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작숲] 샬롯의 거미줄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5/25
네모필라와 비덴스 ⓒ콩사탕나무


집을 잠깐 비우는 동안 남아 있는 식구들이 별 탈 없이 나의 자리를 채우기를 바랐다. 사실 하루 이틀 집밥을 못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머리를 예쁘게 묶지 못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나의 가장 큰 걱정은 마당의 식물들과 화분들이었다. 요즘처럼 비도 오지 않고 건조한 날에는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장미를 포함하여 몇몇 식물들은 하루에 두 번 정도 물을 주어야 한다. 루꼴라와 딜 씨를 뿌려놓은 곳도 있어 신경이 쓰였다. 과습을 싫어하는 꽃들은 통풍이 잘 되는 토분에 심어 두었는데, 토분은 플라스틱이나 도자기 화분에 비해 물마름이 빨라 자칫 물 주기를 소홀히 하면 금방 말라죽기 십상이다. 

아들에게 하루 두 번 호스 분사기로 물을 주는 임무를 부여했다. 마당에서 호작질 하는 것을 좋아하고 멀쩡한 잔디도 파내어 구덩이를 만들어 놓기 일쑤인 아들은 반색하며 맡겨만 달라 큰소리를 쳤다. 여행 중에도 카톡으로 물은 잘 주고 있냐고 물었다. 다행히 돌아와 확인을 하니 임무는 완수한 모양이다. 

죽은 것들 없이 모두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특히 텃밭의 아기 손바닥만 하던 잎채소들이 몰라보게 자랐다. 주말에 고기라도 구워 먹어야지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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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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