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감기를 앓았다. 지인과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찬 음료를 먹은 것이 원흉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감기는 삼 주가 가까이 지나도록 낫지 않았다.
견디다 못해 수액을 맞고 집으로 돌아온 날, 내 눈은 욕실 바닥의 물때와 식재료가 떨어져 텅 빈 냉장고 안을 훑었다. 고양이 털이 묻은 소파를 털고, 후다닥 청소기를 돌리고 욕실을 닦았다.
아이들 먹일 과일과 찬거리를 사러 나갔다. 당장 청소하지 않아도, 하루 인스턴트 제품이나 배달 음식을 먹는다고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과 달리 미련스러운 행동을 했다.
컨디션이 떨어지자, 신경도 예민해졌다.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의 작은 행동에도 비난과 짜증을 쏟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희생에 대한 생색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나치게 아이 위주로 흘러가는 삶
부모가 되는 순간 대부분은 자신의 삶보다 자녀의 삶 위주로 생활 패턴이 흘러간다. 몸을 혹사하더라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