위해 처음부터 다시 꼭꼭 씹어 읽어내려갔습니다. 다시 읽어도 참 좋은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1,2,3이 아니라 0,1,2로 단락을 나누었을까?궁금했습니다.
0.[좋아하지만 잘 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잘 하지 않으면 좋아한다는 것을 티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싫어하지만 잘 하는 세계]에서 살아야 했거든요. ;;
1. [못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 게 좋다.]
이 부분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당연하게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지금 제게 하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일단 뭐라고 써야겠습니다.
2. [빈틈없이 촘촘하게 짜인 글, 어떠한 반격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글. 그러니 글 하나를 쓰고 나면, 어느새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겠지.]
이 부분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녹초가 되어 남긴 글들이 멋준 님께 얼마나 소중할까 생각했습니다.
글쓰기에서뿐만아니라 인생의 모든 부분에 적용하여 읽을 만한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면 큰일이라도 날 듯 지나치게 나 자신을 방어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한 번 해 보았습니다.
멋준 님의 성장하는 글쓰기, 행복한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술과 담배, 도박 끊는 사람은 상종하지 말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만큼 중독된 것을 멈추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겠죠. 글 끊는 사람도 상종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합평]
멋준님의 글은 치명적인 두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스압주의, 둘째는 깔끔하고 칼로 잰 듯한 구조. 이번에 [글]이라는 주제로 적어주신 글을 보며 위 2가지에 대한 궁금증이 한 번에 해소되었습니다.
예전에 멋준님이 셀프서비스로 [글쓰기 첨삭 시리즈] 라는 것을 했었죠. 소심해서 그때 100 번정도 고민만 하다가 신청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멋준님의 글에 합평을 하고 있네요. 신비로운 세상입니다.
개인적으로 글에서 느낀 전반적인 정서는 '어두움' 이었습니다. 내가 글을 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읽으니, 이 사람은 글이라는 소재에 대한 아픔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몬스님의 글 또한 '글 기피자' 라는 제목이었지만, 정서는 달랐습니다. 제가 원체 어두움의 정서들과 친하다보니, 이런 기류가 디테일하게 잘 느껴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끝도 없는 스크롤의 압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는 미친 조합의 이면에는 [깊은 분노] 와 [남에게 조종받지 않고자 하는 마음] 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참 씁쓸합니다. 멋준님이 쓴 글이 더 좋은 글이 될 수록, 정작 글쓴이의 내면은 더욱 황폐해지는 구조라니요.
글을 쓰며 고통을 느꼈을 - 어쩌면 지금도 그러할 - 멋준님을 보며, 부디 이번 에세이 모임이 글을 쓰며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금만 욕심을 부려본다면 글의 말미에 좀 더 적극적이고 희망찬 메시지가 있으면 어떨까 싶어요. 좋은 글을 쓰는 멋준님의 내면이 분노와 방어욕구가 아니라 긍적적인 에너지와 향기로 가득차기를 바라는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상 합평이 뭔지 모르는 인간의 간단한 느낌이었습니다 ※
[합평]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님, 얼에모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아직 이곳에서는 이제 겨우 새내기티를 조금 벗어나 차츰 익숙해지는 섬넬에 친근함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얼에모 첫 주제로 '글' 을 다양하게 읽다보니 그 나름의 개성이 느껴집니다.
글의 첫 인상이라고 할까요. 멋준오빠-님의 글에서는 아주 반듯하고 금을 그어놓은 것 같은 정확함이 눈에 띄었습니다. 뭔가 탐구정신에 강력한 에너지가 엿보였다고 할까요. '잘하지 않아도 좋아할 수 있는 걸 알면서 스스로에게 계속 묻는'일, 그 일에
무엇을, 어떻게, 왜 로 계속 물어보는 집요함도 놀라웠습니다.
자신의 글을 쓰면서 자기 마음의 이중성에 대한 솔직한 표현도 제가 많이
배워야할 부분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쓰기에도 멋준오빠-님의
글을 눈여겨볼 것 같습니다.
@박현안
첫 합평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을 쓸 때 정확하게 구획을 나누고 쓴 건 아니고, 감정적으로 써 놓고 나서 나중에 읽기 좋게 고치는 것같습니다. 개요를 먼저 짜고 글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 글을 쓰고나서 개요를 짜는 스타일이다보니. ㅎ
이번 글은 초고를 미리 써놓고 나서 잊어버릴 때까지 일부러 시간을 두고 고쳐봤어요. 초고랑 비교해 보면, 글의 중심 내용이 크게 바뀐 건 없는데, 초고에 담긴 [감정]을 읽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전달할까를 더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 사유의 힘이 드러났던 건, 제 얘기 속에 우리 가족 구성원 이야기가 포함되었기 때문이에요. 가족과 최근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열심히 해당 문제를 놓고 얘기하다보니, 왠지 나에게 하는 말 같더라고요. 상대방에게 이래라 저래라하고 있었는데, 계속 고민해보니 이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이기도 했더라고요. 행간에 숨겨진 사연이 있다면, 아마 이게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의 칭찬을 갈망했던, 한편으로는 뭔가 잘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놓고 싶지 않았던 어린 날의 모습이 슥슥 지나갔었네요.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이니 과거를 부정할 순 없지만, 같은 걸 하더라도 좀 더 방향을 바꿨다면 행복한 방향으로 살 수 있진 않았을까 하는 회한이 떠오른달까요.
제 안에 있던 유치함과 모순이 있었던 까닭은 아마 가스라이팅이 나쁜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상황에서 해당 문제를 좀 더 깊게 파고들었었다면, 가스라이팅 중에서도 나쁜 가스라이팅과 걱정해서 던진 진심을 구분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일단 누군가 나를 설득하려고 할 때마다 방어하거나 도망쳤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마주하고야 마는 영향력을 탐해왔던 나의 본질. 그럴 때마다 도망칠 수도 없고, 참 난감하죠.
다음 번 글에서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합평 감사드립니다. ㅎ
@진영
제가 요즘 여기저기 잘 돌아다닙니다. 진영 님 마음에도 들어갔다 왔나 보네요. 글 대신 다른 단어를 대입시켜도 정답이라고 느끼셨다니, 제가 글을 쓴 상황을 너무나 잘 이해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이번 글을 쓰면서, 글 대신 다른 걸 상상하면서 썼거든요. ㅎㅎ 그게 뭐였는지는 비밀!
[합평]
이 오빠 뭐야?
내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내 맘 속에 있는 말을 대신 다 적어놨네.
글 이란 글자 대신 다른 단어를 대입시켜 봐도 모두 정답이잖아.
그래서 딱, 3번만 읽었어. 더 읽으면 내가 울어버릴까봐...
이 오빠 . 미워.
[합평]
멋준님 글은 구조적입니다. 하나씩 재료를 쌓아 올려 나가 그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에요. 이번 글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평소보다 조금 더 탐색적이었다는 것 같아요.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도 하고 내려갔다가 올라가기도 하고. '글'에 대한 고뇌가 옅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결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스로 쌓아올린 구조에서 자기 모순성을 찾은 다시 내려놓고 새로운 곳을 향하는 모습에 저 또한 잠시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네요.
한편으론, 같은 이유로 마지막에 대한 밑밥을 조금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조적이고 성찰적인 전반적인 전개와 다르게 급 종료된 느낌도 없잖아 있어서.. 살짝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늘 소통해왔지만, 이렇게 에세이로 그리고 합평으로 만나보게 되서 다시 반갑고 좋네요. 다음 글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