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죽음 이후....흔적 지우거나 남겨두거나.

마릴린
마릴린 · 전직 선생, 현직 무직.
2022/09/02
"엄마......재수가 죽은 지 벌써 3주일이 되었어. 오늘따라 재수가 더 생각나고 계속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네.
마음이 무거워. 16년의 세월을 함께 했으니 나한테는 사람 만큼의 의미가 있잖아. 재수 죽고 나서 이제까지 남은 흔적들 지우고 남길 것은 남겼어. 들어볼려? 

흔적 지우기.

그 동안 먹었던 사료와 모래가 있었거든, 사료도 건식, 습식, 치료용으로 꽤 많고 모래도 6팩이나 남았고 마지막에 배변이 힘들어 샀던 패드도 많이 남았더라구.
버릴 수는 없으니.......동물병원에 기부할까 생각나서, 연락해봤지.
재수가 그 병원에서 태어났으니 재수한테는 출생 병원이잖아.
같이 태어난 6마리 중 재수가 가장 나중에 죽었으니 오래 살긴 했구만.
다행히 병원에서 감사히 받아주신다고해서 습식사료와 치료용 사료, 모래, 패드를 전부 갖다드렸어.
잘 쓰겠다고 하셔서 그 동안 고마왔다고 인사했어. 인사하면서 결국 또 울어버렸네.

재수가 쓰던 화장실도 버렸어. 출입문이 떨어져 다시 새로 살려고 했는데.......살 필요가 없어졌어.

털 빗겨주던 솔도 다 버렸어.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털 빗겨주면 늘어지면서 좋아하더구만.
이제는 청소할 때도 털뭉치들이 나오지 않아. 정말 재수가 없어지긴 했나봐.

재수 아파서 먹이던 약도 버렸어. 크레아틴 수치, 인 수치 다 낮아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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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선생으로 31년 근무하고 명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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