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2]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5/19
"엄마, 딸애가 저렇게 못 생겨서 어떡해. 어떡하냐고!~~"

제왕절개를 해서 태어난 딸애는, 양수가 터져 예정일보다 3주나 일찍 세상구경을 하게 되었고 몸무게도 2,4키로 밖에 안돼 일단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다행히 상태가 괜찮아 3일 후에 인큐베이터 신세는 면했지만 엄마인 나하고는 5일 이 지난 후에야 첫 모녀 상봉이 이루어졌다.
그 모녀 상봉에서 아기 얼굴에 너무나 실망한 나는 침대 위에 애를 팽개 쳐 놓은 채 친정엄마께 절규하듯 부르짖었다.

"딱 우리 시엄니 닮았네. 왜 예쁜 외할머니 안 닮고 하필 시어머니 닮은거야. 미워한 적도 없는데..."

" 그러게, 결혼 할 때 시어머니 인물까지 볼 수도 없고..."
엄마도 안타깝다는 듯 말꼬리를 흐리셨다.

수술이 끝나고 딸이란 말을 듣는 그 순간 부터 내 머릿속엔 예뻐야 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세상을 살아 본 결과 뭐니뭐니 해도 여자는 일단 얼굴이 예쁘고 봐야한다는 관념이 내 머릿 속에 깊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예쁘다는 건 이미 태어날 때부터 쥐고 나오는 프리미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외모에 관심을 둔 건 사실 내가 어릴때 부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도 나름 귀엽다. 구김살없다. 란 말은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하나 만 봤을 때의 얘기고 엄마를 보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애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엄마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엄마는 미인인데 딸은 엄마만 못하네. 하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미장원엘 가나 옷가게에 가나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엄마와 함께 있으면 어김없이 그 소리는 나를 따라다녔다.

중학교에 가자 학교에서 어머니교실을 열고 한 달에 한 번씩 어머니들을 초청해 강의도 듣고 여러가지 활동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 반에서 몇 분씩 참석 하셨는데 어머니들은 그 당시 대부분 한복을 입고 학교를 방문하셨다.  곱게 올림머리를 하고 한복을 차려 입은 엄마는 내가 봐도 놀랄만큼 아...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3.3K
팔로워 817
팔로잉 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