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쓴다.

청자몽
청자몽 · 꾸준한 사람
2023/06/27
그냥 쓰고 있다. 매일 매일.. 짬나면. 매번 그냥 쓴다. 나의 쓰는 것에 관한 이야기.



오늘도, 그냥 쓴다.

잠깐이라도 열이 떨어지기를 바라며, 아이의 이마에 냉각시트를 붙여줬다. 열감기 2일차. 냉각시트가 진짜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해줬다. 바이러스와 싸우는 아이는 계속 열이 오르내리는가보다. ⓒ청자몽

어제 유치원 하원 즈음에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오후부터 열이 좀 나는 것 같으니, 관찰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셨다. 원래 천천히 걷는 편인데, 내 자신도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유치원에 날아갔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밤을 잘 넘기나 했지만...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새벽에 열이 많이 났다. 2시간 얼음 찜질해주다가 겨우 눈을 부쳤다. 양심상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고 오늘은 집에서 같이 있었다. 잡힐듯 말듯 하게 오르내리는 열이 걱정되서, 다른 병원에 또 갔다. 

눈물 콧물 쏟으며 독감 검사를 했는데, 독감은 아니고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인 것 같다고. 선생님은 또 열이 오르내릴 수 있으니 각오하라고 말씀하셨다. 아이를 재우고 방을 나왔다. 종일 무엇을 한 것인지.. 잠시 허탈해 하다가, 생각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글쓰기 화면을 띄웠다. 오늘도 또 무언가를 쓴다.

나는 왜 쓰지?
왜 뭐라도 써야하는데.. 하는 조급한 마음이 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았을까? 쓰는 직업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쓰고 있다.

살면서

  •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다.
  • 뭘하고 싶다.
  •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인생에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을 세우고 치열하게 이뤄나가는 멋진 사람이었던 적이 없다. 그냥 하루하루 살다가, 닥친 일 중에 하나를 꼽아서 했던 것 같다. 매일.. 매일 그랬다. 매일이 그랬어도, 당장 닥친 일 하기도 버겁고 미루는 일이 더 많고 그랬어도 어떻게 살아진다. 신기하다.

마찬가지로 글쓰는 일도, 뭘 바란다든가, 뭐가 되고 싶다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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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전직 개발자, 이현주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반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집안 잔업과 육아를 담당하며, 마침표 같은 쉼표 기간을 살아갑니다./ 일상과 경험을 글로 나누며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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