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을, 당신이 좋아하는 '얼룩소'에 물어봐요." : 그냥 일상이 되어버린 얼룩소

청자몽
청자몽 · 꾸준한 사람
2023/04/26
참고 듣고 있었는데, 남편이 불쑥 말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얼룩소'에 물어보라고. 지금 이 상황이 정상인지 아닌지... 아니 왜? '얼룩소' 얘기가 나오냐구요. 그래서 이 글을 쓴다 :




몇주째 친정 문제
신경전을 벌이다. 갈등.. 대치상황.

'생선뼈선인장'라는 희안한 이름의 말 그대로 생선뼈 같이 생긴 선인장을 키우는데, 싹이 났다. 뼈다귀에 뼈다귀가 하나 더 붙은 희안한 모양새. 신기하고 기특하다. 베란다 화분을 키우며 마음을 다스린다. 초록은 사람을 평온하게 만든다. ⓒ청자몽

몇주째 조용히 속을 끓고 있는 문제는 다름아닌 친정문제다. 전화는 엄마한테 오는 것이고. 원래 우리집은 평범하고 무난한 집이 아니다. 사연 많고 복잡한 집이다. 매번 다양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나는 나대로 속상하지만, 처가 문제로 곤란을 겪는 남편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본의아니게 맏사위이다보니 부담을 많이 느끼나보다. 미안하다.

그저께는 일부러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했다. 그날 따라 속이 많이 상했고, 알아줬음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나의 하소연이 그를 자극했나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날이었다. 남편은 그동안 쌓아둔 속상했던 일까지 꺼내며 분통을 터뜨렸다.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다 우리집 문제였으니까. 말싸움이라면 지지 않을 나였지만, 친정문제인만큼 참고 듣기로 했다.

참자 참자 참자. 참는다. 참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화를 참으니, 속에서 열이 올라왔다. 한참 분통을 터뜨리던 남편이 불쑥 말했다.


"이 상황이 정상인지 아닌지,
당신이 좋아하는 '얼룩소'에 물어봐요."



헛.. 얼룩소에? 왜?
아니, 지금 이 상황에 얼룩소가 왜 나오지? 얼룩소는 무슨 죄야.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입을 굳게 닫았다. 내가 얼룩소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나보다. 하긴 친구도 없이 '은둔형 외톨이'('고독한 덕후'는 사치로 보이는데..)로도 잘 지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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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전직 개발자, 이현주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반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집안 잔업과 육아를 담당하며, 마침표 같은 쉼표 기간을 살아갑니다./ 일상과 경험을 글로 나누며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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