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개발자입니다1] 9. 마흔에 리셋되었습니다.

청자몽
청자몽 · 꾸준한 사람
2023/05/16
주급이 끊어진지 3개월쯤 됐을 때, 부사장님이 미안하다고 하셨다. 취업비자(H1)와 진행 중이던 영주권도 포기해야했다. 이제 그만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때 우리 부부는 마흔이었다. 아홉번째 이야기 :



40살에 사과상자 8개 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생선뼈선인장'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선인장에 싹이 났다. 그래서 새로난 싹을 잘라 화분꽂이 해주었다. ⓒ청자몽

며칠 전에 소개한 수입0원 웹툰작가님의 이야기에 더 울컥했던 이유는, 나와 상황이 비슷해서였다. 그분도 나처럼 30대에 외국에 갔다가, 마흔(2012년)에 돌아온 것 같았다. 그래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땅속 깊은 곳에 묻어둔 11년전 일이 생각나버렸다. 나도, 아니 우리도 진짜 힘들었는데.. 그 분도 힘들었겠다. 공감이 됐다.

우리(남편과 나)는 웹툰작가님처럼 공부를 한게 아니고, 취직해서 일을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일했던 경력은, 한국에 돌아와서는 쓸모가 없었다. 취업비자 받아서 미국에서 7년반 일하다 왔어요. 가 얼풋 듣기에 굉장해보이지만, 실제 일을 하려고 면접을 다니고 할 때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는, 괜히 시간만 낭비했나? 나가지 말고 그냥 국내에서 계속 일할껄.. 내가 왜 그랬을까? 싶은 후회를 했다.

남자였으면 괜찮았을까? 아니면 결혼 안한 미혼이었으면? 아니고 좀 젊었으면? 이라는 생각까지도 했다. 다른 곳에 있다가 불쑥 날아온 '결혼한 여자'는 몇살이든 어차피 불리할 판이었다. 게다가 난 비전공자였고.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다.

미국살이는 돈이 모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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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전직 개발자, 이현주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반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집안 잔업과 육아를 담당하며, 마침표 같은 쉼표 기간을 살아갑니다./ 일상과 경험을 글로 나누며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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