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어를 가르친다"는 틀린 문장입니다

이재랑
이재랑 · 살다보니 어쩌다 대변인
2021/12/04

 남의 글을 읽는 것이 괴롭다. 책에서 자주 탈출하여 혼자 골똘해진다. 가령 얼마 전에 읽은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유나는 가끔씩 주어가 생략된 문장을 쓰곤 해. "카톡이 왔다"라든지, "싫다고 한다"라든지, "입속으로 들어간다"라든지, 누가 혹은 무엇이 그렇게 되고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는 과감한 생략을 하지.


 이 구절을 읽고 나는 더이상 책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내가 아는 한 "카톡이 왔다"라는 문장에는 '카톡이'라는 주어가 있기 때문이다. 유나는 주어를 생략하지 않았다. '누구로부터'를 말하고 싶었던 거라면 그건 부사어에 해당한다. 작가가 틀린 걸까, 내가 틀린 걸까. 나는 '주어'와 '부사어'를 검색하다 또 고민에 빠진다.

 그래서 '-로부터 카톡이 왔다'라고 문장을 고치면 '로부터'라는 조사의 쓰임새는 적절한가? 찾아보니 이건 또 번역투의 문장이란다. "'로부터'보단 '에게서'로 고치는 것이 한국어에서는 더 자연스럽다." 한창 문법 교재를 뒤적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얘야, 너는 국어 강사잖아. 네가 헷갈리고 있으면 어떡하니.

 주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 이 문장은 비문인가 아닌가. 이 문장이 비문이라면 그 이유를 학생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을 하면, 내 말을 듣기나 할까.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면 급격히 피로가 몰려온다. 그만 하자. 나는 책을 덮는다. 대체 확실히 아는 게 아무 것도 없구나. 결국 타인의 글을 읽고 확인하는 것은 나의 부족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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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는 교재를 읽는데 "나는 국어를 가르친다"가 틀린 문장이라고 나와 있었다. 아니 대체 왜? 더 읽어보니 이 문장을 올바르게 고치려면 "나는 <누구에게> 국어를 가르친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르치다'는 세 자리 서술어로 쓰이는 '수여동사', 목적어와 부사어를 필수 성분으로 가지므로 필수적 부사어에 해당하는 '-에게'가 꼭 들어가야 한다. 아니, 씨팔, 이걸 어떻게 알아요. 이 신묘한 규칙 앞에서 나는 또 교재를 탈출하여 혼자 골똘해진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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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정의당/청년정의당 대변인 (~2022) 10년 차 사교육 자영업자. 작가가 되고 싶었고, 읽고 쓰며 돈을 벌고 싶었고, 그리하여 결국 사교육업자가 되고 말았다. 주로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과 시험성적을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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