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하는. 과거와 현재.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2/08/27
찬 기운 섞인 바람이 집안을 훑으며 지나갑니다. 그리 뜨거웠던 공기가 어느새 식어버린 것인지, 청명한 하늘에 계속 눈이 가네요. 바람에 흔들거리는 머리칼에, 오늘은 선풍기를 틀지 않습니다. 선선함 속에 마지막 매미 울음이 멀리서 전해져 오네요.

가만히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다보면, 옛날 일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좋았던 기억, 슬펐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 때론 여전히 들러붙은 우울한 기억들까지. 의식적으로 즐거웠던 기억들만 골라 눈꺼풀 너머로 투영합니다. 좋은 날씨엔, 좋은 기억들만 추억하고 싶어요.
픽사베이

10여년도 더 지난 기억. 
고등학교 때, 저는 검도 동아리 활동을 했었습니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동아리, 아마 제가 2기였을 거예요. 2기 검도부 단장. 그저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즐기다보니 어느샌가 동아리 부장, 저희끼리는 단장이라 칭하는 직책까지 맡아버렸었네요. 

본래 검도부를 맡아 주셨던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이동하게 되시면서, 검도부 담당은 새로오신 체육 선생님이 맡게 되었어요. 저희도 선생님을, 선생님도 저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검도부 활동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가까운 도장에 계신 관장님과, 가까운 학교로 이동하신 검도부 선생님 덕에 그럭저럭 검도부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추억은 불편함이 보정되었기에 더 행복하고 즐겁다고 했었나요. 즐거웠던 기억들이 많이 남아 있네요. 

고3이 되면, 수험생활에 전념해야 하기에. 고2 겨울, 동아리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학교 축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검무와 진검을 이용한 베기를 계획하고, 체육 선생님께 동의서를 받으러 찾아갔습니다. 

"꼭 축제 참여해야겠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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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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