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할 자유는 없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3/23
어제 성소수자 얼룩커님이 남긴 글에 한 얼룩커가 답글로 ‘혐오할 자유’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나중에 비판이라는 말로 단어를 수정했다.) 그 답글창은 저녁 내내 시끄러웠다. 당장 사과하라는 말과 얼룩소 행동강령에 위배된다는 말 등 혐오를 무찌르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얼룩소라 그나마 가능한 일이었다. 만일 다른 플랫폼이었다면 오히려 혐오의 자유가 칭송받았을지도 모른다. 찬찬히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또렷이 뇌리에 다섯 글자가 새겨졌다. ‘혐오할 자유’

혐오의 사전적 의미는 싫어하고 미워함이다. 실제 내게 혐오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훨씬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단어로 여겨진다. 영어로는 hate 혹은 disgust. hate보다는 disgust가 의미에 더 닿아보인다. 나는 disgust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마다 토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너무 싫은 나머지 토가 나올 것만 같은 상태, 어쩌면 그게 혐오인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숨겨진 혐오를 들여다본다. 나 역시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주장만 옳다는 사람들, 다짜고짜 하대하는 사람들, 차별적인 단어를 죄의식없이 사용하는 사람들, 잘 알지 못하면서 비난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그들이 정말 싫고 미워진다. 웬만하면 그런 사람들과는 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

나는 그들을 혐오하지만 혐오하는 마음을 꺼내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내 안에 감추고 나만 느낄뿐이다. 겉으로는 그들에게 티내지 않는다. 그저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똑같이 예의를 갖춘다. 미워하는 마음을 꺼내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워하는 마음은 꺼내 보이는 순간 미움으로 그치지 않는다. 논란이 되고 문제가 된다. 하물며 한 집단이 한 사람이나 집단을 향해 미워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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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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