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전합니다.

수지
수지 · 글사랑이
2024/04/03
안녕하세요?  글로 만나는 건 이 주만인 것 같네요. 겨우 이 주만인데도 꽤 오래된 듯한 느낌입니다. 저만 그런 건가요? 아무튼 반가워요.
새해가 되었다고 새해 인사 올린 지가 얼마 전인 것 같은데 그새 겨울도 지나고 벌써 4월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흐리네요. 엊그제 맑은 새벽하늘에 케이크 위의 생크림처럼 하얀 반달이 하늘에 콕 박혀 내 방을 환하게 비춰주었어요.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그 달이 너무 환해서 눈이 부실 지경이었지요. 하룻밤 새 구름이 잔뜩, 흐린 하늘로 변했습니다. 제 마음같이요.
저는 여전합니다. 머리에 돌덩이가 한 개 들어앉아서 꽤나 무겁네요. 무기력증의 원인이지요. 마음으로는 글을 쓰고 싶은데 머리로는 도저히 한 글자도 쓸 수가 없었고 맛있는 요리를 해서 가족들 입을 즐겁게 해줘야지 싶다가도 그냥 주저앉기 일쑤예요. 무기력증이 사람을 힘들게 하네요.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글을 꼭 올렸었는데 요번에는 그 습관이 깨졌어요.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생각하고 책도 읽어보고 했었던 날들이 줄어든 탓도 있고 마음에 휘몰아치는 욕심이 저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머리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너무나 많아졌고 옛날 생각들이 나를 가두었어요. 늘 생각하는 저의 다짐은 내 일만 생각하자, 떠오르는 아무개는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되뇌며 긍정적으로, 발전적으로 살아가자는 것이었지요. 지금도 변함없이요. 완전히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지만 아주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고 있답니다.
저는 남편, 첫째 딸, 둘째 아들, 그리고 시아버님, 이렇게 다섯 명이 살고 있어요. 시아버님은 90세가 되셨지요. 걷는 것이 힘들고 손떨림이 심해서 식사하는 게 불편하지만 연세에 비해 정정한 편입니다. 제가 아팠을 때 우리 집에 오게 되셔서 저에게 많이 미안해 하시지요. 성격은 무뚝뚝의 대명사지만 저는 표정과 몸짓으로 그 미안함을 느낄 수 있답니다.
며느리들은 거의 그렇겠지만 시집와서 섭섭했던 일들이 많았지요. 그 서운함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는 며느리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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