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글쓰기와 많이 닮아있다. 굳은 땅 위로 새싹을 틔워내는 것처럼, 단단한 마음에 틈을 내고 생각을 끄집어내어 적어가는 과정이 참 비슷하다. 만물을 소생하게 하는 계절인 봄처럼, 글은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재의 살아남을 경험하게 해 준다.
봄을 좋아한다. 나무에 어린잎이 보이고, 꽃이 피어나 모든 풍경에 생기가 돈다. 무채색이 유채색으로 바뀌는 봄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얼었던 마음도 녹아내린다.
특별히 좋아하는 계절 같은 건 없었다. 어느 계절이 좋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멍해지곤 했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덥거나 하는 게 싫긴 하지만, 딱 잘라 난 이 계절이 좋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이랬던 내가 봄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글을 쓰면서부터였다. 더 정확히 말해 글쓰기를 시작할 무렵 봄을 좋아한다고 글에서 말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생각해 보니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