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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평범한 미래를 꿈꿔도 될까요?

20대 중반이 되니 부모님이 결혼하라는 말씀을 시작하십니다. 요즘 시대에 굉장히 빠른 제안이라 다른 분에게 말씀드리면 굉장히 놀라지만, 언젠가는 들을 말을 일찍 듣게 된 것이죠. 결혼에 대해서 요즘 세대는 그다지 관심이 없거나 아예 결혼을 선호하지 않기도 하죠. 

사실 어느 세대든 젊었을 때 이런 말을 들으면 많은 고민을 하게 되겠죠.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처럼 여겨지기도 하고요. 하나의 큰 갈림길처럼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선택이 어떻든 말이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논의는 이 갈림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 중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성소수자에게는 이 갈림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처럼 보여지기 때문이죠.

저의 사례도 그렇습니다. 저는 동성애자 남성입니다. 한국에서 저는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동성 부부가 법원에 제기한 사실혼 관계에 대한 판례에서, 우리 법원은 사실혼 조차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04. 7. 23. 선고 2003드합292판결) 물론 여러분은 '그래도 자기네가 결혼했다고 하고 잘살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사회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혼인이 과연 행복할까요. 우리는 부부인데 사회는 너희는 부부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괴로운 일 아닐까요? 설사 정말로 '우리끼리 행복하자'고 한다 말해도 문제는 참 많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성소수자에게는 결혼 하냐 하지 않냐라는 갈림길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일단 저희 부모님은 제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제가 만약에 동성애자라고 밝혀봅시다. 어떻게 될까요. 일단 각종 오해에 시달리고, 집에서 쫓겨나는 시나리오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나의 성적 지향을 성적 취향이라고 말하며 고치라는 충고를 듣고 부모님과 영영 멀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우선 성소수자로서 결혼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에 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좌절합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소중했던 가족들과 관계를 끊어가거나 멀어지며 인격을 모독당하는 위협까지 시달려야 합니다. 심지어 전환치료라는 잘못된 방법으로 성적 지향을 고치겠다고 괴롭히기도 하죠. 이런 모든 것들을 극복해야 비로소 파트너와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겁니다.

숨기고 몰래 결혼하다고 하더라도, 결혼해서 하나의 가정을 파트너와 이룬 이상 언제까지 숨길 수 없습니다.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고 이거 하나 때문에 결혼을 하냐 마냐 질문에 직면하기 전에 그것을 단념하고는 합니다. 그러니 성소수자 운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결혼을 쟁취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남들에게는 평범하고 당연히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우리도 '당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운동에 나서는 것이죠.

저도 마음에 맞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하고 싶습니다. 행복하게 늙어서 백살이 넘도록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런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네요. 오히려 언제까지 숨기고 살아야 하는가, 들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가족에게서 쫓겨난다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만 구체적으로 생각날 뿐입니다. 저에게 동성혼 법제화란(동성혼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합법화'보다는 '법제화'라는 말을 씁니다) 그런 의미입니다.
 
저도 평범한 미래를 꿈꿔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