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글쓰기란 보이지 않는 적과 벌이는 한판승부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 · TMT상담으로 소확행 찾는 행복공장장
2023/02/02
이 글은 얼룩소에서 진행하는 [얼에모], 얼룩소 에세이 쓰기 모임에 참가하는 글입니다. 소재 다섯 개(글 - 일 - 돈 - 쉼 - 나)에 대해 한 달에 2회가량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합평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경어체를 사용하던 평소와 달리 부득이 평어체를 사용하게 됨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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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보이지 않는 적과 벌이는 한판승부


0.
잘 하지 않더라도
좋아할 수 있다면


글, 이 글자를 보면, 여러 가지 감정과 기억이 뒤섞여 올라온다. 일단, 부정적인 감정부터. 어렸을 때, 글쓰기가 참 싫었다. 왜 싫었는지 말하라면 수백 가지도 이유를 들 수 있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맞춤법이 틀리면 안 되니까, 방학 때 쓰는 일기를 미뤘다가 몰아서 쓰려니 힘들어서, 어떻게 쓰는 게 잘 쓰는지 몰라서, 내가 쓴 글이 잘 썼는지 알 수 없어서, 잘 쓰면 뭐가 좋은지 몰라서 등등. 하지만 이 모든 이유 앞에는 딱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바로, '잘 쓰고 싶은데'.

잘 쓰고 싶은데, 받아쓰기 시험에서 맞춤법이 틀리면 안 되니까,
잘 쓰고 싶은데, 방학 때 쓰는 일기를 미뤘다가 몰아서 쓰려니 힘들어서,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잘 쓰고 싶은데, 내가 쓴 글이 잘 썼는지 알 수 없어서,
잘 쓰고 싶은데, 잘 쓰면 뭐가 좋은지 몰라서,

그러니까, 글을 잘 쓰기만 했다면 싫어했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게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안되니까 싫어했던 것. 글쓰기를 좋아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좋아하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전에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렸을 때 글쓰기에 남은 감정은 온통 부정적인 기억 투성.

그때의 나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나이였다. 잘하면 칭찬받을 수 있고, 칭찬받으면 좋아했으니까. 잘 하지 않았더라도 좋아할 수 있다는 세계를 깨닫기엔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다. 대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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