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복닥복닥 국 끓는 소리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01/30
 
 시뻘건 소고기 한 덩이를 잘 드는 칼로 썰었다. 예전엔 잘라놓은 국거리를 사곤 했는데 살림이 늘며 한 덩어리로 포장되어 있는 걸 산다. 가격은 조금 더 저렴하고 내 맘대로 먹기 좋게 잘라 국을 끓이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기장 미역’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길쭉한 봉지에 든 바스락거리는 것의 모습이 미역처럼 보이진 않는다. 손으로 대충 부숴 양푼에 물을 받아 불려두었다.

 자른 소고기에 마늘과 후추, 설탕 조금, 생강즙과 국간장으로 밑간했다. 양념이 고기에 잘 스며들도록,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른 해초가 물에 부들부들하게 불리는 틈을 타 샤워를 하고 나왔다.

 내가 가진 냄비 중 가장 커다란 냄비를 꺼내 참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볶는다. 선홍색이 탁한 회색빛이 나면 불려놓은 미역도 넣어 함께 볶아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2.1K
팔로워 768
팔로잉 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