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한 털 위에 갈빛 무늬 하나가 더해졌다. 오전의 산책 중, 강아지의 엉덩이에서 발견한 무늬다. 볼일을 보고 묻었다기에는 애매한 위치인데, 새삼스레 생겨날 이유가 없어 발걸음을 부추긴다. 집으로 돌아가 닦아내든, 씻어내든 해야 그 정체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올 겨울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는 곳이 있다던데, 제주도는 포근함과 차가움 사이를 계속해서 오간다. 마치 봄날의 햇빛마냥 얇은 패딩 하나만 걸쳐도 기분좋은 산책이 가능한 날이 있다가도, 어느날은 급작스레 찬 바람이 두툼한 외투 사이로 스며들곤 한다. 그래도 구름이 없고, 바람이 없어 해를 마주할 수 있는 날은 강아지와의 산책도 조금 더 여유로워지곤 한다. 다만, 오늘은 새로 생겨난 강아지 궁디 쪽의 무늬에 빠르게 산책을 마무리하였지만 말이다.
물티슈로 가볍게 무늬를 문지르니 갈빛이 무언가가 묻어난다. 킁킁거리며 코를 갖다대니 구수한 듯, 매캐한 냄새가 전해진다. 그리고 털 끝이 살짝 바스러지는 듯한 이 느낌. 요 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