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소설' 쓰고 있단 사실이 들켰지만... (10)

박철현
박철현 인증된 계정 · 끊임없이 묻는 사람
2023/04/21
편집자의 요구는 한달이었지만 초고를 바로 책으로 낼 순 없다.

그래서 초고 집필시간은 20일로 잡았다. 그리고 초고를 넘기기로 한 8월 9일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거의 모든 게 가능한 시대라 할지라도 초고가 완성되면 출판사 찾아가 대면 회의 한번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설은 처음 써보는 것이라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물론 초고 자체가 엉망이면 어쩔 수 없다. 접어야지 뭐.

(이 글은 어떡하다 연재가 되어버려 아래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6년동안 매일 2천자 이상 쓰게 된 이유 (1)
오직 돈 때문에 쓰기 시작했다 (2)
어느 날 도착한, 책 내보자는 메신저 (3)
책계약을 하긴 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4)
열흘동안 10만자 쓰기 (5)
단행본은 편집자를 잘 만나야 한다 (6)
내 책은 내가 판다 (7)
마침내 완성된 자서전 트릴로지, 그리고... (8)
소설가 데뷔를 이런 식으로 하다니... (9)

아무튼 내가 해야 할 일은 타임리미트 이내에 소설 초고를 완성하는 것이다. 원고량 계산부터 했다. 270페이지(실제로 나온 책은 이것저것 집어넣고 하니 304페이지)면 기존에 썼던 에세이를 참고로 했을 때 약 15만자가 된다. 집필시간은 20일이니 15만자 나누기 20. 하루에 7500자씩 무조건 써야 한다는 소리다. 코로나가 오기 전이고 본업 특성상 클라이언트들과 이런저런 술자리도 종종 가졌다. 달력을 보니 앞으로 20일 동안 이미 약속된 술자리가 네 개 정도 있다.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바로 전화를 돌렸다.

"저기... 술 약속인데요. 제가 중요한 사정이 생겨서 그러는데 캔슬하면 안되겠습니까?"
"무슨 중요한 사정?"

"아, 소설을 한편 써야 해서요. 근데 이게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는 소설이라... 당분간 이것만 해야할 것 같습니다."
"뭐? 소설을 쓴다고? 음... 뭐 어쩔 수 없지. 대신 나오면 한권 가져와."


당시 클라이언트들은 모두 재일동포 대선배들이었다. 몇몇은 소설 내용을 물어오기도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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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칼럼니스트.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어른은 어떻게 돼?>, <이렇게 살아도 돼>,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쓴다는 것>을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본업은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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