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권태기이다.
우리 마눌님과의 권태기는 아니고 회사, 일과의 권태기이다. 보통 직장인들은 3년, 5년, 10년 주기로 권태기가 찾아온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 진급이 빠르고 느리고 이런 것을 떠나서, 그 때쯤 되면 슬슬 주리가 틀리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2주 전이었나. 두목님과 오랫만에 둘이 밥을 먹었다. 미치듯이 바쁘다 보니 점심을 보통 마신다. 밥을 먹는 와중에도 주문 챙기고, 업무용 카톡방을 하나 하나 확인하며, 쉴새 없이 오는 전화와 문자에 하나하나 응대한다. (8시간 이상 근무 시, 법적으로 1시간 휴게시간이 제공된다).
내 글을 몇 번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난 우리 두목과 좀 친하다. 공과 사는 엄격히 구분하지만, 진지하게 내가 하고싶은 말 정도는 언제든지 진솔하게 할 수 있는 관계이다.
"휴직기안 올리믄.. 결재 해주실랍니까?"
"안돼 이 새끼야."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상 휴직은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 근로자가 원하면 즉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이 부재하게 될 경우, 즉각적인 채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직원의 채용이 힘든 경우, 남은 인원들이 그 업무공백을 메꿔야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사용할 수는 없는 요상한 제도이다.
이런 대화를 100% 예상했고, 막말로 내가 마음 먹으면 [팀장/팀원 쌩까고] 인사팀에 올리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굳이 욕 먹을줄 알면서 이런 소리를 한 것은, 어쩌면 마음 한가운데는 불안해하면서도 나를 잡아달라고 하는 생각이 있어서였을까. 그리고 그러기에는 우리팀과의 의리가 있는데.
번아웃이라는 말이 있다. 제목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