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욕망의 대리 실현이라는 측면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대학에 못 갔지만 아이는 대학을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내가 이루지 못한 출세를 아이가 이루길 바라는 마음, 내가 가지 못한 서울이나 외국에서 아이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같은 것이 '아이'에게 투사되는 면이 있었다. 달리 말하면, 아이는 나보다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셈이었다.
반면, 요즘 세대는 그런 생각에서 꽤나 차단된 것처럼 보인다. 일단, 쉽사리 자신의 자식이 자기보다 잘 될 거라 여기는 막연한 믿음 자체는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할 것이다. 아이는 내 욕망을 대리 실현해줄 수 없다. 오히려 더 못살지만 않아도 다행일 것이다. 내가 흙수저라면 아이도 흙수저일 게 뻔하다. 아이를 낳는 건 차라리 아이에게 죄짓는 일에 가깝다. 달리 말하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란 이루지 못한 욕망이 실현되리라는 희망 보다는, 내 처지의 '세습'에 가깝다.
나아가 욕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