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걷고 싶다. 지금처럼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3/06
얼룩소에 발을 들인지 2년 되는 날이다. 2년 동안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좀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글을 쓴다 했지만 나는 전혀 나은 인간이 되지 못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러나 나는 느낀다. 2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딴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내 삶은 글을 쓰기 전과 글을 쓰는 지금으로 나뉘는 것 같은 기분을  나 혼자만 느끼고 있다.

우선 이 산 속. 모두들 괜찮냐고 외롭지 않냐고 우려의 눈길을 보내지만 나는 외로워서 더 좋다. 갈 데가 없고 찾아올 사람이 없어서 정말 좋다. 남편의 마누라 의존도가 높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나는 내 머릿속에서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그 시간으로 돌아 가 글로 써보기도 하고 지극히 소소한 일상도 글로 옮기며 나 혼자만의 세상에서 누구보다 풍성하고 충만하게 살고 있다. 방해 받고 싶지 않을 정도로.
왜 샤냐 건 웃는 것처럼 외롭잖냐면 그냥 웃는다.
2년 전에도 그랬을까.

 어릴 때 나의 유일한 취미는 책읽기였다. 책읽기가 아닌 다른 건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 당시 우리가 했던 놀이는 고무줄 놀이, 올캐바닥, 사다리가생, 줄넘기 같은 것이 주요 놀이였는데 그 중에서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무줄을 다리에 걸고 밟고 뱅뱅 도는 그런 건 흉내도 내지 못했고 납작한 돌을 발로 차면서 선을 넘어가는 올캐바닥도 나는 너무 서툴렀고 줄넘기도 2개가 넘어가면 어김없이 줄에 발이 걸리고 하다못해 잔돌을 주워 던져올리고 받는 공기놀이조차 나는 젬병이었다.
그러니 어떤 놀이에도 끼질 못하고 그저 옆에서 하염없이 구경만 해야했다. 그런 나를 엄마조차도 이해를 못하셨다. 나는 어릴 때 고무줄 공기놀이 선수였는데. 하시며 진짜 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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