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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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

위험 관리 - 방사능 피폭(?)

이영록
이영록 · Dilettante in life
2023/07/25
 <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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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편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여러 위험 요소들 중 특정 요소만 다른 것들보다 굉장히 엄격하게 통제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총체적인 위험률이 많이 줄어들까?"  물론 아니다.  

  가령 어떤 일을 하는데 A~E까지 다섯 가지 방해 요소가 있고, 이로 인해 실패할 확률이 각각 10만 분의 500(0.5%), 150(0.15%), 40(0.04%), 10(0.01%), 2(0.002%)라 평가되었다고 해 보자. 두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 우선 어떤 요소를 줄이는 것이 종합적 실패 확률을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가?
  • 실패율 0.002%인 E를 줄이는 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겠는가?

  첫 질문은 당연히 A다. A의 실패율을 10%만 줄여도 절대적으로는 50/100,000만큼이나 줄어들 것이다.
  둘째는 어떤가? 우선 위의 위험율 평가에는 실제적으로 모두 오차가 들어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측정  또는 평가의 정밀도(precision)가 1%라면, 가장 위험율이 높은 A의 측정치는 495~505/100,000의 범위인 셈이다. 즉 A의 평가가 10만 분의 495가 나오건 505가 나오건 둘을 다르다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이 의미는 다음 예에서 알 수 있다. 만약 E 요인을 50% 줄이고 실패율을 다시 측정했다고 하자.  비교는 이렇게 진행할 것이다.

  * 표준(control; 대조군) ; 실패율 702/100,000 (702=500+150+40+10+2)
  * E 요인을 50% 줄이고 다시 측정 ; 실패율 701/100,000

    표준에 비해 E 요인을 줄이고 측정했더니, 10만분의 1만큼 실패율이 줄었다. 문제는 이 실패율 감소가 정말 E 요인 감소 때문이냐는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단정하지 못한다. 왜? A의 실패율의 오차는 5/100,000나 되어서 측정치 감소인 1/100,000의 다섯 배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조치를 취했을 때 실패율 감소가 적어도 10/100,000 이상 되지 않는다면, 해당 조치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 곤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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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폭 영향을 실제보다 매우 크게, 아마도 '최대한으로' 추정하고 있는 LNT 모형(linear no-threshold; 선형, 문턱값 없음)에 의한 피폭량 추정치는 아래와 같다.  모델 설명은 6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실제로 LNT 모델을 바탕으로 평생위험성을 계산했을 때 일생 동안(70년) 100mSv에 노출되면 100명 중 1명에서 암이 발생하고, 42명에서는 다른 원인에 의해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따져보면 방사선 피폭에 의한 생애 암 위험도는 이를 한참 밑돈다. (source)

   그러면 실제 한국인의 사망 원인과 이 data를 비교해 보자. 총 사망자 수는 317,680명이다. 사망자 중 방사선 피폭과 가장 관련이 큰 암은 26.0%를 차지한다. (아래 그림)
source;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527816 (2021년 국민사망통계; pdf 자료)
* LNT 계산으로는 70년 동안 100mSv(대략 1.4mSv/yr)에 누적 피폭되면 인구 10만 명 당 1000명이 추가로 암에 걸린다. 
  * 한국은 2.4~3.0mSv/yr의 자연 피폭량이니까, 평균치가 1.4mSv/yr의 대략 두 배이다. 따라서 100명 당 대략 2명이고, 42명 대비 1/21 즉 대략 5% 정도의 비율일 것이다. 물론 모든 암이 다 사람을 죽이지는 않지만, 위의 사망률 중 똑같이 5%를 차지한다 가정하면 대략 8명/10만 정도의 확률이다.

  9편에서 보았듯이,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출로 인한 추가 피폭량은 자연 피폭량의 1/1,000,000 부근이었다. 이 값을 지속적으로 계속 받는다고 해도, 이로 인해 추가되는 위험은 0.000008명/10만 정도이다. 과연 이 값이 측정 오차(또는 통계적 요동)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있다 해도, 이 값보다 더 많이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훨씬 더 많다.  자살을 10%만 줄여도 2.6명/10만인데 말이다.  국제적으로 대규모로 노력해서 - 뭘 하건 다 비용이다, 진짜 - 일본이 방류를 안 했다손 쳐도, 효과는 그냥 저 정도에 불과하다[1].  차라리 남성에게 난폭운전 안 된다고 철저히 교육을 시키고 단속하는 편이 훨씬 실제적이면서 효과적일 것이다.  아래 표에서 남성 운수사고 사망 비율을 보시라.
source;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527816 (2021년 국민사망통계; pdf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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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처리수 방류를 화제에 올려서 사람들 스트레스 올리는 것보다는 그냥 가만히 있는 편이 더 낫다고 느낀다. 논란이 되면 될수록 한국 어민들만 손해다.

  코비드-19 정책의 올바른 이해에 지대한 공이 있으신 가천대 정재훈 교수님이 얼마 전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발암성 논란에 대해 이런 글을 쓰셨다(link). 결론은

  특히 WHO가 권고한 하루 섭취량이 충분하다고 했다. WHO 권고에 따르면 체중 60kg 성인 기준 제로 콜라는 하루 5L가 넘는다. 정 교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하루 1L 미만의 제로 콜라를 섭취한다면 위험선에서 매우 멀어진다”고 했다.
  정 교수는 “오리지널 콜라가 가진 전체 함량의 10%에 해당하는 당분이 가질 위험을 고려해보면 암발생 이외에도 (제로콜라가) 과체중, 당뇨병과 이로 인한 심근경색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도 고려돼야 한다”며 “습관을 한 번에 바꾸기 어렵고 일상화된 탄산음료 섭취를 그나마 당이 적은 음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가치를 비용효과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정 교수의 결론은 “그냥 지금처럼 제로 콜라를 먹겠다”였다.

  전체적으로 내 포스팅들과 논리가 거의 비슷해 보여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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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최근 수 년간 일본이 한국에 대해 해 왔던 것들이 다 마음에 들진 않는다. 그것이 한국의 특정 조치나 분위기에 맞춰 했건 아니건, 반도체 관련 금수 조치 등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2].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를 ALPS로 제대로 처리해 방류하더라도, 한국 근처 바다까지 의미 있을 정도로 방사능 수준이 올라갈 것이다"란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다. 아주 거칠게 어림해 봐도 분명히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강조한 사실이다만 네 줄 요약으로

  • 세포는 방사능 노출보다 산소 호흡에 의한 손상을 훨씬 더 많이 처리한다.
  • 이 때문에 다소의 방사능 노출도 복구한다. 자연 손상(거의 산소 호흡)과 방사능 손상은 본질이 동일하다.
  •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생물은 자연적으로 방사능에 노출된다.  
  •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하면, 추가적으로 노출될 방사능은 한국의 경우 자연 방사능양의 1/1000 부근에 불과하다.

  '제대로' 처리해 방류하는지 적극적으로 주시하고, 데이터를 더 공개하도록 요구하자는 말은 백번 옳다. 그게  바로 한국 정부에서 2020년 이후에 해 오던 말이다. 그렇게 안 할 경우 일본에게 항의할 근거는 충분하다.

漁夫

ps. LNT 모형의 전반적 상황은 앞 편에서 소개한 2011년의 이 article을 보시기 바란다. 딱 부러지게 하나도 말 안 한다고 느끼시면, 제대로 이해하신 것이다.
ps. 2. 도쿄전력이 한겨레와 MBC를 현장 취재단에서 제외시켰다(link). 이 두 언론의 논조를 보고 했겠지만, 일본의 평판에는 당연히 좋지 못하다. 이 꼴이 난 이유가 애당초 도쿄전력이 빨리 판단 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

[1] 하다 못해 생태학적으로나 뚜렷한 효과가 있으면 또 모르겠다. 그런데 9편에서 보았듯이 그것도 장담 못 한다...
[2] 그렇다고 한국의 조치는 다 이해 됐냐? 역시 아니다. 하나만 꼽자면 역시 GSO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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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夫란 nick을 오래 써 온 듣보잡입니다. 직업은 공돌이지만, 인터넷에 적는 글은 직업 얘기가 거의 없고, 그러기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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