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새 마음으로] - 헌 마음도 빈 마음도 아닌 새 마음으로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1/24

도서관 책장을 훑다 눈에 들어온 이슬아 작가의 <새 마음으로>를 읽었다. 책 표지에 '이웃 어른 인터뷰집'이라 적혀있듯 이슬아 작가가 일곱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며 그들의 노동에 관해 다룬 책이다.

응급실 청소 노동자 이순덕, 농업인 윤인숙, 아파트 청소 노동자 이존자, 장병찬, 인쇄소 기장 김경연, 인쇄소 경리 김혜옥, 수선집 사장 이영애 님의 이야기들을 차례로 담고 있다. 주인공은 대부분이 70대 전후의 어른들이다. 고된 삶 속에서 만난 일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곳곳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첫 번째 주인공인 응급실 청소 노동자 이순덕 님은 이대목동병원에서 무려 27년간 청소를 해온 분이다. 마흔 즈음에 시작한 청소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신생아실을 10년, 응급실을 17년째 청소하고 있다.

간호사로 현장에 있으며 접했던 청소 여사님들이 떠올라 그녀가 전하는 말들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듯했다. 더군다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현장인 응급실이라니 놀라웠다. 위독한 환자가 다녀간 후 응급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그 공간의 뒤처리는 바로 순덕의 몫이다. 환자의 피와 오물들을 치우는 것도 허다하다. 그렇게 오래 일을 했지만 피 냄새는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

담담한 것은 없지요. 맨날 봐도 깜짝깜짝 놀라요. 죽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뜨끔해요. 어디서 누가 통곡을 하고 울면 죽은 거예요. 그럼 나도 눈물이 나고 그래요. 죽진 않더라도 사람들이 아프면 비명을 지르고 앓는 소리를 내죠. 아주 그냥 내 마음이 아파 죽겠어. 일이 있응께 거기다 계속 신경을 쓸 수는 없지만요. 교통사고 난 환자가 오면 제일 힘들어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려놔서 그걸 말로 다 못해요. 급한 환자가 오면 의사 선생님들이 살리려고 막 하잖아요. 피가 코로 입으로 막 나와도 어떻게든 살리려고 하면서 주변은 엉망이 되지요. 그럴 때면 많이 힘들죠.
P.36

부모를 일찍 여의고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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