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응급실'이란 글자가 꺼지는 시간.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08/13
어머니가 운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는 목이 메인듯했다. 어머니와 마주한 이후에는 흐느낌이 주를 이뤘다. 완강히 거부하는 아버지를 설득해 간신히 응급실로 모셔오는 길에서, 그리고 응급실에 들어간 이후에 어머니의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온 몸에 있는 수분이 눈을 통해 흘러내렸을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나는 그저 어머니를 위한 물과 커피 하나를 구입한 채 응급실 앞을 서성일 뿐이었다.

코로나에 확진된 이후 아버지는 식사를 거부하셨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준비해 간신히 한 두입 먹이긴 하지만, 평소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식사량이었다. 어머니는 틈틈이 간식과 식사를 억지로라도 아버지의 입에 담아 주었지만, 격리 마지막 날에는 유독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하였다. 오히려 반도 비우지 못한 접시를 놔둔 채 음식을 넘기는 것을 힘들어 하셨다.

인지장애가 온 이후 아버지의 음식에 대한 고집이 강해졌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면 입을 열지 않으려 해, 아버지의 고집에 따라 그날의 식사가 정해지는 일상이었다. 날마다 가고 싶다는 식당으로 모셔다 드리며, 그래도 식사를 한다는 다행스러움으로 귀찮음을 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귀찮음이 얼마나 복에 겨웠는가.

새벽, 어머니에게 집으로 와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급히 달려나가니 식은땀을 흘리는 아버지가 병원에 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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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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