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가 아니라 여성'이' 군대를 가야 하는 하나의 이유
이 표현의 핵심은 민방위가 아니다. 민방위 훈련이 (그 현장이 얼마나 처참한지는 차치하고) 전투 대비가 아닌 재난 재해시 생존 매뉴얼 습득을 주로 하는 것이기에 병역의무 논란으로 이어질 필요가 없다고 변명을 한들, 언어는 발화되는 사회 안에서 읽힌다. 어휘 하나에 묻은 편견을 예측하지 않는 건, 그 자체가 이미 충분한 의도다.
여성‘도’라고 하는 순간, 그건 무조건 남자‘만’이라는 추임새로 이어지고 자연스레 ‘왜 여자만’이라는 해묵은 구도와 연결된다. 그리고 배려, 특혜 등의 단어가 덕지덕지 부정적 의미로 붙는다. 그 끝에,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하지 않는 어떤 성별의 이기적인 익숙한 모습’이 둥실둥실 사회에 부유한다.
여성도 민방위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김기현 의원은 이대남 표를 노리는 포퓰리즘, 젠더 갈라치기 등의 비판이 있은 후 진행한 방송 인터뷰에서 “왜 여성만 훈련 안 받아도 된다는 그런 논리를 펼치는지 저는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이 여성‘만’은, 필시 진흙탕과 연결되는 밑밥이다. 남성만 훈련받는 건 차별이다, 진정한 성평등은 여성도 군대 가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이야기와 겹쳐지지 않는 게 불가능하다. 게다가 몇 개월 전에 “여성도 군사 기본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된다”라고 말한 당사자 아니었던가. 그러니 여성'도'는 불쏘시개다. 민방위는 핑계다.
그러니, 여성은 혜택‘만’ 누린다는 접근은 몰역사적 이해인 거고 여기에서 분출되는 여성‘도’ 의무를 다하라는 식의 이야기는 성차별적 편견을 활용해 사회에 전혀 도움 되지 않은 해법을 근시안적으로 만들 뿐이다. 악순환의 선순환은 이렇다.
"여성이 군대를 간들 ‘진정한 성평등’이 실현될 리도 없다. 오히려 여성을 분리하고 배제시킬 명분만 강화된다. ‘이제는 여성도 군 복무가 가능하다’는 토대의 긍정적인 변화가 아닌, ‘앞으로 여자도 당해봐라!’라는 푸념으로 만들어진 어설픈 조치들은 낯선 공간에 유입된 새로운 이들을 기존의 고정관념을 총동원해서 난도질해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지금껏 군대는 ‘너희들은 앉아서 오줌 싸는 여자들하고는 달라야 한다’는 망언을 동기부여랍시고 떠들었고 심지어 여군들에게는 ‘너희들은 군인이지, 여자가 아니다’라면서 존재를 부정하라고 강요했다. 이런 곳에서 여성이 어떻게 해석되겠는가. ‘군대에서도 징징거리는 여자’ ‘군대에서도 오또케 오또케 하는 여자들’이라는 빈정거림이 창궐하지 않겠는가."
오찬호. "고통의 평준화에 반대한다"(경향신문. 2021년 5월 3일)
이 정도로 논의가 흘러가면, 평등을 중요시 여기는 북유럽 여러 나라가 여성 군 복무를 강제로 하고 있음이 꼭 언급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짚어야 할 것은, 여성‘도’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여성‘이’ 복무하면 군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가 선명하다. 최근 덴마크의 국방부장관은 여성 징병제 논의에 “더 많은 여군이 복무하게 됨으로써 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왕따, 비리 등의 문제를 보면서 느끼는 생각은 비슷할 거다. 피해자가 목숨으로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데도, 어찌 저 조직은 감추는 데 급급할까, 끼리끼리 쉬쉬 할까. 군대 아니었으면 진작에 난리 났을 것이다, 아직도 군대는 멀었다 등등.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큰 원인이 남성‘만’이 조직을 대변하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때, 여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남자만 죽도록 고생하니, 여자도 고생하라는 건 정책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여성‘이’ 개입해서 남자든 여자든 어처구니없는 폭력에 노출될 확률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이야기는 얼마든지 생산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지금의 한국에서 여성 징병제를 논하려면 이유는 단 하나여야 한다. 군대는 남성적이라는 기본값의 반성과 변형을 통해, 정말로 강한 군대를 원할 때 이 논의는 의미를 지닌다. 남성들의 시야에 여성들이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시야로 기존의 판이 비판받고 변화가 가능해질 때, 그런 참여를 보장받을 때 여성‘도’ 당연히 군대를 가야 한다.
애초에 여성이 군대를 가겠다 가지 않겠다 선택할 자유가 주어졌던 것도 아니죠 모든 것은 남성이 선택했던 문화였으니까요. 말씀하신 내용에 동감이 돱니다. 변화는 팔요하고 그곳은 니들도 경험해봐라 식의 어줍잖은 복수심이 아닌 군대라는 곳이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곳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상식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지기 위한 뱐화의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겁니다.
(남성의 군복무를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 국가의 직무유기가 기계적 평등으로 해결되어선 안 되겠지요~
예전에 어디선가 여성징병제 관련된 어떤 글에서 격하게 동의했던 것은, 남성들은 여성들도 '군대에 다녀오는 것' 을 바라는 게 아니라 '군대 맛을 보는 것' 을 바란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남성들은 입으로는 평등을 내세울지언정 여성들도 평등하게 2년 동안 구르고 오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는 이제 여성들에게까지도 "철수 씨 미필이야? 설마 공익? ㅋ" 한다거나 "영호 씨는 센스가 없네, 군대 다시 갔다와야겠어~?"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4주 기본군사훈련 정도만을 원할 뿐이고, 결과적으로 여성들에게 "거봐, 힘들어 죽겠지? 그러니까 다시는 우리를 무시하지 마라"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것도 복잡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남성들에게 군대가 트라우마적으로 힘든 기억으로 남았음에도 사회적으로 적절한 예우는커녕 '정상적' 인 인생의 기본 조건 중 겨우 하나를 충족시킨 양 취급하니, 이 부분을 흘려넘길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지 않는 일부 SNS 이용자들이 "2년 동안 쉬고 오는 거 아니냐" 따위의 발언을 하는 것은 그래서 문제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본문에서도 지적하듯이 "우리가 고생했으니까 너희도 어디 한 번 당해 봐라" 식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우리는 내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 고통의 불똥이 튀기지 않도록 애쓰게 마련인데, 유독 사회 전반의 분위기로 보면 내가 겪는 고통을 남들에게도 맛보게 해 주고 싶어서 (심지어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고통을 경감시키지 않음에도!) 격정이 턱 밑까지 치밀어 있다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징병제 이전에 짚어야 할 흐름이 있겠지요~~
여성의 시야로 비판과 평가 그런 관점 잊고 살았네요 그들도 평가할 자유가 있음 여성 징병제 시대의 흐름이 되나요?
(남성의 군복무를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 국가의 직무유기가 기계적 평등으로 해결되어선 안 되겠지요~
예전에 어디선가 여성징병제 관련된 어떤 글에서 격하게 동의했던 것은, 남성들은 여성들도 '군대에 다녀오는 것' 을 바라는 게 아니라 '군대 맛을 보는 것' 을 바란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남성들은 입으로는 평등을 내세울지언정 여성들도 평등하게 2년 동안 구르고 오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는 이제 여성들에게까지도 "철수 씨 미필이야? 설마 공익? ㅋ" 한다거나 "영호 씨는 센스가 없네, 군대 다시 갔다와야겠어~?"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4주 기본군사훈련 정도만을 원할 뿐이고, 결과적으로 여성들에게 "거봐, 힘들어 죽겠지? 그러니까 다시는 우리를 무시하지 마라"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것도 복잡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남성들에게 군대가 트라우마적으로 힘든 기억으로 남았음에도 사회적으로 적절한 예우는커녕 '정상적' 인 인생의 기본 조건 중 겨우 하나를 충족시킨 양 취급하니, 이 부분을 흘려넘길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지 않는 일부 SNS 이용자들이 "2년 동안 쉬고 오는 거 아니냐" 따위의 발언을 하는 것은 그래서 문제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본문에서도 지적하듯이 "우리가 고생했으니까 너희도 어디 한 번 당해 봐라" 식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우리는 내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 고통의 불똥이 튀기지 않도록 애쓰게 마련인데, 유독 사회 전반의 분위기로 보면 내가 겪는 고통을 남들에게도 맛보게 해 주고 싶어서 (심지어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고통을 경감시키지 않음에도!) 격정이 턱 밑까지 치밀어 있다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징병제 이전에 짚어야 할 흐름이 있겠지요~~
여성의 시야로 비판과 평가 그런 관점 잊고 살았네요 그들도 평가할 자유가 있음 여성 징병제 시대의 흐름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