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고약한 습관이 되다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2/13

입술에 열감이 느껴지고 따끔따끔하더니 어김없이 물집이 잡혔다. 좁쌀만 하던 몇 개의 작은 수포가 터지더니 누르스름한 한 덩어리의 물집이 되었다. 아랫입술 가운데 불룩 솟은 물집이 신경 쓰여 자꾸만 손이 간다. 물집이 터지고 나면 보기 흉하게 딱지가 앉을 것이다. 그럼, 딱지를 또 손으로 만지겠지. 딱지가 떨어지면 피가 나고 또 딱지가 앉는 시간이 이어질 것이다.

저질 체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다. 백이십 포기의 김장과 장거리 이동으로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좁은 부모님 댁에서 그 많은 대식구가 나눠 잠을 자야 하니 잠자리 또한 불편했다. 식구들이 모이면 어릴 때부터 학창 시절 부모님 속을 썩인 일들까지 기억도 나지 않는 케케묵은 추억들이 소환된다. 머릿속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둔 순수의 시절이 뽀얀 먼지를 걷어내고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들이다.


이슬아 작가의 <끝내주는 인생>에서 자신과 가장 닮은 남동생 찬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할아버지 집에서 보낸 유년기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그녀의 피붙이였다. 남동생에 대한 애틋한 시선에 공감이 갔다.


조부모네 집은 대개 그런 식으로 부드럽게 낡아 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을 본다. 어른들은 바람 잘 날 없어 보인다. 어른이라면서 자...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2.1K
팔로워 768
팔로잉 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