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나는야, 8억 체납자
2023/02/27
인천공항.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얼굴엔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하다.
이제 잠시 후면 저 게이트가 열릴 것이고 그토록 기다리던 스페인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 가이드가 내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따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지금 출국정지 상탠데... 모르셨어요?"
"네? 출. 국. 정. 지요?"
무슨 소리야. 그건 정치인이나 재벌들이 하는거 아냐? 소시민인 내가 왜? 느낌이 쎄하다. 급히 사무실에 알아보니 분당세무서에서 고액체납자로 나를 출국금지 시켰단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 여행이 어떤 여행인가.
두바이, 아부다비에서 1박하고 남프랑스로 날아가 니스, 깐느, 아를, 프로방스를 거쳐 스페인 전역을 돌고 포르투칼까지 12일에 걸친 황금노선 아닌가.
친구와 나는 이 여행을 위해 매달 10만원씩 꼬박 2년을 모았다.
친구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도 안가겠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 억지로 친구를 달래 게이트 안으로 밀어넣고 나니 밤 12시다. 쓰러질 것 같다.
휑당그레한 4월의 밤 인천공항은 너무 추웠다.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부른다.
우리가 분당의 그 땅을 산 건 분명 욕심이었다. 대출을 지나치게 많이 낸건 우리 잘못이지만 형님 아우 하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사기를 칠 줄이야 꿈엔들 알았겠는가. 집을 3개월만에 지어주겠다던 아우는 고의로 준공을 미루어 2년이 되도록 준공이 떨어지질 않았다.
집 한 층을 전세 놓아 대출금을 갚으려던 처음 계획은 다 틀어지고 우리는 결국 이자 부담과 정신적 압박을 못이겨 그 땅을 고스란히 원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형님이라 불렀던 원 주인 A는, 우리에게 팔 때와 똑같은 땅값으로 돌려받되 세금과 공과금은 떠안기로 계약서를 썼다. 그 2년 사이 분당의 땅값이 다락같이 올랐으니까.
그래도 좀더 확실하게 하고 싶었던 남편은 양도소득세라는 말을 한 마디 더 적자고 했단다.
A는 양도소득세가 세금인데 뭐하러 2중으로 적느냐고 했고 옆에 있던 지인 B가, 만약 A가 양도소득세를 안내면 내가 대신 내겠노라...
이제 잠시 후면 저 게이트가 열릴 것이고 그토록 기다리던 스페인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 가이드가 내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따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지금 출국정지 상탠데... 모르셨어요?"
"네? 출. 국. 정. 지요?"
무슨 소리야. 그건 정치인이나 재벌들이 하는거 아냐? 소시민인 내가 왜? 느낌이 쎄하다. 급히 사무실에 알아보니 분당세무서에서 고액체납자로 나를 출국금지 시켰단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 여행이 어떤 여행인가.
두바이, 아부다비에서 1박하고 남프랑스로 날아가 니스, 깐느, 아를, 프로방스를 거쳐 스페인 전역을 돌고 포르투칼까지 12일에 걸친 황금노선 아닌가.
친구와 나는 이 여행을 위해 매달 10만원씩 꼬박 2년을 모았다.
친구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도 안가겠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 억지로 친구를 달래 게이트 안으로 밀어넣고 나니 밤 12시다. 쓰러질 것 같다.
휑당그레한 4월의 밤 인천공항은 너무 추웠다.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부른다.
우리가 분당의 그 땅을 산 건 분명 욕심이었다. 대출을 지나치게 많이 낸건 우리 잘못이지만 형님 아우 하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사기를 칠 줄이야 꿈엔들 알았겠는가. 집을 3개월만에 지어주겠다던 아우는 고의로 준공을 미루어 2년이 되도록 준공이 떨어지질 않았다.
집 한 층을 전세 놓아 대출금을 갚으려던 처음 계획은 다 틀어지고 우리는 결국 이자 부담과 정신적 압박을 못이겨 그 땅을 고스란히 원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형님이라 불렀던 원 주인 A는, 우리에게 팔 때와 똑같은 땅값으로 돌려받되 세금과 공과금은 떠안기로 계약서를 썼다. 그 2년 사이 분당의 땅값이 다락같이 올랐으니까.
그래도 좀더 확실하게 하고 싶었던 남편은 양도소득세라는 말을 한 마디 더 적자고 했단다.
A는 양도소득세가 세금인데 뭐하러 2중으로 적느냐고 했고 옆에 있던 지인 B가, 만약 A가 양도소득세를 안내면 내가 대신 내겠노라...
@진영
참 그놈의 계약서. 그놈의 법이 뭔지.. 이렇게 글만 읽어도 그 세금이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한지, 과정에서 누구의 잘잘못이 있었는지 보이는데 말이죠. 20년을 얼마나 갑갑하셨을까요.
돈이니, 법이니 그걸 다루는 사람들에게 다시 돈이 흘러가는 이유는 그만큼 어렵고 구멍이 많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이라는 게 참 우리 삶과 쉽게 섞여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그 질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읽어내려갔네요.
사정이 꽤나 복잡하고 어려운 글이었지만, 편안하고 쉽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사건과 함께 그 때마다 느끼셨던 생각과 감정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ㅠ
"우리 딱 돈만 잃자. 돈 때문에 속 끓이고 몸까지 상하면 그건 이중 삼중으로 손해야. 그럼 진짜 억울하잖아. 딱 돈만 잃자"
규모는 다르지만.. 상황도 다르지만.. 돈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부모님과 그걸 도와드릴 힘이 부족한 제 상황이 진영님과 따님의 모습을 닮은 듯 하여, 감정이입하며 읽었습니다.. 요즘 저도 농담으로 이런 이야길 합니다. 우리 아프진 말자고, 여기서 아프기까지 하면 더 답이 없다고.. 그러니 돈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아프지 말자고.
그리고 저는 작은 힘을 보태면서 그마저도 당연한 일이지만 자식이 둘인데 저만 희생하는 것 같아 조금은 억울합니다. K-장녀의 어려움을 티내지 않으려 노력해도 저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불평이 엄마를 아프게 했구나 싶습니다..
" 엄마가 나중에 다 갚아줄께. 엄마 약속 잘 지키는 거 알지..."
그래서 이 말이 더 가슴아프게 와닿네요.
기왕 벌어진 일,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일은 있도록 저도 딱 돈만 잃어야 겠습니다.
법을 모르는 것이 죄는 아닌데 법을 잘 몰라서 빚이 되어버린 돈을 생각하며 깊이 내쉬는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https://alook.so/posts/1RtMRXw
@진영
[합평]
평소 진영님의 대차고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이 항상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글에서도 이러한 모습들이 잘 부각된 것 같습니다. 암울한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나는데, 극단적인 생각을 하거나 현실을 탓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으며 버티는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주류보다는 비주류에게 많은 관심과 애착이 갑니다. 제가 비주류라서 그렇겠죠. 돈이 많은 사람보다는 적은 사람, 적은 사람보다는 빚이 많고 현금 흐름도 원할하지 않은 사람에 더욱 눈이 가는 것 같아요.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국선변호사(저렴합니다)도 한 번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처하신 상황이 참 딱하고 법적으로 문제는 없더라도 충분히 억울함을 느끼실 상황이라 부디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득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먹고 살기 힘들고 빚 갚기도 바쁜데, 뭔 헛소리야!'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매일 학습하고 지식의 지경을 넓혀나가고 있죠. 하나 둘씩 내가 아는 것들이 늘어나면 도움은 안되더라도 피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뭔가를 하기 전에 꼼꼼하게 잘 알아본 다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지금 읽고 있는 게 조우성 변호사의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라는 책인데요, 제목이 진영님께 읽어드리고 싶네요. 힘 냅시다. 화이팅..!
[합평]
소설의 한 장면처럼 시작되는 인천공항의 모습은 여행에 들뜬 주인공의 설렘이 실감 나게 느껴졌습니다. 독자로서 앞으로 펼쳐질 여정을 따라가보자 잔뜩 기대를 하고 몰입하려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는 반전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지, 청천벽력 같았을 심정을 생각하면 흥미라는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습니다. ㅜ
지인이 현재 살고 있던 집의 준공이 미뤄지고 뒤늦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어 지리한 소송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 4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불리한 결론이 날 듯합니다. 그동안의 이자까지 부담하게 생겼으니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옆에서 봤기에 진영님의 글에 감정이 이입되어 읽어 내려갔습니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셨을지 상상조차 어렵네요. 돈 때문에 경제적인 손해와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사람에 대한 신뢰까지 잃었으니 ‘돈’이 징글징글한 마음일 듯합니다.
<절대, 돈. 그 이상은 잃지않고 손해보지 않겠노라 마음을 다져 먹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초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진영님의 건강하고 강인한 정서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힘든 기색 없이 얼룩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글을 쓰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잘 견뎌온 진영님이 대견하기도 하고 너무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 속병이 날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머지않아 다시 꿈에 그리던 황금노선의 여행을 다녀오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쉽지 않았을 이야기 쓰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
[합평
]‘인천공항’으로 시작되는 글에서 짧은 탄성이. 얼에모 글 쓴 순서대로 읽다가 진영님의 글 첫 문장에서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돈’을 주제로 쓴 글인데 세 번째 글까지 누가 맞춰놓은 것처럼 여행관련 글이었다는~. 화려한 도시이름만으로도 설렘 폭발 직전의 일정이 펼쳐지나 했는데, 전반과 달리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는 후반은 또 다른 삶의 ‘여행’이 아닐까싶었습니다.
돈 입장에서 보면 자기는 속임수도 감정도 없지요.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에게 있고, 잔머리를 굴리며 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넌더리’나게 미울 것 같아요. 물론 눈물 나게 고맙고 안타깝고 아름다운 돈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림도 글도 작가의 성격이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얼에모’ 회를 거듭할수록 진영님의 개성이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며 빠른 속도로 읽히게 하는 단문, 걸맞게 이어지는 조임과 풀림, 다시 조여지는 내용들이 글 한편에 잘 어우러졌습니다. 픽션이 아니기에 진영님의 마음이 어떨지 헤아리며 더 감정이입이 되었어요. 이 글을 쓰셨다는 것만으로도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많이 지나간 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딱 돈만 잃자’고 의지를 다진 진영님의 시간들이 어느 날, 옛일이 되어 또 다시 돈을 쓴다면 어떤 모양과 빛깔이 될지 상상해봅니다.
진영님, 해발 700미터의 봄바람은 어떤가요? 냥이는 게슴츠레 졸며 해구멍을 막고, 꽃이 필 때마다 댕댕이들이 방방 뛰며 놀랄 것 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글 잘 읽었습니다. :)
[합평]
황당했던 출국금지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땅 관련 사기당했던 이야기로 이어져, 사기꾼에게 유리한 법적 해석. 끝나긴 할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터널을 지나, B가 적어준 각서 덕에 출국금지도 해제되고, 통장가압류도 풀린 이야기.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쭉쭉 읽히지 않는데, 이걸 쓰셨던 분은 쓰면서도 얼마나 가슴이 턱턱 막히셨을지.
이렇게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아파트 압류로 이어지고... 읽다가 그만 멈춰버리고 말았네요. 그동안 어떻게 견디셨습니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각각 다르던데, 삶의 고통은 어찌나 이리도 매한가지인지. 비슷한 종류의 아픔을 겪던 다른 분들의 에세이를 보다가 왔는데, 어쩌면 이 분들의 이야기가 동병상련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진영 님에게 얼룩소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세상에 외치는 비명이지 않았을까.
고통스러운 이 터널, 부디 어서 벗어나시길 기도하며...
[합평]
인천공항에서 시작하는 에피소드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일반인에게 출국금지라니. 거두절미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뛰어들어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탁월하신 것 같아요. 한번씩 짧은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넘어가실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도 무척 공감이 가고, 글의 강약을 조절하실 줄 아는 것 같아서 감탄을 하게 됩니다. 글쓴이의 시크함과 절제미, 확실한 맺고 끊음의 성격 등이 글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실감나고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개해주신 데 이어서, 그 일을 통해서 글쓴이가 얻은 생각이나 통찰을 마지막 부분에 더 더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4천자는 제가 임의로 정해놓은 한계선이니까요, 상황에 따라 좀 넘어가게 쓰셔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더해주시면 생생한 이야기에 깊은 통찰이 더해져 더 근사한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꺼내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글 정말 잘 봤습니다.
[합평]
제목에서 놀라고, 첫 단어가 ‘인천공항’ 이라 첫번째 두번째 글에 이어 세번째 글도 여행글인가 했습니다. 여행관련글은 아니였지만, 드라마틱한 시작에 스릴러 소설에 빨려들어가듯 몰입이 되었네요. 여담이지만, 합평을 위해 두번째 읽어보니 “두바이, 아부다비에서 1박하고 남프랑스로 날아가 니스, 깐느, 아를, 프로방스를 거쳐 스페인 전역을 돌고 포르투칼까지 12일에 걸친 황금노선”은…너무…아쉽습니다.
크게 사기치거나, 사기 당할 생각하지 않고 살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수있는 실수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 돌아온 것이 억울하고, 안타까우면서도, 그래도 책임지며 이고지고 살아가려고 하시는 진영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딱 돈만 잃자.’ 에서는 왜인지 결연함과 함께, 그 ‘돈’안에 돈을 모을 때까지, 들어간 내 인생, 나쁜 사람들을 만나지만 않았다면 더 풍족했을 수있는 나와 내 딸의 삶이 비쳐보이는 것 같아 더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그와중에 얼룩소에서의 글쓰기와 대화가 도움이 되셨다고 하니 좋네요. 유독 영화같은 인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들 하나씩은 드라마를 품고 살텐데, 진영님은 그 에피소드들을 독자들에게 곁에서 본듯이 묘사해주시는 능력이 탁월하신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건강한 마음으로 견뎌내고 계시니 반드시 홀가분하고 더 좋은날이 올거에요.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연하님 글읽다가 눈물나고 진영님 글 읽다가 가슴 쓸어내렸습니다.
진영님 원래 쿨하신지는 알았지만 어쩜 그리 담대하신지..
댓글 다는 제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어요.. 추워서 그런건 아닐겁니다.
사람은 참 못돼고 간사한것 같아요.. 아니면 돈이 죽일놈이든지..
왠지 진영님이 깊은 산속에 사시는 이유를 알것도 같아요..
더 놀랄 일이 있는 건 아니쥬?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있어요.. ㅜㅜ
@진영
참 그놈의 계약서. 그놈의 법이 뭔지.. 이렇게 글만 읽어도 그 세금이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한지, 과정에서 누구의 잘잘못이 있었는지 보이는데 말이죠. 20년을 얼마나 갑갑하셨을까요.
돈이니, 법이니 그걸 다루는 사람들에게 다시 돈이 흘러가는 이유는 그만큼 어렵고 구멍이 많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이라는 게 참 우리 삶과 쉽게 섞여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그 질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읽어내려갔네요.
사정이 꽤나 복잡하고 어려운 글이었지만, 편안하고 쉽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사건과 함께 그 때마다 느끼셨던 생각과 감정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ㅠ
[합평]
인천공항에서 시작하는 에피소드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일반인에게 출국금지라니. 거두절미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뛰어들어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탁월하신 것 같아요. 한번씩 짧은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넘어가실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도 무척 공감이 가고, 글의 강약을 조절하실 줄 아는 것 같아서 감탄을 하게 됩니다. 글쓴이의 시크함과 절제미, 확실한 맺고 끊음의 성격 등이 글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실감나고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개해주신 데 이어서, 그 일을 통해서 글쓴이가 얻은 생각이나 통찰을 마지막 부분에 더 더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4천자는 제가 임의로 정해놓은 한계선이니까요, 상황에 따라 좀 넘어가게 쓰셔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더해주시면 생생한 이야기에 깊은 통찰이 더해져 더 근사한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꺼내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글 정말 잘 봤습니다.
원래 사기가 쌩판 나를 모르던
사람이 치는게 아니더라구요
내가 마음을 주고
의지하고 내 속앓이를 털어 놓았던
상대가 내 뒤통수를 치더이다.
사람이 다 내마음 같은 줄 알았던
우리가 어리석은 게지요
뭐라 해 드릴 말은 없고
그럼에도 이겨 내시길...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마음만이라도 건강하게 챙기신 현명함이 멋지십니다.
형님 아우하던 사람들이 사기? 그래서 더 가슴아프고 철렁합니다.
돈 얘기에는 왠지 솔깃하고 예민해지는 속성이 있는 듯 해요.
마음 한 구석 예리하게 베인 느낌입니다.
진영님 대처방법이 아주 멋져요. 저는 아마
앓아눕거나 땅으로 꺼졌을 것 같아요.
해발700미터의 바람이 순식간에 휘몰아쳤어요.
어느 순간 '체납'의 손을 탁, 탁 털고 아주 홀가분해진 날,
얼룩소에서 아니 얼에모 구성원이라도 모여
축하뒤풀이를 하고 싶습니다~ 얼쑤!!!
(에고, 그나저나 얼에모가 또 바짝바짝 다가오네요, @.@; )
긴 세월 힘드셨을텐데... 이리 담대하시니 존경스럽습니다.
마음의 응원을 힘껏 보냅니다...
"우리 딱 돈만 잃자. 돈 때문에 속 끓이고 몸까지 상하면 그건 이중 삼중으로 손해야. 그럼 진짜 억울하잖아. 딱 돈만 잃자"
규모는 다르지만.. 상황도 다르지만.. 돈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부모님과 그걸 도와드릴 힘이 부족한 제 상황이 진영님과 따님의 모습을 닮은 듯 하여, 감정이입하며 읽었습니다.. 요즘 저도 농담으로 이런 이야길 합니다. 우리 아프진 말자고, 여기서 아프기까지 하면 더 답이 없다고.. 그러니 돈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아프지 말자고.
그리고 저는 작은 힘을 보태면서 그마저도 당연한 일이지만 자식이 둘인데 저만 희생하는 것 같아 조금은 억울합니다. K-장녀의 어려움을 티내지 않으려 노력해도 저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불평이 엄마를 아프게 했구나 싶습니다..
" 엄마가 나중에 다 갚아줄께. 엄마 약속 잘 지키는 거 알지..."
그래서 이 말이 더 가슴아프게 와닿네요.
기왕 벌어진 일,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일은 있도록 저도 딱 돈만 잃어야 겠습니다.
@진영
[합평]
평소 진영님의 대차고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이 항상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글에서도 이러한 모습들이 잘 부각된 것 같습니다. 암울한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나는데, 극단적인 생각을 하거나 현실을 탓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으며 버티는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주류보다는 비주류에게 많은 관심과 애착이 갑니다. 제가 비주류라서 그렇겠죠. 돈이 많은 사람보다는 적은 사람, 적은 사람보다는 빚이 많고 현금 흐름도 원할하지 않은 사람에 더욱 눈이 가는 것 같아요.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국선변호사(저렴합니다)도 한 번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처하신 상황이 참 딱하고 법적으로 문제는 없더라도 충분히 억울함을 느끼실 상황이라 부디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득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먹고 살기 힘들고 빚 갚기도 바쁜데, 뭔 헛소리야!'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매일 학습하고 지식의 지경을 넓혀나가고 있죠. 하나 둘씩 내가 아는 것들이 늘어나면 도움은 안되더라도 피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뭔가를 하기 전에 꼼꼼하게 잘 알아본 다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지금 읽고 있는 게 조우성 변호사의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라는 책인데요, 제목이 진영님께 읽어드리고 싶네요. 힘 냅시다. 화이팅..!
[합평]
소설의 한 장면처럼 시작되는 인천공항의 모습은 여행에 들뜬 주인공의 설렘이 실감 나게 느껴졌습니다. 독자로서 앞으로 펼쳐질 여정을 따라가보자 잔뜩 기대를 하고 몰입하려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는 반전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지, 청천벽력 같았을 심정을 생각하면 흥미라는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습니다. ㅜ
지인이 현재 살고 있던 집의 준공이 미뤄지고 뒤늦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어 지리한 소송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 4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불리한 결론이 날 듯합니다. 그동안의 이자까지 부담하게 생겼으니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옆에서 봤기에 진영님의 글에 감정이 이입되어 읽어 내려갔습니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셨을지 상상조차 어렵네요. 돈 때문에 경제적인 손해와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사람에 대한 신뢰까지 잃었으니 ‘돈’이 징글징글한 마음일 듯합니다.
<절대, 돈. 그 이상은 잃지않고 손해보지 않겠노라 마음을 다져 먹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초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진영님의 건강하고 강인한 정서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힘든 기색 없이 얼룩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글을 쓰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잘 견뎌온 진영님이 대견하기도 하고 너무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 속병이 날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머지않아 다시 꿈에 그리던 황금노선의 여행을 다녀오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쉽지 않았을 이야기 쓰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