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계절에 배우자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9/13
하루에 오천 보 이상 걷기로 결심했다.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실천했으니, 작심삼일은 지났다. 내가 정한 산책코스를 걸으니 육천 보 정도 되었다. 만 보라고 목표를 정하면 왠지 금방 포기할 것 같아 목표를 낮췄다. 숫자가 뭐가 중요하겠냐마는 그래도 결과로 보이는 것이 있어야 의욕도 생기고 보람도 느끼는 법이다.

잠이 많아 새벽에 걷는 건 포기했다. 시간도 정해두면 실패할 것 같아 되는대로 걷기로 했다. 낮에 내리쬐는 볕은 한여름 못지않게 뜨겁지만, 비타민D를 흡수한다 생각하고 즐겁게 걷는다. 기미, 주근깨에게는 양보할 수는 없으니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 쓰는 것은 잊지 않는다.

걸음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가 어디를 걷고 있는지 잊을 때가 많다. 땅만 보고 걸으면 비가 오는 날 땅 밖으로 나왔다가 나온 통로를 찾지 못했거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햇볕에 흉측하게 말라비틀어진 지렁이 사체들을 발견하곤 한다.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 거름이 되고 흙이 된다지만 시커먼 아스팔트 위에 아무렇게나 죽어있는 그것들을 보니 왠지 마음이 불편해졌다.

멍하니 앞만 보고 걸으면 앞에 걷는 사람의 뒤통수만 보인다. 뒤통수가 지겨워질 때쯤 주변을 둘러보면 어지럽게 핀 야생화와 잡초 따위가 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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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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